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녹사평을 꽤 자주 갔었는데 요새는 갈 일이 별로 없다. 어쩌다 가봐야 밤 8시 넘어 버스타고 가서 맥도날드 이태원 점 갔다가 1시간 안에 이태원 역으로 들어가 환승 오케이하는 정도의 코스. 그것도 마지막으로 갔던 게 언제인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래도 녹사평 역에서 경리단 쪽이나 이태원 맥도날드 쪽은 사람도 없고, 컴컴하고, 조용하고 해서 좀 좋다. 평일 밤 11시 쯤 가면 좀비들이 휩쓸고 지나간 레지던트 이블의 마을처럼 한산하기 그지없다. 삼각지 역 쪽이나 한강 쪽으로 한들한들 걷는 것도 괜찮다. 하지만 한강 쪽에서 녹사평 방면으로는 계속 언덕길이라 힘들다.
여튼 갈 때마다 이 역의 이름은 어쩌다 녹사평이 되었나 궁금했다. 일단 동네 이름이 서울 동네 이름 분위기가 아니라서. 행정 구역상으로 부대가 있는 쪽은 용산동, 길 넘으면 이태원동이다. 드디어 생각나서 찾아봤다.
위키피디아에 의하면 이 지역은 조선시대 말까지만 해도 잡초가 무성해 사람이 살지 않고 푸른 들이 무성한 들판이어서 녹사평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나름 용산은 조운선이 몰려들고 국제항도 겸한 걸로 알고 있는데 어쩌다 녹사평은 들판이냐 했는데 지도를 보면 용산에서 배가 내리면 물자들이야 삼각지-서울역으로 해서 남대문으로 들어갔을 테니 그 쪽은 대로가 있을 곳은 아니다.
더불어 일제 초기만 해도 비가 많이 오면 한강이 신계동(효창공원역)과 삼각지까지 범람했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촌동 일대는 꽤 큰 백사장이 형성되었고 그 위는 들판, 녹사평이 있었다는 것 같다. 풀이 무성한 뭐 그런 분위기였을 듯. 지금 동서울 터미널 근처가 1980년대만 해도 그런 분위기였다.
들판이 들어간 지명이 하나 더 있는데 노원구 상계동에 마들이라고 있다. 마들은 두 가지 설이 있는데 하나는 상계동에 역참이 있어서 들판에 말을 풀어놓아 마(馬)들, 또는 이 일대가 삼밭이 많아 삼밭의 우리말인 마뜰에서 나온 마(麻)들.
위키피디아에 보니까 용산구청이 녹사평 역 주변으로 이사온 이후 지하철 역 이름을 용산구청 역으로 바꿀려고 한단다. 여튼 마음에 드는 게 하나도 없는 용산구청이다.
효창공원역에서 원효대교 쪽으로 내려가다보면 성심여고라고 있는데 그 안에 용산신학교와 원효로 성당이라고 꽤 눈에 띄는 건물이 있다. 용산신학교는 1892년, 성당은 1902년 건물이다. 뭐 그런 것도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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