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710

20120710

하루가 지났다. 어제 밤부터 지금까지 무척 덥다. 비가 오기 직전의 그 습한 무더위. 항상 이럴 때면 압력 밥솥 안에서 밥이 되어가는 쌀알의 기분, 찜통 속에서 익어가는 만두의 기분을 알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여름이 되면 생각이 굉장히 짧아지는데 아마 뇌도 이런 식으로 익어가는 게 아닐지. 그래서 어제 들은 skull hat이 필요한 건가. 아이스팩 내장형 스컬 햇이 있으면 좋겠다. 냉장고에 넣어놨다가 낮에 쓰고 그러면 좋을 텐데.

꽤 진득한 학문을 전공했는데 그러다 패션에 관심을 보인 지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한때 직업이었지만 지금은 그러지 못하고 있다. 내 능력으로는 밥 벌이가 안되니까 할 수 없다. 어쨋든 처음에는 여기서 진득한 걸 찾아내고 싶었는데 그게 잘 안되고, 요즘 들어서는 생각 자체도 꽤 단견화되고 있는 기분이 든다. 이번에 ㄷㅁㄴ에 원고를 쓰다가 더욱 절감했다. 찰나를 잡았으면 긴 줄을 만들어야 되는데 그저 찰나만 잡고 휘둘린다. 예전에는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싶다.

변명이겠지만 패션이란 거 자체가 어차피 찰나적인 한계가 있다. 샤넬인가 지방시인가가 말했듯이 스타일은 영원하지만 패션은 사라진다. 요즘은 스타일도 영원한 지 잘 모르겠다. 다 사라진다. 안 사라지면 폐기물이 될 뿐이다. 괜한 동물들 발에 걸려 꼼짝 못하다 죽는다.

그래도 여기서 뭔가 진득한 걸 찾아내고 싶고, 그걸 연장시켜서 새로운 뷰를 구성하고 싶은데 그게 잘 되지 않는다. 너무 단견에 빠져 있기도 하고, 또한 너무 움츠려들고 있기도 하고, 결정적으로 공부도 부족하다. 그래서 올 초에 큰 맘 먹고 패션 책을 몇 권 샀는데 다 읽고 나니 또 할 것도 없다. 그러고나니 밥이나 사먹을 걸 싶기도 하고 뭐 그런 구렁텅이에 빠져있다고 할까.

기동력이 떨어져 옷을 사다 입어보기는 커녕 구경하는 것도 잘 못하고 있다. 예전에는 그래도 꼬박꼬박 백화점과 매장을 갔었는데 인터넷에 경도되어 귀찮아졌나보다. 인터넷 의존이 너무 높다. 사진과 기사를 보며 유니크한 걸 생각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그러다 보니 더더욱 단견에 빠진다. 어쨋든 공부를 좀 해야겠다. 그러면서도 하면 돈이나 쓰지 그래서 뭐하나 이런 생각이 있기는 하다... 뭐 그렇다는. 비가 내리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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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 시합,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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