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포스팅은 이제 完.
봤다. 뭐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기억나는 것들을 우선 메모. 스포는 물론 있다.
이 영화는 일단 이 놈들에 대한 영화다. 에일리언 1에서 죽어있던 스페이스 자키.
* 일단 나오는 엔지니어들을 보면
- 처음에 지구에 와서 죽는 놈 = 아마도 인류의 조상
- LV-223에서 도망가다 문 앞에서 죽은 놈들
- 갑옷 속에 머리만 남은 채 동면해 있다가 깨어나더니 어버버 하다가 터진 놈(개인적으로 영화 안에서 얘가 제일 불쌍했다) = 인간과 같은 DNA
- 온연한 몸으로 자고 있다가 깨어나 데이빗 머리 뽑고 웨이랜드 죽이는 놈
이렇게 있다. 홀로그램으로 나오는 애들 중에 도망쳐서 문 안으로 들어간 놈들도 있는데 걔네들은 어떻게 되었는지 모른다. 뭐에 도망가고 있던 건지도 모른다.
* 검은 액체를 먹고난 후 반응
직접 노출(먹거나 들어가거나) :
- 처음 나온 엔지니어가 먹은 게 뭔지 잘 모르겠지만 검은 액체라고 하면 걔는 핏줄이 까매지고 끙끙 앓다가 DNA 다 터지고 뼈만 남아 물에 빠진다.
- 찰리 -> 괴로워하다 자살 선택에 의해 불 타 죽는다,
- 지렁이같은 놈 -> 피가 산성이 되고, 힘이 세지고(팔 부러트린다), 왕성하게 숙주를 찾아 다닌다.
지렁이 같은 걸 통해 간접 노출 된 건 :
- 처음에 고립된 두 박사 -> 나중에 열라 화내며 우주선 습격(지렁이와 마찬가지로 힘이 세졌다) -> 막 때려 죽인다(이게 좀 이상한데 숙주를 찾는 거면 그렇게 막 죽이면 안된다, 아래에 보충).
- 엔지니어 -> 뱃 속에서 튀어나온다(다른 엔지니어들도 그렇게 죽었다) : 이건 에일리언 설정
성교에 의한 노출 :
- 엘리자베스 -> 임신한다 : 데이빗이 우선 실험한 찰리가 죽어버렸으니까, 데이빗이 집어넣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있다(난 불임이야~ 했더니 안정제 투여) -> 어쨋든 꿈틀거리는 거 보면 나중에 튀어나올 거고, 빼낸 모습을 보면 앞의 지렁이와 다르게 생겼다(어디 들어가냐 따라 다르다는 뜻이다).
둘이 중요한데
그 지렁이같은 게 입 속으로 들어간 박사를 보면 나중에 분노해 있을 때 입에서 튀어나와 달아난다. 가슴을 뚫고 뛰쳐나오는 게 아니다. 이 점에서 가슴에 구멍이 뚫려 죽은 엔지니어들과 반응이 다르다. 결국 검은 액체가 반응 일으킨 것들 중에 에일리언 같은 게 나왔다는 뜻이다.
엘리자베스에서 나온 애는 오징어처럼 생겼다. 걔는 엄청나게 커져서 다른 숙주를 찾아다니고 결국 엔지니어 몸 속에 들어갔다가 영화 끝날 때 깨어 나온다. 검은 액체 + 찰리 + 엘리자베스 + 엔지니어 결합 변종이다. 퀸이라고 생각되긴 했지만 이건 에일리언하고 다르게 중간 과정이 없다.
* 데이빗
사실 이 영화를 보면서 시종 일관 생각이 드는 건 줄거리를 끌고 가는 게 데이빗이라는 점이다. 또한 그가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이 영화에서 실제 상황에 맞는 플랜을 가지고 LV-223에 간 건 데이빗 밖에 없는 듯. 나머지는 다들 어영부영, 뭐가 뭔지 모르고.
생각해 보면 그 지렁이와 오징어 괴물은 인간은 필요하지만 데이빗은 필요없다. 그렇기 때문에 데이빗은 괴물에 적대감이 없다. 오히려 그를 놀리는 건 인간들이다.
엔지니어와 이상한 언어로 이야기를 하는데 그 때 뭐라고 하는 지 모른다. 어쨋든 그 결과로 데이빗은 머리가 뽑히고, 웨이랜드는 맞아 죽는다. '나는 머리가 뽑혀도 안 죽어'라는 말은 틀림없이 했을 듯.
데이빗은 엘리자베스에게 엔지니어가 지구로 쳐들어가는거야라고 알려서 우주선 충돌을 유도한다. 엔지니어가 어딜 그리 바쁘게 가려고 하는 건지는 사실 영화에 안 나온다. 그리고 마지막에 우주선이 더 있다고 말하면서 같이 가자고 엘리자베스를 꼬시는 것도 데이빗이다.
에일리언에서도 비슷하다. 사실 이런 측면에서 데이빗은 에일리언 3의 안드로이드와 가장 가깝다. 어떤 목적을 분명히 가지고 있다. 이 포커 페이스에 의욕이 넘치고, 왕성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 놈은 웨이랜드가 입력해 놓은 거라는 배경이 깔리긴 하지만 그건 모를 일이다.
결국 두 영화가 다 안드로이드가 / 여자 꼬셔서 / 인간을 괴물 숙주로 만들고자 하는 거대 계획으로 볼 수도 있다. 그렇게 보면 웨이랜드는 재주 넘는 곰일 뿐이다.
좀 더 생각해보면 - 엔지니어가 인간을 만들고, 그 인간이 LV-223에 찾아와 그곳에 마지막 남은 엔지니어를 죽인다 / 인간이 데이빗이라는 안드로이드를 만들었고, 데이빗이 처음에는 웨이랜드를 살리는 척 하다가 엔지니어를 만나면서 드디어 방법을 찾아냈고 그래서 웨이랜드를 죽이고 엘리자베스를 꼬셔 인간을 멸종시킬 계획을 세운다.
- 만약 이거라면 엘리자베스 몸 속에 있던 건 섹스가 아니라 데이빗이 의도를 가지고 넣은 것일 가능성이 크다.
아니면 둘 다 들어있었는데 하나는 수술 기계로 빼냈고(얘는 엔지니어한테 간다), 또 하나는 나중에 배 아파하는 이유가 되는 것(데이빗은 이걸 노리고 있다). 그렇다면 최종적으로 엘리자베스 몸 속에 들어있던 건 아무래도 찰리 통해서 들어간 게 맞겠구나.
에일리언을 생각하면 데이빗의 계획은 실패하고, 저 검은 액체와 2종 생명체 결합 변종 또는 엘리자베스 몸 속에 있던 게 또 다른 것과 결합해 에일리언 1편의 LV-426에서 기다리고 있던 괴물이 된다. LV-426에도 스페이스 자키(엔지니어)가 앉아있던 걸 생각하면 엔지니어는 223에서만 살던 건 아니다.
결국 엘리자베스를 중심으로 찰리 + 엘리자베스 변종 하나와 엘리자베스 + 엔지니어 변종 하나가 있다. 영화 마지막에 나오는 건 뒷 놈이다.
소설을 써보자면 저 2가지 변종 중 하나가 데이빗 + 엘리자베스와 함께 223을 떠나 엔지니어의 고향 426에 가서 거기에 있던 뭔가랑 결합하는 게 아닌가... 그 놈은 뭔지 몰라도 알을 낳는 놈이다.
* 리들리 스콧은 예전 영화들에서도 그렇고 오픈된 해석을 계속 유도한다. 오타쿠 계열 일본 만화들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방식인데, 그런 점에서 영화 전체가 시종일관 낚시질이다. 슬쩍 슬쩍 보여주며 꿰는 화면이 잔뜩 있으니, 알면서도 계속 꼬여들어간다.
어쨋든 그는 이런 낚시질도 병행했다.
리들리 스콧은 스페이스 죠키의 우주선이 에일리언의 알을 투하하는 폭격기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 리들리 스콧은 LV-426(에일리언)에 있던 우주선은 불시착한게 아니라 정상적으로 착륙해있던 것이라고 말했다 / said the Space Jockey Ship from LV-426 was "heading somewhere else" other than Earth
결국 보고 난 결론은 이건 걸작도 아니고 범작도 아니고 그냥 딱 리들리 스콧 영화. 거기에 약간은 스페이스 오딧세이같은 걸 만들고 싶었던 듯. 인류 기원에서 영화가 시작하고, 인간이 기원을 찾아가고, 컴퓨터는 자기 목적을 가지고 사람을 이용하고 등등 + 거기에 에일리언 유래설은 덤.
리들리 스콧은 개인적으로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 몇가지 요소 - 미국 영화, 공포 영화 - (하지만 긍정적인 요소로 SF 영화)가 결합되어 있기는 한데 계속 챙겨보게 된다. 그런 점에서 개인적으로는 냉소와 놀림으로 일관하고 있는 데이빗 린치와는 좀 다르다. 프로메테우스를 보고 나서 왜 나는 리들리 스콧을 챙겨보게 되었나 하는 점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해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