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207

극히 개인적인 걸그룹 노래 열전

샤워하다가 너무 추워서 몸에 힘을 꽉 줬더니 다리에 쥐가 났다. 한심해하며 방에 앉아있다가 심심해서 써본다.

 

2007년 원더걸스 이후로 국내 대중 음악의 메인 스트림은 누가 뭐래도 걸그룹이다. 음악을 좋아하고 하여간 뭐든 소리나는 걸 듣는 걸 좋아하는 이 중 한 명으로써, 한 우물만 파는 리스너가 아니라면 좋든 싫든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사실 이 이야기를 쓰려던 건 벌써 꽤 예전, 그러니까 카라가 데뷔했을 때 슬슬 걸그룹 열풍은 끝나겠구나 싶어서(한때 핑클-SES였고, 당시엔 원걸-소시 상황에 주얼리가 양쪽에 발을 걸친 상황에서 카라도 등장했으니 이제 흐름이 조금 바뀌겠구나 하는 단견을 가지고 있었다) 뭔가 생각할 꺼리들을 정리해 볼까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보다시피 상황은 전혀 다르게 전개되어 갔다.

어쨋든 아이돌로 대표되는 상업적 대중 음악이 시스템과 테크닉, 대규모 공연의 노하우를 발전시켜가고, 록밴드나 비상업적인 인디 밴드 그리고 실력 좋은 가수들이 음악신 자체를 발전시켜간다. 이런 정반합으로 결국 대중 음악이라는 전체 신이 발전해 간다고 믿기 때문에 한쪽에 대한 괜한 폄하의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 둘이 절묘하게 결합된 마이클 잭슨이나 마돈나, U2 등등의 예가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얼마나 유명하고, 얼마나 많은 돈을 벌었는지를 생각해보면 대충 답이 나온다. 그런 사람이 여기 있다면 벌써 월드 네임드다.

 

그리고 또 하나. 얼마전 트위터, GQ로 이어진 SM 세명(이상)의 노예 드립 발언들을 보면서 또 뭔가 정리하고 싶은 생각들이 생겨났지만 일단 그에 대한 의견은 뒤로 미룬다. 어쨋든 거기서 보여진, 대중 음악이지만 분명 예술의 하나를 하고 있다는 사람들이 가진 비유와 상징에 대한 몰이해와 단어에 대한 집착은, 실망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말하자면 상상력이 부족하고, 아이돌에 대한 (잘못된) 이해는 결국 스스로 양산해내고 있는게 아닌가 생각된다.

 

옛날 사람이라(-_-), 아직 싱글 중심의 음악 시장에 익숙하지 않아 뭐 좀 괜찮다 싶으면 네이버 뮤직에서 무조건 풀 앨범(혹은 EP)으로 구입했고, MV나 방송의 라이브는 거의 안보고 노래만 들었으므로, 아 버라이어티를 많이 보기는 했다, 하지만 멤버에 대한 선호도는 제외하고 일단 음악 듣는 입장에 치중한 선별이다.

2007년 원더걸스 데뷔 이후 걸그룹들이 후보군이고, 브아걸은 제외. 개인적으로 앞으로 내가 음악을 듣는 생활을 계속 해 나가는 데도 영향을 미칠 나름 충격적, 혹은 그럴싸한데 싶은 곡들을 뽑아봤다. 무순.

 

1. 원더걸스, Tell me

어쨋든 이 노래는 첫타자다.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대중 음악사가 기록된다면 2000년대 초반 걸그룹 전성시대의 시작을 알린 곡이고, 그에 걸맞는 역할을 해냈다. 후크송이 유행이 되었고 수없이 많은 곡들이 등장했지만 여전히 이만한 후크송도 없다.

예전 아이돌 시대의 (사실 별로 안좋아하던 재미없는) 곡들에 비해 오, 이거 들을 만 한데라고 생각하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곡 전체에 흐르는 넘실거리는 그루브는 여전히 좋고, 여유롭게 끝까지 흘러가는 감각도 좋다.

 

2. 2NE1, Let's Go Party

2NE1 곡들은 다 좋아하기 때문에 뭐로 할까 고민했는데 아이튠스의 지금까지 들은 재생 횟수가 이 곡이 1위길래 이 곡으로. 작년 언젠가부터 기록이 되기 시작했는데(그 전에는 아이팟 미니와 동기화도 안되었고, 뭔가 문제가 좀 있어서 리셋이 되었다) 지금까지 48회 들었다.

참고로 내 아이튠스 총 9803곡 중 가장 많이 들은 곡 1위는 박봄의 You & I, 2위는 산다라의 Kiss, 3위가 Let's go Party다. 이것만 봐도 최근에 내가 이런 종류의 음악을 얼마나 많이 들었는지, 그리고 그 중심에 2NE1이 있다는 게 실감이 난다.

2NE1은 여하튼 최고 신난다.

 

3. 티아라, YaYaYa

이 곡에 대한 이야기는 예전에 한 번 한적이 있다.

http://macrostars.blogspot.com/2011/01/2011-1.html 의 8번에 있다. 이 노래는 여전히 신기하다.

그리고 Ma Boo라는 트로트와 일렉트로닉, 후크가 결합된 신기한 곡도 재미있다. 이 곡은 졸면서 듣다보면 한 세 곡쯤 들은 기분이 된다. 사실 Temptastic이라는 EP 자체가 이것 저것 집어넣어 뭐라도 걸려라 싶은 분위기가 있다. 또 티아라의 곡들을 들어보면 기본적으로 트로트가 생각나는 멜로디를 베이스로 하고 그 위에 뭔가 쌓아 올려 덮은 게 많다.

 

4. Miss A, Bad Girl Good Girl

소녀시대나 원더걸스의 반듯한 이미지보다는 대형 기획사 바로 아래 타자인 Miss A와 F(X)의 약간 튀는 애티튜드에 꽤 호감을 가지고 있다.

특히 Miss A의 음악을 들을때 계속 귀를 압도하는 미드음을 중시한 탄탄한 소리를 무척 좋아한다. 원더걸스도 그렇고 이쪽이 이런 둔탁한 소리를 잘 만든다. 이 노래는 시작할 때 나오는 엄한 내레이션을 제외하고 모든 부분이 완벽하다. 지루할 틈도 없고 억지로 집어넣어 튀는듯한 부분도 없다. 굉장히 좋아하는 방식이다.

이외에도 Step Up이라는 곡도 꽤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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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 시작할 때 생각과는 다르게 재미가 영 없으니까 사진도 하나 -_- 페이 달리기 잘하드만.

 

5. F(X), Nu ABO

이 노래는 아무 문장이나 맘에 드는 걸 뽑아 연결한 듯한 가사가 좀 이상하기는 해도 무척 흥미진진하다. 반복적인 베이스와 리드신스가 끌고가는게 꽤 좋고 뭔가 더 대단하게 나아갈 수 있었을 거 같은데 아이돌이라 이 정도에서 정리한 듯해 못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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