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걸스는 뭘 해도 착해 보인다... 심지어 한 성격할 것 같은 예은도, 톡톡 쏘는 느낌의 소희도, 옛다 내 랩이다라고 외치는 혜림도 이 안에 껴 있으면 착해 보인다... 이게 문제다. 그런 건 아무 것도 몰라요 하고 있는 얼굴을 하고 있는 데뷔 1년차 걸그룹들이 훨씬 잘한다.
벌써 5년차에 접어든 후크송을 부르던 걸그룹 1세대들은 초반의 너무나 강력했던 이미지 덕분에 선택할 수 있는 길이 그렇게 많지가 않다. 아예 포지셔닝을 다르게 잡고 출발한 2ne1이나 f(x)와도 다르다. 제이팝에 사뿐히 안착한 카라와도 다르다.
이들이 원래 레트로 풍 디스코를 불렀었다고 해서 사정이 그렇게 크게 변하지 않는다. 어쨋든 슬슬 포스를 풍겨야 하는데 귀엽고 예쁜 척 하던 애들이 어느날 갑자기 이렇게 어른이 되었어요하는 것도, 사실은 디바였어요 아아아아~ 하는 것도 영 난감하다.
이미지 변신에는 댓가가 따른다. 당연히 플랜이 중요하다. 별 생각 없이 그걸 실현하려고 하면 무리하게 벗든지, 디바 흉내를 내며 소리를 질러대든지 하는 현상이 일어난다. 그런 위화감을 어떻게든 중화시키며 그 와중에 방긋방긋 웃으며 좋은 것들만 잡으려다 보니 계속 '곡은 분명 좋은 거 같은데 이거 뭔가...'하는 현상들이 나타나게 된다.
태티서가 나왔을 때 차라리 잘 됐다 싶었었는데 이제 그런 건 태티서, 혹은 앞으로 나올 다른 유닛으로 밀어버리고, 소녀시대는 Gee를 더 파고 들어가 보거나 아니면 안착할 다른 지점을 찾는 게 나을 거 같았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이나 다른 나라 시장에도 진출해 있으니 여러가지 더 감안할 문제들이 있긴 있다. 하지만 작곡가 좀 유명한 사람으로 고른다고 해서, 프로듀서를 어디서 데리고 왔다고 해서, 안무를 어디서 사왔다고 해서 금방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다. 라이벌이 없다는 건 시장이 없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 점에서 원걸이 완착할 만 한 곳은 탄탄한 배경의 신스팝이나 일렉트로 계통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어쨋든 복잡하지 않은 음악을 아주 탄탄하게 해내야 한다. 뭐 다른 게 하고 싶으면 유닛을 하든지, 솔로를 하든지 하면 된다. 2007년 한국을 들썩거리게 했고, 이제 5년차인 중견 그룹 아닌가, 뭔들 못하겠나.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저번 음반의 Nu Shoes나 중간에 나온 싱글 the DJ is mine의 등장이 무척 반가웠었다. 적어도 이건 원더걸스만 하는 음악이고, 꽤 어울렸고, 곡도 좋았기 때문이다. 그래, 드디어 맞는 옷을 찾았구나 싶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번에 나온 Wonder Party는 전혀 그런 음반이 아니다. 거의 동시에 음반이 나오는 빅뱅, f(x), 그리고 이제 나올 2ne1을 생각하면 원더걸스가 무슨 길을 걷고 있는지 확실하지 않다. 아니 명확하게 알기는 하겠는데 과연 저 길이 괜찮나 싶다.
저번 음반을 동어반복하고 있다. 물론 완성도가 높은 좋은 곡들이다. 그리고 열심히 한다. 뭔가 안 맞는 듯한 가면들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 정말 열심히 한다. 노력으로 모든 걸 극복하려고 한다. 하지만 대체 뭐를, 이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Girlfriend와 Sorry는 좋은 곡이지만 여기에 이런 식으로 끼는 게 맞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R.E.A.L은 Act Cool의 유빈 + 혜림 확장판이고, Like This는 Be My Baby의 연장선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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