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124

몇 가지 이야기

1. 포켓몬이 공식 런칭했다. 여름에 속초에서 포켓몬을 잡다가 돌아와서 한 생각은 - 공식 런칭을 하면 포켓 스탑에서 볼을 꾸준히 얻으면서(거의 다 써버려서 사야 한다) 런칭하면 집 근처에 보이는 체육관을 점령해 보자...였는데. 막상 런칭하니까 약간 시큰둥하기도 하고, 아침 저녁 출퇴근 루트 상에 포켓 스탑은 하나도 없고, 집 근처에 체육관도 없다. 결국 매우 시큰둥해 졌다... 데일리 동선 상에서 뭘 할 수 있는 게 아니면 이런 류의 게임은 상당히 귀찮아진다.

예외가 있다면 지오캐싱 정도인데 이건 게임이라기 보다 아웃도어 스포츠로 나 자신이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여튼 그런 이유로 재미가 없어졌고, 아침에 몇 마리 잡다가 볼은 다 써버렸고, 그래서 다시 캔디 크러시의 세계로...

2. 간만에 내가 쓴 책에 대한 이야기를 누군가와 하다가 '현장과 괴리되어 있는 채 써진 책'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다. 이게 좀 문제점인데 내가 쓴 패션 책은, 그리고 패션 이야기는 현장과 괴리되어 있다. 나는 패션 에디터도 아니고, 패션 크리틱도 아니고, 쇼퍼 홀릭도, 트렌드 세터도 아니기 때문에 이 문제는 피할 수가 없다.

사실 책을 쓰면서 이 문제가 상당히 고민이었는데 어차피 에디터도 될 수 없고 쇼퍼 홀릭도 트렌드 세터도 될 수 없기 때문에 지금 상태에서 맥시마이즈한 결과를 만들어 내는 방법 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었다. 즉 통계를 보고 가정을 산출하고 가정한 것들에 대해 쓴 다음 통계로 확인하는 것.

하지만 이 방법은 이상적으로는 흠결이 없는 완전한 이야기가 만들어 질 수도 있겠지만 매우 큰 오해를 할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다. 그 오해에는 파인 튜닝에 한계가 있다는 것, 통계와 흐름에 잡히지 않는 현실이 있다는 것 등등이 포함된다.

여튼 새로 계획하고 있는 책이 있고, 그 책은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라 봐야 내 인력 풀에 한계가 매우 명확하지만)의 이야기를 좀 들어본 다음 본격적으로 착수하고 싶은데 아직 방법을 잘 모르겠다.

3. 프듀를 안 본 상황에서 아이비아이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음신2 때문이다. 거기 김소희, 윤채경이 나온 걸 보면서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특유의 전투적인 면모를 다시 한 번 확인했고 그러면서 아이비아이 -> 아이오아이 -> 프듀 101 전체 방송으로 역추적을 해 들어간 게 일련의 과정이었다.

여튼 윤채경은 에이프릴에 완전히 자리를 잡았고 이제 그 안에서 생각해야 하고 워낙 잘 하고 있는 걸로 보여 큰 걱정이 없다. 별 일이 없다면 내가 응원한(분명 포텐이 있는데 한창 헤매고 있는 그룹을 응원하는 경향이 있다) 걸 그룹 중 두 번째로 1위를 차지하는 그룹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김소희는... 매우 특이한 캐릭터인데... 프듀 기간 동안 자신의 한계를 깨는 데 결국 실패했지만 음신 2에서 비로소 캐릭터 갱신에 성공한 분이다. 이 변화가 매우 컸고 음신 2가 끝나고 CIVA와 IBI를 할 때 그런 기세가 절정에 달했는데 그 후 활동이 주춤해 지는 바람에 문제가 좀 생겼다. 그래도 뭐 조용히 꾸준히 하면 이루어진다는 걸 깨달은 분이니 앞으로 활동에도 기대가 크다. 하지만 이 분은 문제가 좀 있는데...

일단 특유의 순진함과 약간이라도 고급스러운 문화는 하나도 모르는 거 같은 건 장점이다. 자신이 너무 민망해 하지만 않으면 좋은 예능용 캐릭터로 살아날 수 있을 거 같다. 그렇지만 노래 부를 때, 안무 할 때 뭔가 유치원 학예회를 보는 듯한 특유의 과장된 손짓 몸짓이 있는데 그걸 좀 어떻게 개선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뭔가 부자연스럽지 않나...

그리고 MC볼 때, 말할 때 '스~'하는 소리 내면서 숨 쉬는 것도... 아이돌 가수 중에 이런 분들을 종종 볼 수 있는데 노래 부르는 훈련과 무슨 관련이 있는 게 아닐까 가정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비슷한 환경에 있는 분들은 그 소리에 신경을 쓰지 않고 그래서 가만히 두고 있는 게 아닐까. 그래도 말할 땐 그 습관을 버려야 하는 게 그 소리 상당히 크다.

여튼 어제 집에서 일하면서 간만에 헬로 아이비아이를 틀어놨었는데 그거 보다가 생각나서.

4. 가끔 3번 같은 이야기를 쓰는데 조언이라고 하기는 그렇고 개선점이라고 하기도 좀 그렇고 여튼 이러면 좋지 않을까 같은 이야기다. 물론 이걸 본인이 볼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뭔가 생각난 걸 메모 해 놓고, 숨겨 놓고 있다가, 나중에 그게 이뤄지기라도 하면 확인하며 기뻐하는 정도의 용도...

그렇다고 해도 본인이 방송 등으로 팬이나 이 신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내는 여러가지 의견 개진을 들을 의사가 없고 알아서 할테니 신경 쓰지 말아 달라는 표현을 하면 그 그룹에 대해서는 더 이상 하지 않는다.

뭐 이런 나의 행동 안에 모순점이 있다고 생각은 하는 데 여튼 확률이 0.00001%라도 볼 가능성이 존재하기는 하는 행위인 이상 의견을 들을 생각이 없다는 분에게 시간을 내서 뭔가 곰곰이 생각해 보고 써 놓을 이유는 없다.

5. 이곳의 조회수가 미묘하게 늘어나고 있다. 그래봐야 예전에 3명 보던 게 이제는 4명 보는 정도이긴 하지만 그래도 약간 신경 쓰인다.

6. 패션붑에서는 운영을 위해서 후원을 받는 데 많지는 않지만 가끔 후원을 해주시는 분들이 있다. 물론 매우 고마운 일이다. 그런데 약간 고민이 되는 부분이... 만약 누가 보냈는지 알 경우 답례 메일이라도 보내야 할까, 정기적 후원자들을 위해 무슨 선물이라도 해야 할까 등등이다. 익명으로 남아 있고 싶은 분이 분명히 있을 거라 생각하는 게 내가 어딘가 후원하면 그렇기 때문이다. 사실 전혀 알 수 없는 경우도 있었지만 메일 주소 정도는 알 수 있는 경우도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이런 부분을 어떻게 하는 지 대체 모르겠고, 후원자들을 위한 모임이나 파티 같은 걸 개최할 형편은 전혀 안되기 때문에 받으면 기쁘지만 마음 속이 상당히 복잡해 지긴 한다. 그러다 보니 어떤 분들에게는 감사 메일을 보내고 어떤 분들에게는 안 보내고 뭐든 랜덤이고 규칙도 뭐도 없는 상황이다.

디올앤아이를 보다 보니까 : 한 시즌에 2억원 어치씩 옷을 주문하는 손님이라면 그게 어디든 그 옷을 직접 만드는 아틀리에의 쿠튀르에가 찾아가서 문제점에 대해 듣고 정밀한 피팅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런데 하필 이게 오트쿠튀르 준비로 한창 바쁠 때 벌어졌고, 라프 시몬스는 당장 옷을 만들어야 하는 사람이 그런 일 때문에 뉴욕으로 출장 가 버린 상황, 그래서 자신의 컬렉션 용 옷 제작이 스케줄 상 뒤로 밀리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다.

매출이 중요한 사람 vs 자기가 만든 옷이 중요한 사람 vs 컬렉션이 중요한 사람 사이에 일어나는 충돌이다. 한 기업 안에서도 크게 봐서는 디올의 안정과 성장을 향해 가겠지만 미시적으로 보자면 각각의 개인들은 다른 목표를 가지고 있다.

후원자 분들께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나 생각하다 보니 저 장면이 갑자기 생각났다. 뭐 내 상황과는 그다지 큰 관련이 없는 이야기지만.

7. 기본적으로 의뢰 받은 내용의 글만 쓰고(ㄷㅁㄴ에 썼던 글 같은 경우도 결국 ㄷㅁㄴ 멤버로서 내가 나 자신에게 의뢰한 글이다) 의뢰 받은 내용의 책만 쓰는데 그런 와중에 내 멋대로 쓰고 싶은 걸 쓰는 곳은 여기와 패션붑 두 군데다. 그런 만큼 돈벌이 하는 일에 언제나 우선 순위에서 밀리게 되지만, 그래도 여러가지 생각을 마구 늘어놓고 쌓아 놓는다는 점에서 소중한 곳이다.

가능하다면 다른 분들에게도 재미있게 러프한 여러가지 생각들을 엿볼 수 있고 거기서 출발해 자기 생각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그런 곳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

두통, 공습, 직감

1. 주말에 날씨가 무척 더웠는데 월요일이 되니 비가 내린다. 날씨가 종잡을 수가 없어. 오늘은 왠지 머리가 아파서 집에서 일하는 중. 하지만 졸리다. 2.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이 있었다. 드론과 미사일을 상당히 많이 날렸고 대부분 요격되었다. 돌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