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복이다. 태풍 카눈은 제주도 근처에 도달했고, 북한 김정은은 자기가 원수라고 중대 발표를 했다. 나름 요식행위에 참가하지 못하면 좀 아쉬워하는 좋지 못한 성격이라 초복에 영 할 거 없으면 롯데리아 치킨이라도 먹어야지 하고 있었는데(가장 가깝다) 농협 목우촌에서 나온 안심 삼계탕 레토르트가 생겼다. 그냥 봉지채 뜨거운 물에 넣고 8~10분간 데우면 된다.
맛있는 걸 좋아하긴 하지만 어머니 손맛 / 집밥 따위에 대한 로망같은 건 전혀 없는 편이다. 그래서 신경 안써도 되고, 반찬 매일 바뀌는 급식같은 게 제일 좋다. 그다지 크지 않은 돈이면 다 해결된다. 그렇기 때문에 자치구에서 운영하는 관리 괜찮게 되는 급식소 같은 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맛있는 게 생각나면 그때 사먹으러 가면 된다. 급식이라는 표준형 요리에 익숙해지다 보면 가끔 먹는 맛있는 게 더 맛있게 된다. 종종 요리를 하기도 하지만 그건 맛있는 걸 먹어봐야겠다라는 열망에서 나온 행동이라기보다 뭔가 만들어봐야겠다 하는 열망에서 나온 추이가 더 크다.
이에 비해 설거지는 좀 좋아한다. 그릇, 컵이 깨끗해지는 게 눈에 두드러지게 드러나기 때문에 만족도가 크다.
여튼 위의 목우촌 안심 삼계탕이 생겼는데 검색해 봤더니 나온 지 얼마 안 지났는지 체험단 모집에 대한 글 이외에 맛이라든가에 대한 평은 거의 없다. 혹시 저걸 사 먹어볼까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한 가벼운 후기를 남기자면 :
1회분 분량은 1kg인데 가격이 좀 비싸다. 먹은 건 선물 받은 거긴 한데 옥션 검색해보니 2개들이가 17,900원에서 22,000원까지 분포한다. 17,900원이라고 해도 개당 8,950원. 이 정도면 그냥 백제 삼계탕이나 영양센터 가는 게... 레토르트면 5,000원 정도면 적당할 거 같은데 그게 안되서 저런 거겠지만 그래도 그렇지.
내용물은 닭 한마리(영계)에 마늘이 많이 들어있는 국물. 완연한 흰색 불투명 기름물 기반으로 푸른색이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에 따로 통파라도 썰어넣어야 그나마 신선해 보인다. 하지만 파가 없어서 청양 고추를 썰어넣었다.
밥도 들어있고 인삼도 한 뿌리 들어있는데(꽤 큼지막한) 그런데 전반적으로 좀 부실하다. 그 증거로 먹은 지 3시간 정도 지났는데 현재 배가 고프다. 이게 맛이 있다고 하기도 그렇고, 없다고 하기도 그렇고, 이상하다고 하기도 그렇고, 안 이상하다고 하기도 그렇고 뭔가 애매하다. 이게 뭐냐 하고 못 먹을 맛은 분명히 아닌데 그렇다고 아, 저번에 먹었던 안심 삼계탕 맛있던데 또 사다 먹을까라고 말하긴 또 그렇다.
여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날이니까 쓱싹쓱싹 다 먹었다. 그럼 된거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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