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만 가만히 있을 땐 잘 몰랐는데 저번에 여행으로 지방에 내려가보고 두가지에 깜짝 놀랐다. 하나는 구제역. 강원에서 경북으로 이어진 여행 내내 우리는 도로에서 구제역 소독 시설을 만났다. 고개 하나 넘으면 나오고, 동네 한번 바뀌면 나오고.
그 추운 날 군인, 공무원, 경찰 등등이 길가에 서서 차에 뿌려지자 마자 창문에 얼어붙는 무언가(석회가루라고 들었다)를 뿌려댔다. 그냥 뉴스로 볼 때는 사실 뭔가 심각하구나 정도 느낄 뿐이지만 직접 보면 현실적으로 실감이 난다. 당사자라면 충격의 강도는 차원이 다를 것이다. 그때부터 벌써 한달이 지났고, 상황은 훨씬 더 심각해져있다.
또 하나는 4대강 공사. 낙동강 근처 길을 지나며 저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토사들은 과연 뭔가를 한참 생각했었는데 문득 이게 4대강 공사구나라고 깨달았다. 그 거대한 규모 덕에 멀리서 봐야 뭔가 진행되는 구나 알지 가까이서는 이게 뭔지 감도 잘 안잡힌다.
작년에 여주에서 몇 개의 다리가 무너지는 현상이 발생했다고 한다. 그리고 역행 침식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아래 링크 참고.
현상을 하나의 이론으로 설명할 수는 없겠지만, 어쨋든 생각의 range를 넓혀야 한다. 그래야 보다 폭넓은 이해와 대안 마련이 가능하다. 지금 메인 스트림 방송과 뉴스로는 사고의 폭이 전혀 넓어지지 않는다. 반복에 의한 학습이 있을 뿐이다.
대체 어떻게 해야 하냐는게 감이 전혀 안잡힌다. 그리고 그 일을 추진하는 사람들이 우리나라에서 하필 유난히 추진력이 좋고, 앞뒤 안가리기로 유명하다는 사람들이다. 자연이 조금 뒤틀리기 시작하면 그게 만들어내는 효과는 가늠하기가 무척 어렵고, 되돌리기가 불가능하다. 나중에 구상권을 발동하더라도 돈으로 어떻게 되는 게 아니다. 이 공사의 거대함은 절망감과 동시에 무력함을 느끼게 만든다.
인천 공항 가는 길에 뱃길 공사 하는 것 보면서도 깜짝 놀랐습니다. 동네 하천 정비하는 것만 보다가 그런 거대한 규모의 토목 공사를 목격하니 그저 앞이 깜깜해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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