20120701

집 나간 강아지

머리가 복잡한 김에 소일삼아 써 봅니다.

웅이가 집을 나간게 28일 오전 6시 30분 정도였고, 다시 만나게 된게 29일 오후 3시 정도였습니다. 하루 반 만에 되찾았으니 다른 집 나간/길 잃은 강아지들에 비해 운이 좋은 편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참 여러 강아지들과 함께 했는데 이런 일은 처음이라 황망하더군요.

도망가지 못하게 하는 게 최선이겠지만 뭐 누군들 도망가게 하고 싶었겠습니까. 세상일 아무도 모르니 평소에 몇 가지 정도 확인해 두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이번에 했습니다.

 

* 비슷한 상황에 처한 분들을 위한 실질적인 팁 몇 가지

1. 길을 돌아다니며 직접 찾을 수 있는 확률은 극히 낮은 거 같습니다. 안 할 수는 없겠지만 그런 식으로 만날 확률은 너무 낮아요.

바로 옆에 있어도 어디 숨어있으면 모를 수 있습니다. 강아지가 길을 잃으면 다른 강아지/고양이/그외 다른 것들/자동차 소리/시끄러운 소리/위협적인 사람들을 피해 어디론가 가게 됩니다. 방향을 전혀 짐작할 수 없어요.

보통 도심에서 작은 견들은 1km 정도 이동한다는데, 말이 1km지 그게 어느 방향일지 모릅니다. 큰 견들은 상상도 못하게 멀리 가버린다더군요.

여튼 돌아다니는 건 전단지 붙이는 거라든가와 병행하면서 '혹시나' 정도로 생각하는 게 나은 듯 합니다.

2. 집으로 다시 돌아올 확률이 있기는 한데 역시 낮습니다. 이런 식의 복귀율이 8% 정도 된다더군요. 만약 근처에 숨어있다가 새벽에 다시 돌아온다면 정말 운이 좋은 겁니다.

3. 좋아하는 물건, 강아지 이름, 좋아하는 장난감에서 나는 소리 같은 것도 별로 소용없을 수 있습니다. 당황하면 전혀 아무 생각도 안 해버리는 거 같습니다.

4. 전단지에 보면 습성, 습관, 좋아하는 것, 버릇 이런 거 써놓으신 분들이 많습니다.

위에서 말했듯 강아지가 당황하면 다 잊어버리기 때문에 그런 건 필요없을 수도 있습니다. 집에 있을 때 진짜 좋아하던 소리나는 악어 장난감이 있는데, 동물구조센터에서 그 소리를 냈더니 무서워하며 도망갔습니다. 또 옷이나 목끈도 모를 일입니다. 웅이는 맨 몸으로 나갔는데 다시 만났을 때는 왠 목끈을 하나 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같은 견종끼리는 비슷비슷하게 생긴 게 많고, 며칠 바깥에 있던 개들은 꽤나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절대 안 변할 신체적 특징들을 기억해 놓는게 좋습니다. 웅이의 경우 아래 이빨 중 하나가 살짝 비툴어져있고, 배 특정 부위에 점이 하나 있고 뭐 그런 것들 몇 가지가 있었습니다. 강아지를 키우신다면 그런 것들을 꼭 기억해 놓으세요.

5. 일단 사라지면 먼저 좀 찾아보겠죠. 그 다음 몇 개 사이트가 있습니다.

animal.go.kr / animal.or.kr / karama.or.kr / angel.or.kr 이 꽤 큰 거 같습니다. 그리고 강사모 등 포털에 카페 몇 개도 있습니다. 거기에 사진과 함께 제반 사항을 올려놓는 게 좋습니다. 이상한 사람들 많기 때문에 전화 번호 정도만 함께 올리면 됩니다. 사례금이 높으면 찾을 확률이 훨씬 늘어난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만큼 이상한 전화도 많이 온다더군요. 그래도 뭐.

그리고 위 사이트에 발견되어 보호소로 온 동물들 리스트가 올라옵니다. 보면 강아지, 고양이 뿐만 아니라 앵무새, 병아리, 고슴도치도 있더군요. 앵무새는 날아가지 않을까 싶은데 여튼 잘 모르겠습니다. 하루에 올라오는 수가 꽤 많습니다. 그걸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또 인터넷을 잘 사용하는 사람들이 발견한다면 여러 사이트에 올릴 수도 있습니다. 특히 애견 동호회 같은 활동하는 분들은 보호소로 갔다가 주인 못찾으면 강아지들이 어떤 운명을 맞이하게 되는 지 빤히 알기 때문에 어떻게든 직접 맡아서 찾아주려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6. 전단지를 만듭니다. 위에서 말했듯 직접 발견할 확률은 매우 낮습니다. 누군가 발견하고 그걸 보관하든지, 보호소에 보내든지 둘 중 하나입니다. 보호소에 보내면 5번의 사이트 망에 걸립니다. 누가 보관한다면 전단지 밖에 없습니다.

전방 1km 내에 여기저기 붙이라고 하더군요. 저는 사실 28일에 몇 장 안붙이고 다음날 A4지에 전단지 파일 만들어 프린트 준비하다가 행방을 찾아냈기 때문에 전단지를 많이 돌리고 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위 사이트에 강아지 다시 찾은 이야기 이런 거 읽어보면 역시 전단지가 가장 확률이 높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평소에 신체적 특징을 기억해 놓는게 일단은 제일 중요한 거 같아요.

 

* 웅이의 사례

아침 6시 반에 열려있는 현관으로 뛰쳐나갔습니다. 어디선가 깨갱하는 소리가 들린 게 마지막입니다. 바로 알았기 때문에 뛰쳐 나가서 2시간인가 돌아다녔는데 못찾았습니다. 아침에 나갔다가 인터넷 검색해보고 위 사이트들에 올리고 트위터에도 올리고 했습니다.

그리고 간단하게 전단지 몇 장 프린트해서 저녁에 집에 오면서 주변 동물병원에 주고, 좋아하던 장난감 들고 아침에 소리 들렸던 방향 쪽으로 올라가면서 계속 찾으며 몇 장 붙였습니다. 1km 안이다 라고 해봐야 동그랗게 그리면 정말 넓습니다. 웅이는 집에 왔지만 지금은 제가 다리 근육통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혹시나 돌아올까 싶어서 새벽에 내내 신경썼는데 역시 안왔습니다. 답답했어요 정말.

그리고 다음날 아침에 또 동네 한바퀴 돌고 나가서, 점심먹고 어제 검색했던 거 참고로 좀 더 나은 전단지 파일을 만들고 오후에 프린트해야지 생각하면서 위에서 말한 사이트를 뒤적거렸습니다. 한참 보고 있는데 거기서 발견했습니다. 사실 웅이 맞는지는 솔직히 모르겠고 여러가지 특징이나 그런 것들을 보고 바로 전화했습니다.

IMG_2830

이 사진이었어요.

요키치고 저렇게 허리 긴 놈이 세상에 몇이나 있겠냐 싶어 확인한다고 바로 갔습니다. 동물구조관리협회는 양주에 있습니다. 제가 신촌에서 출발했는데... 신촌-양주 지하철이 한시간 좀 넘게, 거기서 25 혹은 25-1번 버스를 타고 또 40분 정도 가야됩니다. 가다보니까 아니면 어떡하냐... 는 생각하고 맞으면 어떻게 데려오냐...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아닐 수도 있지만(강아지 분실 사연을 보면 갔다가 허탕치고 오시는 분 꽤 많습니다. 마음의 준비는 하셔야되요) 맞으면 데려와야 하니까 위치상으로도 자동차가 있으면 제일 좋고, 캐리어라도 챙겨가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특히 버스를 타야하기 때문에... 동물구조관리협회 가면 팔기도 해요.

이제 가서 봤는데 하루 밖에 안 지났는데 완전 너저분하고, 이름도 못 알아먹고, 나 보더니 모른 척하고, 눈도 안마주치고, 장난감으로 소리냈더니 도망가 버리고, 바닥에 오줌 질질 싸대고 -_- 특히 거기 직원이랑 저랑 둘이서 웅이야하고 불렀는데 직원에게 냅다 달려가는 ㅠㅠ 한 삼일 만에 발견한 거면 완전 새출발이 될 뻔했습니다. 여튼 그래서 신체 특징을 알고 있어야되고 사진같은 거 있으면 좋아요. 당황하고 주눅들어 있어서 그런지 표정도 완전히 다릅니다.

평소에 동생하고 카니너라는 앱으로 (동생이 키우는) 막내와 웅이 사진 서로 보여주고 그러는데 그나마 거기 있는 사진들 덕분에 직원의 의심에서 조금 풀렸습니다. 사실 이상한 사람들(예를 들어 개장수)이 내 강아지다 주장하고 오는 경우 많을 거 같아요. 자세한 스토리는 알 수 없지만 이야기들어보니까 소방서에서 데려다 보호소로 넘겼다군요. 소방관 분들 감사합니다.

여튼 그렇게 데려왔습니다. 신분 확인을 하기 때문에 신분증이 있어야합니다. 그러면 바로 돌려줘요. 가방 밖에 없었기 때문에 거기에 넣고(-_-) 버스는 아무래도 어려울 거 같아 택시를 불렀습니다. 거기 말하면 금방 옵니다. 하지만 냄새 너무나서 창문을 열고 탔다는.. 가방 속에 들어있던 웅이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운전하시는 아저씨도 그렇고 모두 다 함께 쪄 죽는 ㅠㅠ

그리고 지하철 타고 집으로 왔습니다. 집에 와서도 완전 데면데면했는데(지가 어디 온 건지도 완전 모르는 얼굴 - 그래도 화장실, 자기 집은 일단 알아서 가더군요) 목욕시키고 났더니 좀 나아지고, 하루밤 자고 났더니 더 나아졌네요. 확확 나아지고는 있는데 사실 지금도 약간 이상합니다. 안 하던 짓을 몇 가지 해요. 좀 아픈가 싶기도 하고. 조금 전에는 사라져서 찾아봤더니 목욕탕 어디 구석에 숨어서 자고 있는... 그런 거 처음 봤습니다. 여튼 병원 한 번 데려가서 체크 좀 해봐야 될텐데.

 

뭐 이런 과정을 거쳤습니다. 사실 인터넷 잘 못하거나 하신 분들은 웅이 식으로 이동해서 공고되면 절대 발견 못할 거 같습니다. 사이트 봐야지 아는 거니까요. 그런 경우에는 어떻게 할까 싶네요. 여튼 주변에서 혹시나 길잃은 강아지가 보이면 파출소나 소방서라도 데려가는게 일단은 최선인 거 같습니다.

댓글 4개:

  1. 헉. 고생하셨네요!! 웅아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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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무슨 말인지는 알았습니다만... 대체 왜 이렇게 쓰신건지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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