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615

여러가지 상념들

1. 모 글을 읽고 단편적으로 떠오르는 생각들. 그 글이 꽤 큰 영향을 미쳤지만 그런 건 다 별론으로 하고 A->B / C->D에서 D 쯤에 해당하는 이야기들이다.

1-1. 어렸을 적에 집에 백과사전이 있었다. 뭐 그랬다. 계몽사 것도 있었고, 소년 소녀 문학 전집도 있었고, 능률에서 나온 뭔가도 있었고, 나중에는 브리태니커도 있었다. 이런 것들을 여튼 줄기차게 읽었다. 보고 또 보고 또 보고. 딱히 다른 볼 것도 없었고. 그것들은 사실 '동경의 대상'이라기 보다는 적절한 타임 킬링용 심심풀이 땅콩에 더 가깝지 않았나 싶다. 아, 이 위대한 백과사전이라니 류의 생각은 해 본 기억이 없다. 나중에 가서는 이게 즐거움과 동시에 사회 생활을 하시던 어머니의 반대 급부라는 사실 때문에 짜증 비슷한 것들이 섞이기는 했다.

1-2. 구 소련 학생들이 있던 유물론 교과서 번역판을 가지고 있던 적이 있다. 조악한 책자였는데 지금은 어디있는 지 모르겠다. 찌라시 아니고 정식 출판물이다. 걔네 나라에서 나왔고, 혁명의 기운을 지속시키기 위해 걔네 나라 애들에게 가르치는 교재인데 이게 학회 같은 걸 하면 줄기차게 까였다. 뭐 마르크스, 트로츠키, 나중에 스탈린의 관계를 생각하면 본류 마르크시즘에서는 그럴 수도 있기는 한데 여튼 꽤 재미있다라고 생각했었다.

1-3. 모뎀을 처음 지니고 인터넷이라는 걸 처음 접했던 경험을 기억하고 있다. 텍스트 터미널 모드였고 http는 아니었는데 ftp였나.. 주소 앞에 적는 게 뭐 였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접속할 수 있는 주소록을 보며 제일 처음 들어간 곳은 브라질에 있는 중앙 도서관이었다. 할 수 있는 건 하나도 없었지만 그래도 주소록 리스트 중에 '가장 멀리 있는 곳'에 들어간다는 묘한 설레임이 있었다. 아, 여기는 브라질인가, 거기 어디엔가 있는 컴퓨터에 이렇게 들어가는 건가. 다음 날 주변 사람들에게 말했지만 다들 그냥 시큰둥해 하기는 했지만.


2. 예전에 오소리가 지 몸만한 큰 쥐를 물고 수풀에서 튀어나오다가 나와 마주친 적이 있다.. 걔도 놀라고, 나도 놀라고. 내 쪽 입장에서는 헉 쟤 뭐냐, 설마 오소리? / 그 쪽 입장에서는 헉 쟤 뭐냐, 설마 사람? 동물도 그럴 땐 꽤 어리버리한 표정을 짓는다. 하긴 뭐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만 봐도 다양한 표정이 있다.

개들의 표정하면 생각나는 게 주인을 잊어버렸을 때 당황스러워 하는 표정이 있다.. 비글인가 슈나인가가 그런 표정을 짓고 헐레벌떡 두리번거리며 돌아다니는 모습을 봤었는데 굉장히 슬펐다... 그 표정 못 잊는다... 고양이는 길러 본 적이 없어서 그런 지 표정을 잘 못 읽겠다. 가끔 마주치는 길거리 고양이들은 삶에 찌들어있는 것 같다.


3. 유로 2012가 시작하면서 축구를 보고 있다. 다른 건 그냥 넘어가고 이태리 경기만 본다. 벌써 두 경기를 했는데 스페인 전, 크로아티아 전. 둘 다 비겼다. 현재 스페인 승점 4, 크로아티아 승점 4, 이태리 승점 2, 아일랜드 승점 0. 다음 경기는 스페인 vs 크로아티아, 이태리 vs 아일랜드. 무승부가 둘 나오는 바람에 이 조의 경기는 엉망이 되었다. 여튼 카테나치오는 이제 전설의 고향에나 나올 무용담이 되었다. 그리고 유벤투스가 잘 하면 뭐해, 얘네들은 로마 비행장에서 토마토 몇 대 맞지 않을까 싶다. 나도 던지러 가고 싶다.


4. 이해가 어려운 게 아니라, 이해할 마음이 안 생기는 정신의 조합들이 있다. 여튼 '모두' 어떻다, '그들은 다' 그렇다더라 이런 류의 말들은 조막만한 신뢰도 사라지게 만든다.


5. 오스트롬 여사가 돌아가셨다(78세)... 세상이 이 모양이 된 거에 분명 책임이 있으신 분이라고 생각한다. 경제'학'이, 특히 수학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경제학이 현실 정치에 끼어선 안된다는 생각도 변함없다. 그래도 갖은 상념들이 겹친다. 이제는 Rest In Peace.


6. 이거 말고 다른 무슨 할 이야기가 있었던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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