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걸 그룹들이 있고, 그 안에 표준 구성(노래 반, 춤 반, 래퍼 한 명)으로 래퍼가 포함되어 있다. 구성이 약간 다른 그룹도 물론 있어서 소녀시대의 경우엔 래퍼가 없고(효연과 수영이 겸하고는 있고, The Boys에서는 멤버 전원이 랩 비슷한 걸 했다), 원더걸스는 다섯 명 중에 두 명이나 들어가 있다.
어릴 적 부터 래퍼가 되고 싶다는 꿈을 안고 열심히 연습해가며 걸그룹 멤버가 되었든, 연습생으로 있다가 보니까 돌아가는 판세를 보아하니 난 래퍼로 승부봐야겠구나 결심해 전략적으로 임했든, 아니면 기획사 사장님이 얘야 넌 래퍼가 적당하니 이제부터 랩 연습을 하여라라고 해서 울며 겨자먹기로 시작한 것이든 시작은 여러가지가 있을 거다.
하지만 이들은 이제 래퍼가 되었고 이 시대의 여성 래퍼로 메이저 무대에서 활동하며 그룹과 곡 안에서 약방의 감초/양념이나 향신료/구색 맞추기 역할을 해내고 있다(사실 랩만 하는 멤버는 거의 없고 춤도 추고, 코러스도 넣고, 가끔 노래도 부른다). 물론 팀 내에서 평균적으로 다른 멤버들에 비해 존재감도 인기도 떨어진다는 약점이 있기는하다.
어쨋든 지금 '여성' 래퍼들이 아마도 우리나라 가요 역사상 가장 많이 존재했던 시기를 거치고 있고, 연말 시상식에서 걸그룹 래퍼들을 모아 놓고 공연을 해도(한 적이 있다) 꽤 많은 수를 등장시킬 수 있다. 이제 이들 중에 누군가는 아, 난 랩을 좋아하는구나 결심하며 절차부심해 앞으로 대형 래퍼이자 뮤지션으로 성장해 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아 이따위 짓 빨리 때려치고 연기나 버라이어티를 해야지 하는 분들이 있을 거라는 점도 분명하다.
보면 대충 몇 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윤미래, 또는 윤미래 스타일의 변형 미료를 벤치 마크하는 타입 / 미국 랩 스타들을 따라하며 커간 유형 / 내레이션을 좀 거창하게 하는 유형 / 완연한 마이 웨이 타입 정도로 나눌 수 있다. 아래에는 대충 이런 멤버들이 있다는 이야기나 해 볼 생각이다. 무순, 그냥 관심있는 멤버들만.
1. 미료 (브아걸) - 매번 나오는 이야기지만 브아걸은 걸 그룹으로 분류하기가 좀 애매하기는 하다. 하지만 어쨋든 아브라카다브라 이후로 걸 그룹 중흥과 함께 가는 행보를 보인 것도 사실이다. 미료의 경우에는 2000년 허니패밀리 객원 래퍼로 데뷔했으니 벌써 저 바닥 12년차이고, 얼마 전에 MIRYO aka JOHONEY라는 솔로 EP를 발매하기도 했다. 일단은 윤미래 다음... 정도의 평을 받고 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솔로 EP는 나름 좋아하는 편이다. 곡도 좋고, 5곡 뿐이지만 구성도 괜찮고, 개리/써니/나르샤 등과의 조합도 괜찮다. 나름 하고 싶었던 것들을 이리 저리 시도하며 풀어가며 좋은 음반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미료 자신에게 있다. 리듬을 타긴 하는데 은근히 발음이 뭉개진다. 브아걸 음반을 들어봐도 예전에는 그런 부분이 눈에 띄지 않는데 4집 Sixth Sense부터 그런 게 보인다. 자세히 들어보면 예전에는 랩을 할때 중간 중간 쉬는 타임이 좀 있었는데 이때 쯤 부터 그런 걸 없애버리고 전반적으로 예전에 비해 훨씬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랩이 음악의 속도를 못따라가고 있다. 이게 가만히 듣고 있으면 무척 신경쓰인다.
랩 완성도를 좀 높이고 나서 이런 시도를 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덕분에 음반 완성도가 조금 떨어지지 않았나 싶어 조금 아쉽다.
2. 유빈 / 혜림 (원더걸스) - 먼저 유빈. 프로 뮤지션의 세계는 결국 톤과 포지셔닝이라고 본다면 유빈은 어쨋든 마이 웨이를 만들었다. 초반 싱글과 음반에서는 그냥 뭐 걸 그룹 아이돌 래퍼였다면 본격적으로 변화한 건 2집의 Be My Baby부터고 Like This에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뭐랄까 들리는 순간부터 어딘가 매우 민망한데 곡의 기존 리듬을 한 칼에 가로지른다... 영어로 하는 건 그렇게까지 어색하지 않은데 한글 랩의 경우에 보다 민망한 기분이 드는 게 내가 가지고 있는 편견인가 싶기도 하다. 여튼 롤모델이나 레퍼런스가 상당히 궁금하다.
혜림은 일단 원더걸스 음반에 최초로 랩 기반의 곡(산이와 함께 한 Act Cool)을 수록했다. 유빈으로서는 좀 아쉬었을지도. 유빈처럼 독특한 래퍼는 아니지만 발음이 선명하고 자신만만하다는 게 장점.
3. 엠버 (에프엑스) - 엠버는 마이클 시노다, 에미넴, MC몽을 좋아한다고 라디오스타에서 밝혔었는데 그때 에미넴의 Lose Yourself를 불렀었다. 그걸 보면서 확실히 저런 쪽을 좋아하나보구나 하고 생각했었는데, 이번 Electric Shock (EP)에 들어있는 엠버 중심의 곡 Beautiful Stranger는 그런 경향을 두드러지게 보여줬다. 이외에도 이번 EP에서는 각종 코러스 등 참여 지분이 이전에 비해 매우 높아졌다. 자기 색을 좀 더 개발하고 솔로 음반이 나온다면 굉장히 웅장한 뭔가가 나오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4. 화영 (티아라) - 2011년에 티아라에 합류하고 Vol.2 Temptastic부터 활동했다. 생각같아서는 가벼운 트로트가 들어간 댄스곡을 하는 티아라 음악에 랩이 낄 자리가 마땅치 않아 보이는데 적절하게 들어가 있다. 일단 내가 관심을 가지게 된 건 'Ma boo'와 '괜찮아요' 두 곡. 개인적으로 '괜찮아요'는 티아라가 케이팝 씬 안에서 어떤 포지셔닝을 취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프로토타입의 곡이라고 생각한다.
화영은 초기에는 윤미래/미료 스타일로 약간 강한 느낌이 있었는데 Day by Day에서는 티아라 음악이 부드러워지는 것에 맞춰 함께 부드러워지고 있다. 어쨋든 개인적으로 좀 팬이다. 티아라를 아직까지 보는 이유라는.
다 써보려고 했는데 귀찮아졌음...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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