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명의 알렌이 최근 내 생활 패턴에 꽤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나는 데이비드 알렌. Getting Things Done이라는 책을 쓴 사람이다. 이건 사실 GTD 방식이 정말 효율적이고 좋다는 데서 시작했다기 보다 앱을 사서 써보고 싶은 마음에 연구하기 시작한건데 나름 괜찮은 라이프 솔루션이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면 다음 링크를 참조.
http://macrostar.tistory.com/261
그리고 또 하나는 알렌 카다. 그러고보면 컨설턴트 따위 흥! 이러면서 살아 온 인생인데 두 명 다 컨설턴트다. 컨설턴트라는 직업이 확실히 여러가지 면에서 대단하긴 하다.
금연을 하고 있다. 조금 더 알렌 카의 표현에 가깝게 말하자면 "즐겁고 신나는 비흡연자의 인생"을 살고 있다. 이걸 여기저기 알리는 게 좋은 지, 몰래 하는 게 좋은지 의문이 있기는 한데 여기저기 알려놔야 감시의 눈도 좀 높아지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이제 일주일 밖에 안 지났기 때문에 솔직히 미래는 모른다. 니코틴이 몸에서 완전히 빠져나가는데 3주~1달 쯤 걸린다고 해서 일단 3월 8일을 D데이로 잡고 그때까지 어떻게 흘러가면 뭐든 되겠지라고 생각하고 있다.
제대로 된 걸로 따지면 이번이 정확히 세번째 금연 시도다.
논산 훈련소가 금연이라 훈련병 시절 내내 금연을 했었다. 한 3개월이 조금 안됐나 그랬다. 그때는 강압적이었고, 딱히 다른 수가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인지(아예 없었던 건 아니었지만) 금새 깨끗하게 포기했다. 그래서인지 별로 힘든 것도 없었다. 금연침이나 흡연 보조제 같은 걸 주기도 했지만 그런 것들도 전혀 건들지 않았다. 사실 침이 훨씬 무서웠다. 귀에다 쇠꼬챙이를 쑤셔 박다니... -_-
당시의 포기 경험에 비추어보면 니코틴의 금단 현상이라는 게 별게 없다. 사실 주변에서 너무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에, 아 저기가면 살 수 있는데 하는 생각이 금연을 어렵게 만드는 주범이다. 당장 법으로 전면 금연을 실시해도, 화가 난 흡연 유권자들에 의해 정권이 바뀌거나 하는 정도지 폭동같은 건 나지 않을거라 생각한다... (다시 생각해보니 날 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3주 정도 금연을 한 적 있다. 지금 일주일 밖에 안된 상태에서, 사실 약간 조마조마한 것도 그때의 경험 때문이다. 이게 다들 쉽게 쉽게 하는 거 같고, 흡연을 해본 적이 한 번도 없는 사람에게는 그냥 안피면 되는 거 아닌가, 뭐가 고민이지라며 전혀 이해가 안되는 일이겠지만, 만만한 일은 분명 아니다.
그렇지만 자신에게 일어나는 금단의 증상을 주의깊게 관찰하는 건 살짝 흥미롭다(알렌 카는 그러지 마라고 했다, 자신에 대한 동정이나 희생감의 분출은 사태를 전복시킨다).
어쨋든 당시 3주의 금연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런데 감정이 기복도 심해지고 더불어 매우 raw해 진다. 이렇게 말하면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다른 표현이 잘 생각나지 않는다. 비유적으로 말해 감정이라는 것과 나 자신 사이에 필터같은 게 있었는데 그게 사라진 느낌이다. 날 것. 딱 그거다.
날카로운 거와는 다르고 그냥 무방비인 상태에 가까운 거 같다. 뉴스를 보다가 우울한 이야기가 나오면 확고하고 분명하게 어딘가 송곳처럼 찔리며 우울해지고, 코미디를 보면 세상에 이런 일이 있나 싶게 웃긴다. 예전에는 긴가민가했었는데 이번에 다시 경험해보니 나름 확실하다.
알렌 카는 이런 금단 현상이 몸 속의 니코틴이 다시 흡연을 하게 만드는 거라 꼬득이는 거라고 말한다. 괜찮은 비유다. 예전 속담으로 "회가 동하다"와 비슷하다. 결국 가장 약한 부분 - 감정의 기복이 심한 사람에게는 감정을 - 을 무의식이 붙잡고 늘어지며 니코틴을 다시 부르고 있는 것 정도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원래 냄새, 향에 좀 민감한 편인데 이건 완전 버라이어티하다. 현재로서는 이것과 두통이 조금 문제다.
다시 느끼지만, 니코틴이라는 건 나름 참 굉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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