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613

20120613

아고라에서...

 

12년전 내가 아직 성인이 되지 못했던 그 해 온라인 게임의 정모에 용기를 내어 참석하게 되었다. 사회성이 없고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성격에 정모참석은 내게 있어 하나의 도전이었지만 반쯤은 설렘과 반쯤은 두려움으로 초조하게 시간을 기다렸다.

시간은 다가오고 휴대폰이 일반적이지 않았던 때라 정모 주최자의 전화로 공중전화에서 전화를걸어 어색한 게임아이디를 말하며 확인을 했다.

당시 그때 만났던 그형님의 나이는 30 그리고 그때 처음만났던 나의 아내의 나이는 21, 어색한 분위기를 그형님은 이내 친숙하게 만들어주며 그때 그 정모를 내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한때로 만들어 주었다.

우습지만 그런 온라인게임에서 만났던 그 형님도 당시 정모에 나왔던 누님과 결혼했고 몇년이지나 나도 내아내와 결혼함으로서 온라인게임커플이라는 동질감이 생기게되었다. 하지만 사는지역이 서로가 멀고 결혼이라는 사회적 장벽을 넘는 성인이 그러하듯 정말 가끔 얼굴을 잃어버릴때먼 한번씩 만나곤했다.

그리고 지난달 그 정모에서 만났던 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그 형님이 투신자살 하셨대요"

상상도 못했던 소식에 아내는 울었고 난 당황스런 마음중에도 잠시 계산을했다. 내가있는곳은 전남 순천 형님이 계신곳은 인천... 워낙에 먼거리와 휴무가 없는 자영업인 관계로 잠시 갈등을하다 그자리에서 채비를하고 차에 올랐다.

5시간넘게 운전하여 도착한 그곳엔 그때 그 누님이 초최한 얼굴로 우리 부부를 맞았다. 수많은 이야기가 오고갔고 당뇨와 영양 불균형으로 이빨마저 거의 빠져버린 누님의 얼굴은 처참하기 이를데 없었고 누님의 이야기는 더욱더 처참했다.

결혼생활 10년중 직장생활 2년이채 안되는 남편... 남에게 보이는 모습은 좋게보이고싶어 그간 우리와 가끔 만날때마다 무리하게 카드를써가며 봐왔지만 그 이면의 현실은 돈이 없어 밥조차 굶어야하고 하루에도 몇번씩이나 빚독촉에 시달리는 현실들, 찬거리가 없어 맨쌀밥에 고추장을 비벼먹고살았던 이야기들과 마지막에 부모님이 계신 방향으로 절을하고 옥상에 올라가 뛰어내린 그 형님의 마지막까지 내가 그저 할수있던건 조금 두둑한 조의금봉투와 형식적인 위로뿐이었지만

돌아오는길은 착잡하기가 이를데 없었다 나이 40대초반에 생을 마감한 그형님은 장례식에도 친구하나 없었던 삶을 살았고 떠나간뒤 빈자리에도 좋은소릴 들을수 있는 남편이나 남자가 아니었다.

경재능력의 부재 소위 무능이라 말하는 현대 사회의 남자의 요구조건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 그런분이었으며 돈을 못벌어온 그의 과거에 모두들 무책임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누님은 단돈 100만원이라도 매달 주었다면 모시고 살았을거라 그렇게 말한다.

내가 매장에서 아르바이트에게 주는 그 금액이 누군가에겐 생존이며 삶의 이유일수도 있다는사실이 다시금 떠올려졌다. 무능은 죄가 아니다. 하지만 무책임은 죄다.

이시대의 가장이기에 무능이 무책임이되고 결국은 자살까지 해야했던 그 형님을 나또한 옹호할수는 없다. 하지만 그냥 그렇게 사는게 삶의 방식이었던 고인에게 자신으로 인해 고생하는 아내의 모습은 그형님이 낼수있던 마지막 용기로 자살을 선택하게했다.

나 스스로를 돌아본다. 그형님 보다  10살어린 내 나이.... 가끔만나 이야기를하면 난 항상 어떤 가게의 사장이었고 형님은 그냥 일다닌다고 했다. 나도 남자라 조금은 치끼어린 자만심에 자기자랑을 만났을때 조금씩 했는데 그때의 그런 나의 말들이 그 부부에겐 서로를 할퀴게되는 동기를 던져주었을까?

나의 풍요로움이 그리고 내가사는 행복한 모습들이 가지지 못한 누군가에겐 상대적 불행을 주는 일인걸까.

어릴적 어머님께서 가끔 고기먹던 날 내가 큰소리로 형들을 부르며 "고기먹자" 라고 외치면 입술에 손가락을 조용히 대며 세입자들이 들을까 걱정된다 하시던 그때가 떠올랐다.

어머님의 그때 그 행동을 이제는 가슴으로 이해하게되었다.

내가 사는 풍요가 누군가의 어려움을 통해 얻어지며 그 모습자체가 누군가에겐 상대적인 불행으로 비춰질지 모르겠다고..... 지나간 과거 내게는 몇년이 지나면 잊혀질 사람이지만 그는 우리 부부를 만나게해준 사람이었으며 적어도 내가 아는 모습에선 재미있고 좋은 형님이었다. 그가 지나간 남은자리가 어떠했든 고인이 바라듯이 난 그의 모습을 난 좋게 기억해주고싶다.

형님... 부디 그곳에선 그런 부담감없이 행복하게 지내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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