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의 새 싱글 REAL+ 를 듣고 있다. 싱글이라 2+1곡 밖에 안들어있다. 아이유의 곡은 크게 봐서 BOO/머쉬멜로우/잔소리/좋은날/미리메리크리스마스 등으로 이어지는 상큼 발랄한 곡들이 있고, 또 하나의 줄기로 느리게하는일/첫이별그날밤으로 이어지는 어둡고 칙칙한 곡들이 있다. 이번 싱글은 어둡고 칙칙한 줄기에서 나온 라인이다.
윤종신의 곡이었던 첫이별그날밤도 그랬었는데, 윤상의 곡인 나만몰랐었던이야기를 들을 때도 마찬가지로 과연 이 93년생 아가씨가 이 노래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알기는 하는건가 라는 생각과, 하긴 모를 건 또 뭐 있겠냐 + 모르면 또 어떠냐 하는 생각이 복잡하게 공존한다. 사랑도, 이별도, 식욕도, 섹스도, 흡연의 욕구도 상상 속에서 더욱 증폭되는 법이다.
이해를 하고 있는 것과, 모르지만 분위기를 낼 수 있다는 것 사이에는 여하튼 장단이 있는 법이다. 비음이 살짝 섞인 목소리가 낼 수 있는 포인트를 매우 분명하게 극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주변의 서포트가 매우 좋고, 그걸 잘 캐치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나만 몰랐었던 이야기의 가사를 보면
...사랑은 아니었더라
내 곁에 머물던 시간이었을 뿐
이제야 어렴풋이 알 것만 같아
왜 넌 미안했어야만 했는지
내가 너무 들떴었나 봐
떠나는 순간마저 기대를했었다니
얼마나 우스웠던거니...
대충 이런 식으로 흘러간다. 알고 봤더니 혼자 좋아했었구나, 혹시나 하고 있었는데 끝이었구나라는 스토리. 그런데 이게 뮤직비디오에서는 생각치도 못한 방향으로 증폭시킨다.
일단 처음 든 생각은 아이유의 신봉선스러운 모습을 가능한 최소화시킨 코디와 화장이 굉장하다는 것(사라지진 않지만).
예전 1집인가 있었던 MIA라는 곡의 꽤나 이상했던 M/V가 생각나는데 어쨋든 이 M/V는 논란을 만들자는 의도가 있다는 건 분명해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예전부터 아이유 뒤로 아주 치밀한 거대 기획의 냄새가 풀풀 난다고 말한게 역시 틀린건 아니구나 하고 확인하는 건이 되는데, 이번에는 티가 너무 나서 이전의 로엔스럽지가 않다)
MIA의 M/V는 꼭 한번 보기를 바란다, 곡 자체는 이소라의 듄이나 세이렌이 아주 멀리서 얼핏 느껴지는데, M/V는 그야말로 미스테리한 마켓 포지셔닝과 세계관이 들어있다
http://www.youtube.com/watch?v=wvtxTx19PPg
예전 곡을 들어보면 바라보기/마주보기 같은 약간 힘을 빼고 김윤아처럼 흘리면서 노래 부르는 창법도 있고, 미운오리 같은 어두운 라인의 약간 다른 톤의 창법도 있는데 머시멜로우/잔소리라는 히트곡 이후 EP/싱글에서는 이런 방식을 넣지 않고 있다. 지금의 동네 꼬마애 같은 면모는 사라지겠지만, 앞으로도 볼 게 꽤 남아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좀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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