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331

두 가지 좀비 이야기를 읽었다

딱히 좀비와 연관된 사건이 있었다거나 한 건 아니고 어쩌다보니 이렇게 되었다. 공포물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데 좀비 이야기는 그래도 좀 보는 편이다. 좀비물에 대한 기본적인 태도를 우선 말하자면 그냥 재밌다. 물려봐야 좀비, 혹시 좀비가 등장하면 어서 빨리 좀비가 되어 한 명이라도 빨리 잡아먹자 - 당연하지만 먼저 좀비가 되는 게 먹을 게 많다.

우선 맥스 브룩스의 '좀비 서바이벌 가이드'. '세계대전 Z'를 봐볼까 싶어 읽어보게 되었다. 저자가 잠깐 발랄한 생각같은 걸 한 거 같기는 한데 서바이벌 가이드라는 거창한 이름이 붙어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솔깃하진 않았다.

머리를 기르지 말것이나 좀비를 모는 방법 등 실질적인 가이드들이 들어있긴 하지만 중간중간 들어있는 이야기꾼 같은 문장들이 서바이벌 가이드를 읽고 있다는 기분을 방해한다. 즉 만약 좀비들이 거리를 누비고 다녀 좁은 벙커에 숨어 이 책을 빨리 읽고 대비를 해야하는 입장이라면 필요없는 것들이 너무 많다.

'좀비 연구서' 정도면 적당하지 않았을까.

 

또 하나는 아이작 마리온의 웜바디스. 아이북스에서 샘플을 다운받아 읽다가 구입했다. 샘플에 들어있는 처음 챕터에서 좀비 시점으로 서술된 사냥을 떠났다가 돌아오기까지 이야기가 꽤 생동감넘치고 재미있었기 때문인데...

하지만 그 이후 계속 되는 이야기들은 그냥 그랬다. 뭐 주인공 좀비가 좀 문제가 있는 좀비이긴 하지만 좀비들이 학교에 다니질 않나, 결혼을 하질 않나, 사랑했던 인간을 보호하고 데려오질 않나 이런 것들이 영 시큰둥해서...

하긴 기존 개념의 좀비나 극의 초반 상태에 그저 멈춰있는 좀비였다면 나올 이야기가 전혀 없긴 하다. 대사가 꿰에엑 꿰에엑 말고 또 뭐가 있겠냐.

20130326

요즘

1. 마음이 너무 조급하다. 될 일도 안되고 안 될 일도 더 안된다. 시한부 선고 받아놓고 세상 모든 일 다 해치워야지 하다가 아무 것도 못하는 꼴이다.

2. 피곤하다. 이건 날씨탓인가 싶다. 어설픈 추위에 몸이 적응을 못하고 있다. 움츠리다가 툭하면 속이 얹힌다. 시간 날 때마다 몇 킬로 씩 걷는데 그다지 효용은 없는 거 같다.

이런 거 보다 더 큰 문제가 있는데. 가끔 사람을 만나 대화를 하다 보면 2시간 쯤 지나면 집중력이 확확 떨어지는 게 느껴진다. 어이쿠 이럼 안 되는데, 이런 귀중한 시간에라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금방 다시 정신이 들진 않는다.

뭐든 기초 체력이다. 곧 ㄷㅁㄴ도 시작하는데 체력 증진을 도모해야 할텐데.

3. 요즘은 샤워하면서 양말을 빤다. 모습을 생각하면 바보같은데 그래도 편하다.

4. 책을 두 권 선물 받았다. 그럴려는 게 아니었는데 ㅜㅜ 감사하다.

2013-03-26 22.40.23

뭔지는 차차 읽고 나서 여기에 기록을 남기기로 하고.

5. 손이 벗겨진다. 환절기마다 오는 증상이긴 한데 올해는 좀 심하다. 피도 나.

2013-03-26 22.39.17

보다 급격한 기온과 습도의 변동 때문일까.

6. 유난히 깝깝하다.

11/22/63을 읽다

스티븐 킹의 11/22/63을 다 읽었다. 침대 옆 스탠드 따위는 없지만 아이폰 덕분에 '잠들기 전에 읽는 책'이라는 꽤 미국 드라마같은 아이템이 생긴 거 같다. 다만 불꺼놓은 방에서 뒤척거리면서 보다보니 눈에 문제가 많이 생기는 거 같다. 아침에 찬 바람을 맞으며 매일 운다. 눈물이 주륵주륵.

번역본은 두 권으로 나왔다. 영어판은 한 권인데 왜 두 권이야 하면서 투덜투덜했는데 며칠 전 교보문고에 갔다가 영어판을 보고 이 두께를 먼저 봤으면 안 봤겠구나 싶었다. 거의 목침 수준이다. 여하튼 아이북스에서 약간 저렴하게 구입했다(알라딘 가격으로 12,150원 14,220원, 아이북스에서 9불, 10불). 그것도 밤에 소일거리하면서 기프트카드로 산 거라

참고 - http://macrostar.tistory.com/335

읽으면서는 이것 저것 할 말이 꽤 많았는데 다 읽고나니 그런 건 다 무슨 소용이람하는 생각이 든다. 세상에는 좋은 일도 있고, 나쁜 일도 있고 뭐 그런 거다. 이 책도 그런 이야기다.

스티븐 킹이 대단한 작업을 하는 거 같지는 않지만(노벨 문학상이나 카프카 상을 탈 거 같지는 않다는 뜻이다) 그래도 다음 문장, 다음 단락, 다음 페이지, 다음 챕터 쉼없이 다음을 궁금하게 만드는 능력은 역시 굉장하다는 생각을 새삼 다시 한다.

그래도, 솔직히 너무 길다.

20130321

아이북스 책 불만

요새 아이북스로 책을 읽고 있다. 불만 몇 가지. 책 이야기니까 여기에.

일단 일본 아이북스 스토어 런칭을 보면 알 수 있듯 아마 한국 아이북스 스토어가 열린다고 해도 마켓이 분리될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 그렇다면 그 때를 대비해 구입 목록을 정리하는 게 나을 것 같은데(요즘엔 미국 only, 스토어 왔다 갔다 하는 건 귀찮아) 그게 좀 애매하기는 하다.

지금 아이북스 스토어에 한글 책들도 꽤 올라와있기는 한데 검색이 어렵다. 이건 좀 일관성이 없는데 예를 들어 '폴 오스터'를 검색하면 아무 것도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스티븐 킹'을 검색하면 온 세상 언어로 된 Stephen King의 모든 책이 다 나온다.

후자가 만들어내는 문제는 예를 들어 스티븐 킹의 한글 번역본이 아이북스 스토어에 올라가 있다는 걸 알았을 때 어떻게 찾아낼 것인가. 저자명 가지고는 어렵고(물론 뒤적거리면 다 나오겠지만) 제목으로 찾아야 한다. 11/22/63의 경우 다행히도 영어본, 영어본(Enhanced Edition), 한글본 1과 2, 퀵 가이드 이렇게만 나온다.

이 책을 구입할 때 문제는 아이북스 스토어에 들어가 스티븐 킹이 쓴 숫자로 된 제목인데... 여서 꽤 귀찮았다는 것.

11/22/63의 경우 출판사가 민음인인데 이 회사가 아이북스 용 이북을 좀 짜증나게 만든다. 저번에 레미제라블 읽을 때는 별 문제가 없었다(이건 다이피아).

2013-03-20 03.35.07

그게 폰트를 가장 작게 줄였을 때 이렇게 나온다. 초등학교 교과서 분위기가 물씬 난다. 더 큰 문제는 한 페이지에 나오는 양이 너무 짧아서 보통 때보다 훨씬 집중해야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지 파악이 된다.

폰트를 바꿀 수는 있는데(한글의 경우 원본, 산돌고딕 Neo외에 나눔고딕과 나눔명조를 지원한다) 원본에서 일부러 명조와 고딕을 분리해서 쓴다든가 등의 모습을 그래도 보는게 낫지 않나 싶어서 원본으로 보고 있었다. 지금은 짜증나서 나눔명조로 바꿔버렸고 그나마 조금 낫다.

사실 이북에서 폰트 조절할 일은 거의 없다. 기껏해야 한칸 키우고, 한칸 줄이고. 그런데 이렇게 폰트 사이즈를 줄여 놓고 다른 책을 보면

2013-03-20 19.50.08

이렇게 보인다. 뭐 한 번에 한가지만 봐 이러면 할 말 없긴 한데 뭐하러 저렇게 큼지막하게 폰트를 해놨는지 대체 모르겠다. 자간은 또 왜 저렇게 넓어.

가능하면 다운 받고 아무 것도 안 건드리고 그냥 볼 수 있게 해 놓으면 좋잖아. 아이폰 크기 얼만한지 나도 알고 민음인도 알고 다들 아는데. 투덜투덜.

20130318

책 읽는 자세

어깨가 자주 뭉치고 두통도 자주 있는 편이라(둘은 원래 같이 가는 건가) 학교 매점에서 구입한 독서대를 오랫동안 쓰고 있다. 이게 여러모로 편하긴 한데 책을 거기에 두면 양 손이 할 일이 없고, 그러다 보니 얼굴 특히 턱 같은 데를 만지작 거리고, 그러다 보니 얼굴에 자꾸 뭐가 난다의 순환이 발생한다. 그게 참 문제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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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토 유키 이 자세에 요새 혹하고 있다. 이 자세는 손은 책에 고정되지만 전반적으로 매우 불편하고, 특히 목에 안 좋다. 하지만 허리를 곧게 펴는 습관을 들일 수 있고, 책이 구겨지거나 하는 염려에서도 (독서대 정도는 아니지만) 그나마 자유롭다. 사실 저렇게 들고 있지 않고 무릎에 올려놓고 있는데(캡쳐할라 했더니 찾기가 귀찮아서) 근데 저건 왜 저러고 있지.

이렇게 보니까 후기 그림은 확실히 동글동글하네.

ER과 지니

며칠 전 폴트라인을 보다가 몇 가지 확인하려고 거시 교과서를 펴 보다가... 그래도 거시 책은 별 의미없는 거 같아도 꾸준히 업데이트를 했는데 안 한지 꽤 지났다. 마음 같아서는 조장옥 교과서를 하나 사다가 한달 쯤 보고 싶은데. 여하튼 의미없고 시덥잖은 이야기를 할 거니 유의미한 논의를 찾으신다면 고 백.

2013-03-18 15.19.13

이런 도표가 있는데 적혀 있듯 파란색은 ER 지수, 빨간 점선은 지니 계수다. 보다시피 IMF를 경계로 풀쩍 뛰어올랐다. 그 이후 ER이 더 높은 곳에서 유지되는 상태로 왔다갔다 하고 있다. 도표에서 보다시피 둘은 거의 플러스 상호관계로 움직이는데 간혹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두드러지게 보이는 게 2002~2003년이다. ER은 올라가는데 지니는 내려간다. 사실 경제 변동의 와중에 일시적인 현상일 수도 있는데 :

보통 ER은 양극화, 지니는 소득 불균형을 뜻하므로 저 상황은 양극화는 심화되면서 소득 불균형은 완화되는 상태라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이 뭘까 생각해 봐도 잘 떠오르지가 않는다.

ER 지수는 ㅣYi - Yjㅣ(쓰는 게 귀찮아지기 시작하는데...)를 가중 평균해서 구하니까 사실 소득이 벌어진 정도를 뜻한다. 지니 계수는 잘 알다시피 로렌츠 곡선으로 구하는데 이건 누적 점유율이 기반이므로 금액이 나오지는 않는다.

결국 양극화의 간극이 넓어지면서 로렌츠 곡선은 조금 완만해진 상태(중간 소득 비율이 늘어난)가 2002년에 잠깐 있었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부자가 더더 부자가 되고 있는데 중간 소득자 비율이 늘어나는 현상은 발생하기가 꽤 어려운데 수출이 무지하게 잘 되고 월급도 많이 줬다든가 하는 일이 있었나... 그래서 이 해에 무슨 일이 있었나 찾아봤다.

 

2013-03-18 15.23.49

2002년 하면 일단 떠오르는 건 월드컵인데 김대중 정권 마지막 해다. 즉 선거가 있던 해. 위 표를 보면 물가는 안정되고, 경제 성장률은 전 해에 비해 가파르게 상승했다. 국제 행사를 앞두고 대대적으로 벌린 경제 정책이 나름 성공적으로 시행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2002년은 본격적인 저금리가 시작된 해이기도 하고, 그렇기 때문에 시중 자금이 주식이나 채권에서 빠져나와 주택 시장으로 들어가기 시작한 해이기도 하다.

2013-03-18 15.52.59

2002년의 가격 상승률 그래프가 가장 가파른데 2005년에 잠시 주춤하고 2006년에 다시 오른다. 주택담보대출도 거의 비슷하게 움직인다. 낮은 금리 조건 하에 소비가 경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상태에서(IMF이후 소비는 경기를 더 과열시키든지, 더 수축하게 만들든지 하는 역할을 해내고 있다) 어차피 이자율을 확보해야 하니 당연한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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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R이 낮아지고, 파이가 높아지니까 r은 뚝 떨어진다...

주택경기가 과열되면서 2006년부터 은행의 BIS 비율을 높이고, 주택담보대출을 제한하고 하는 등의 정책이 시작된다.

결국 저 때 지니 계수가 떨어진 건 이런 정책이 이제 막 시작될 때니 미래를 볼 수 없었을 테고(자아실현적기대가 이후 본격화되면서 별 큰 이유도 없이 계속 올랐다고 할 수도 있다) 더구나 큰 행사를 앞두고 시민들의 협조같은 것도 있었을테고... 그런 쪽으로 생각해 보면 사회 자본은 완전 쓸데없는 이야기는 아닌가 싶기도 하고.

뭐 그런 생각을 잠깐 했다는.

20130316

Mood Indigo를 듣다

종일 듀크 엘링턴의 Mood Indigo를 틀어놨다. 원래 Back to Back을 들어볼까 싶어서 뒤적거렸는데 안 보여서 무드 인디고로 바꿨다. 겸사겸사 인코딩도 다 하고. 프라퍼라는 곳에서 나온 컴필반이다.

아주 예전에 CD를 열심히 사들이던 시절 원칙으로 라이브 X, 컴필 X, 가능한 정규에 가까운 등등 이런 걸 가지고 있었다. 콜트레인이나 에릭 돌피처럼 그런 식으로 사들인 사람도 있기는 한데 듀크 엘링턴은 디스코그래피를 어디선가 잠깐 보고 아, 이건 절대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컴필, 모르는 레이블 재발매반 등으로 방향을 바꿨다.

지금은 뭐 아무 것도 사지 않지만 조금 변명하자면 CD나 LP를 사지 않게 된 원인 중에 하나에 듀크 엘링턴이 꽤 역할을 한 게 사실이다. 좋아하는데, 발매 음반 숫자에 질려버렸다.

조금 덧붙이자면 지금 시점에서 가장 큰 문제는 컴필 음반들은 아이튠스에 넣기가 매우 복잡하다는 것이다. 넣을 수야 있는데 나중에 찾을 수가 없다. 그래서 재즈나 클래식은 인코딩을 하더라도 아이튠스에 넣지 않고 따로 폴더를 하나 만들어놓고 다 거기에 쳐 넣고 푸바로 듣는다. 물론 이건 뭐 어떻게 하지도 못하고 낡아가고 있는 LP에 비해서는 사정이 훨씬 낫다. 빨리 돈을 벌어서 턴테이블을 사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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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런 걸 가지고 싶기는 하다. 브룬스윅에서 나온 Mood Indigo and Solitude. 무드 인디고의 경우 1936년 12월 19일에 녹음되었다. 재즈 음반의 경우 곡의 녹음 날자, 그런 것들이 이렇게 저렇게 합쳐져 음반으로 발매 날자가 제각각인데 이런 걸 다 외우고 있는 사람도 있지만 그런 방면은 포기했다.

이제와서 다시 느끼지만 음악은 역시 30분에서 60분 딱 듣고 뒤집든지 다른 걸로 바꾸든지 하는 템포가 좋은 거 같다.

여하튼 이 컴필의 무드 인디고는 24곡이나 들어있어서 좋다. 그리고 아직 하드 밥이니 하기 훨씬 전 시대로 곡들이 짧다. 가장 긴 곡이 Creole Love Call로 4분 11초고 나머지는 2분, 3분대다. 후딱 시작해서 후딱 끝난다. Echoes of the Jungle같은 건 듣고만 있어도 즐겁다. 자기들도 속으로 낄낄대면서 녹음하지 않았을까.

폴트 라인을 다시 읽다

찾아보니까 작년 4월 쯤에 한 번 읽었었는데 지금쯤 읽어보면 어떠려나 싶어 다시 읽었다. 저번에 보고 썼던 건 여기(링크). 하지만 뭔가 솔깃한 게 있지 않을까 했던 기대는 물론 사라졌다. 기본적으로 이 책은 시카고를 위시로 한 신고전주의가 옳고, 적용에 문제가 있었을 뿐이다라고 요약된다.

물론 내가 이론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평가할 수는 없지만 :

기본적으로 시카고 류의 경제학자들이 이론의 완결성을 추구하는 것과 별개로 그들이 현실 개입을 하는 바람에 그야말로 악몽의 시작되었다라고 생각하고 있다. 특히 구축효과가 그렇게 심각하게 취급되는가 하는 건 의문이다.

여튼 이래놓고 엄정한 적용이 안된게 문제라고 말하면 안되지 않나. 대체 완전 예견이 어디에서 가능한가. 여기는 이상적인 세계가 아니고 그러므로 적용이 불가능한 걸 들고 남 탓을 하는 건 곤란하지 않나 혼자 생각해 본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2008 위기 이후 바뀐 건 그다지 없다. 리셋 이후 다시 쌓기. 유통 속도의 문제라 과장되어 보였던 거지 역시 생각보다 충격이 약했던 걸까?

발지압매트를 샀다

언제부터인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는데, 발에 자극을 주면 뭔가 이 흐리멍텅한 기운이라든가 하는 게 나아지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어쩌다가 근린공원이나 대형 목욕탕같은 데에 있는 지압판을 밟아 보면 정말 말도 안되게 아팠기 때문에 이건 어딘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런 생각을 하고 살면서 가끔 기회 닿으면 근린공원에서 테스트 해 보곤 했는데 겨울엔 그런 것도 불가능하고 하던 중에 기회가 닿아 하나를 구입했다. 꽤 여러 종류가 있는데 가격이라든가 등등을 보고 5천원 정도 하는 것으로.

2013-03-15 22.54.57

건강 훌라후프라는 꽤 얼토당토않은 박스에 담겨져서 왔는데 내가 IWC 시계 같은 걸 산 건 아니니까.

2013-03-14 22.17.13 

이렇게 생겼다. 비닐판에 플라스틱으로 된 가짜돌이 붙어있다. 싸구려 비닐 냄새가 꽤 나서 바깥에다가 하루 내 놨다. 오른쪽에 상표 이름이 적혀 있는데 건강의 족이라고 일본어로 되어 있고, 안에 들어있는 사용 설명서는 중국어와 영어고, 저 발 그림도 어딘가 수상하고 전반적으로 앞뒤가 안 맞고 엉망진창이다.

생긴 거에 대해 말하자면 왼쪽 맨 위부터 오른쪽 맨 아래까지 원자 분자 하나까지 마음에 드는 구석은 없다. 하지만 이건 가짜 돌이 발에 구멍을 내지만 않으면 되는 거다.

보통 오른쪽의 발 모양에 서 있게 되는데 탈부착이 가능해서 혹시 내키는 게 있으면 왼쪽에 있는 것들 중에서 바꾸면 된다. 바깥 부위에 지퍼가 있어서 접을 수 있으면 좋겠다 싶은데 그렇게 까지 되어 있지는 않다. 그래도 접어서 보관할 수 있는 점은 좋다. 그럴 일은 별로 없겠지만 가방에 쏙 들어가기 때문에 들고 다닐 수도 있다.

방바닥에 놓고 이렇게 저렇게 해 봤는데 저 발 모양 위에 서서 오른발, 왼발 힘을 주는 게 괜찮다. 생각보다 찌릿찌릿하게 자극적이진 않고(대뇌를 뚫고 나왔으면 좋겠다는 욕망이 일었지만) 뭉툭한 아픔이 동반된다. 이틀 간 집에 있을 때는 저 위에서 TV도 보고, 책도 보고 했더니 하루 종일 발이 아픈 상태다. 멍든 거 아냐 했는데 그런 건 아니다.

검색을 해 보니 이틀에 한 번 정도가 좋다고 한다. 한참 하다 보면 이 괴로움이 조금 가시지 않을까 기대한다. 테스트 해보고 싶은 분은 저에게 말하셈. 출장 발지압.

20130312

간밤에 꿈을 꿔서 기록해 본다.

한참 자다가 눈을 떴다. 지금까지 살면서 이건 꿈이다, 이건 꿈이 아니다를 구별 못한 적이 거의 없기 때문에 아마도 눈을 뜨며 깨어났다면 꿈 안에서 깨어난 게 아니라 정말로 깨어난 것일거다. 전화기를 들고 시계를 보니 5시 가까운 4시 몇 분이었다. 여하튼 어둑어둑한 가운데 책장이 보였다.

2013-03-12 13.23.15

낮에 보면 이런 모습이다. 윤곽만 보이는 상태라고 생각하면 된다.

둥굴레차와 17차가 쌓여있는 부분이 있는데 어둠 속에서 저게 T자, 혹은 大자 비슷한 모습으로 보였다. 저게 뭐였더라 하고 한참 생각하는 동안 그것이 꿈틀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냥 꿈틀거렸는데 아주 조금씩 커졌다. 가만 생각해 보니 아주 서서히 다가오는 중. 다가오는 속도는 매우 느렸지만 혼자 제자리에서 계속 움직이고 있었고 그 동작은 꽤 빨랐다.

어쨌든 저게 다가오고 있다는 걸 깨달으면서 이건 또 뭐야 이 일을 어쩌지하고 있는데 점점 가까이 오면서 꽤 커지기 시작했다. 뭔가 대책을 마련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발로 찰 결심을 했다. 가만히 타이밍을 노리다가 윤곽이 좀 더 선명해 질 무렵 - 생긴 걸 보니 나무로 만들어져 있는 것 같았고, 살짝 어린 쇼군 목각 인형 같은 느낌이었다 - 이불 속에서 발로 뻥 찼다.

깨어난 건 틀림없겠지만 아마도 이건 꿈이겠지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발로 허공을 있는 힘껏 뻥 찬 순간 발바닥에 매우 선명한 감촉 - 뭔가가 맞았다 - 라는 느낌이 전해졌다. 목각 인형은 마치 히치콕 영화의 한장면처럼 뒤로 슈슈슉 밀려났고 책장 안으로 사라졌다.

지금 잠 들면 저 놈이 다시 돌아올텐데 생각했지만 다시 잠들어 버렸고 아침에 일어났는데 여전히 발에는 뭔가 차버린 기운이 남아있었다.

20130311

잠이 안오는 김에

1. 플레져. 뭔가 일률적으로 설명하고자 할 때는 이것으로 모자라겠지만, 그럼에도.

2. 전쟁 분위기가 꽤 뜨겁다. 이런 일들 여지껏 많이 있었는데 유난히 그렇게 보이는 건 아마도 SNS같은 매우 속도가 빠르고 광범위한 커버리지의 매체가 가까이 있는 점과, 뉴스가 그 부분에 꽤나 집중하고 있다는 점. 물론 언제나 후자가 흥미롭다. 누가, 왜.

참고로 세계에서 제일 큰 방산업체는 BAE(브리티시 어쩌구인데...), 록히드 마틴. 둘이 시가총액 왔다갔다 했었는데 요즘은 잘 모르겠다. 우리나라는 아마 삼성탈레스. 뭐 그렇다고.

3. 기본적으로 반전을 지향하지만 혹시나 사태가 복잡해지면 뭘 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뭐 한참 전 이야기지만. 예전에는 여튼 참전해야지했는데, 이제는 자원하지 않으면 아마 총도 못받을 처지고 체력도 택도 없을 터라 잘 모르겠다.

4. 이런 건 됐고.

요즘 섣부른 의견 개진을 보는 데 꽤 지쳤다. 이와 별개로 뭔가 쓰든 말하든 선택지를 내보일 수는 있어도 남의 선택지에 영향을 미치는 건 아무 것도 하지 않겠다는(크게 엄격하게 준수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의식하는) 개인적인 룰이 있다. 이의 발생 원인은 긴 이야기가 있고 쓸모도 없으니 생략.

그런데 버전 업데이트에 실패하고 있다. 고민.

5. 요새는 "꼰대야"라고 말하는 놈들이 최고로 꼰대같다... 모든 크레타인은 거짓부렁이~ 가 생각나는 군.

6. 자기 차를 "애마"라고 부르는 사람들하고는 여튼 난 안 된다. 비슷한 게 몇 개 더 있는데.

7. 기계를 좋아하고, 애정을 가지고, 못버리는 건 이해하지만 이름을 붙이는 건 이해할 수 없다.

8. 한동안 외향을 추구해 봤는데 역시 소질이 없는 것 같다. 득은 없고, 성격만 조급해졌다. 조만간 동물원이나 한 번 다녀와야 겠다.

20130310

너무 따뜻했다

1. 낮에는 너무 따뜻했다. 내일은 다시 영하로 잠깐 떨어진다고 한다. 어쨌든 계절은 틀림없이 변할테고, 내 손은 이미 계절의 변화를 감지하고 벗겨지고 있다.

2. 오늘 전국 곳곳에서 산불이 많이 났다. 불은 역시 무섭다. 가장 기억에 남아있는 화재는(예전에 쓴 적이 있을텐데) 날짜도 정확히 기억할 수 있다. 왜냐하면 군 입대 전날이었으니까.

건물 4층에 살았었고 옆집이 2층 주택이었는데 거기에 불이 났었다. 불이 얼마나 크게 났는지 4층 창문 너머로도 넘실거리는 불을 볼 수 있었다. 창문 쪽으로 보일러와 가스 배관이 있었기 때문에 혹시 모르니 바깥으로 나갔다. 그 집은 친척들이 모이는 집안 행사인가가 있어서 몇 가족이 모여 있었고 아이들을 모두 2층에 재우고 어른들은 1층에 있었다. 결과적으로 사망자도 나왔었다.

다음날 아침에 집을 나가 연무대행 기차를 타야하는 운명이었던 나는 마음이 복잡하기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나중에 휴가나와서 보니 말끔히 치워져 있고 마당에 다시 예쁘게 잔디를 깔아놨던데 많은 사연들이 거기에 담겨 있겠지.

여하튼 커다란 화재를 보면 제일 먼저 창문 밖으로 울렁울렁대던 그 불이 생각난다.

3. 아이튠스를 뒤적거리다가

itunes 

컴퓨터 포맷 등으로 재생 횟수가 몇 차례 리셋되기는 했는데 그래도 이런 모습이다.

F(X)가 유난히 높은 건 아침 알람으로 Electric Shock 음반을 플레이리스트로 만들어 랜덤 재생하게 해놨기 때문이다. 그걸 제외하고는 2NE1을 중심으로 카라, 미스에이 같은 게 껴 있다. 사실 저 중에 들은 지 꽤 된 것들도 있는데 어디까지나 통합 횟수이기 때문에 그렇다. 아이폰, 아이팟을 쓰니까 계속 합쳐진다.

아이튠스에 곡이 1만곡이 넘게 들어있는데 문제가 좀 있긴 있다...

20130309

소실을 보다

제목이 길어서... 스즈미야 하루히의 소실(消失)을 보다. 밤에 들어와서 기분이 뭔가 답답해 하고 있다가 봤다. 기분이 안 좋을 때 트위터나 블로그에 떠들면 떠드는 대로, 조용히 있으면 조용히 있는 대로 더 좋지 않다. 일종의 딜레마.

 

소실은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 애니 시리즈에서 이어지는 극장판 애니다. 사전에 TV판을 보지 않았으면 내용을 다 알아들을 수는 없지 않을까 싶다. 여하튼 이 영화는 스즈미야 시리즈에 멍청이들만 나온다는 개인적인 가정이 옳다는 게 증명되었다는 정도 의미가 있다.

큰 의미는 없을 듯 하지만 심심하니 내용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해보자면 :

처음에 쿈이 트랩에 걸리고 문예부실, 그리고 나가토 유키의 집 신을 보고 저 트랩을 만든건 나가토 유키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 이유에 대해 나중에 쿈이 구구절절 이야기하기는 하는데 별로 설득력은 없다. 뒤에 빤한 청춘의 사랑 이야기가 깔려 있다는 건 누구나 알 수 있는데 차마 그 이야기를 못하니 그렇게 떠들게 된다.

이건 쿈과 하루히의 관계에서도 얼추 비슷하게 보인다. 자꾸 피해가다 보니 변명이 쌓인다. 그리고 그런 것들이 모여 세계를 구성한다.

사실 쿈이 선택지를 앞에 놓고 벌이는 절규에서도 그렇고, 나가토 유키도 그렇고 여러 면에서 에바가 생각난다. 말하자면 넓고, 얇고, 소소하게 에바에서 말하고 있는 것과 비슷한 짓(결국은 자아 확립 및 재발견에 대한 이야기다)을 하는데 스즈미야 하루히의 경우엔 극을 구성하는 프레임 자체가 그렇게 넓은 시야를 제공해 주지는 못한다.

 

어쨌든 나가토 유키는 이 영화에서 여러가지 면으로 안타깝기 짝이 없는 캐릭터다. 결국은 고백했다 채인 이야기라고 봐도 크게 무리는 없을 듯. 사정상 스케일이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고, 긍정적인 면은 아직 나가몽에게 가능성은 있다(이 구도를 본격적으로 이용한다고 해도 아마 끝까지 그저 끌고만 가고 말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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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면 이 두 장면의 펀치를 만들어 내기 위해 나머지가 존재한다. 뒤가 아마도 진짜 펀치용.

아야나미 레이는 갈등의 끝에서 때려 부숴졌는데 나가토 유키는 웃는다. 이 애티튜드의 차이가 두 작품의 세계관을 그렇게 벌려 놓고 있는 게 아닌가 뭐 그런 생각을 잠시.

20130308

보고, 듣고

1. 존 르카레의 '영원한 친구'를 다 읽다. 며칠 전에 말했듯이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잘 안 읽혔는데 그래도 어찌 저찌 다 읽었다.

사샤도 그렇고 먼디도 그렇고 있을 법 하기는 한데 어딘가 와 닿지가 않는다. 너무나 비현실적인 인물인가 하면 그렇지는 않다. 이 전 포스팅에서 말했듯이 상당히 기시감있는 인물들이다.

스케일을 너무 길게 잡았기 때문일까? 사샤와 먼디의 계속된 만남에 대해 내가 시큰둥해 했기 때문일까? 글자들에서 예전에 없던 이상한 흥분이 감지되기 때문인가?

다만 유디트나 카렌의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는 궁금하다.

2.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 애니메이션(2기)을 다 봐버렸다. 보다보니 몇 편은 예전에 봤던 거라는 기억이 떠올랐다. 맥락없이 봐서 기억이 희미해져 있었나.

우선 이 애니는 그림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눈코입과 턱선의 위치가 미묘하게 내 취향이 아니다. 특히 하루히.

결국은 인셉션 비슷하게 하루히가 설정해 놓은 세상을 쿈의 눈을 거쳐 들여다 봄 정도라는 생각할 수 있는데 문제는 그 세상을 설정한 하루히라는 인간이 어지간히 멍청이라는 것. 그 점이 매력이기도 하고, 재미이기도 하고, 불만이기도 하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나머지 멤버들은 투사(projection)라고 할 수 있다.

중간에 엔들리스 에이트라는 소제가 붙은 시리즈가 있는데 이 8편은 정말 굉장하다. 사실 이런 시도 자체가 굉장한 실험이라고 할 수 있기는 한데 근본적으로 흥미를 불러 일으키는 요소라고는 (개인적으로) 매번 바뀌는 나가토 유키의 가면 밖에 없었다. 실시간으로 보고 있던 사람이라면 폭탄을 들고 교토 스튜디오를 찾아갈 만도 한데 그런 일이 없었다니 놀랍다.

하지만 가장 흥미로운 점은 이 애니메이션의 원작이 된 소설이 1000만부가 팔렸다는 사실. 그렇게 인기가 좋을 이야기인가. 역시 세상은 어렵다.

그리고 이건 좋다.

3. 이하이의 공개된 5곡을 들었다. First Love Pt.1 풀 앨범으로 낸다고 하더니 반씩 나눠서 공개하나 보다. 확실히 케이팝스타에서 같이 등장한 두 명과는 지금 상태로는 비교가 불가할 정도로 자리를 잡고 있는 것 같다.

출발점 자체는 무척 좋게 들리지만 문제는 이하이 포지셔닝 자체가(거기에 프로모션도 보자면) '오, 좋은데'가 아니라 '헉, 이럴수가'가 필요하게 돌아가고 있지 않나 하는 것. 이걸 극복해 가는 모습이 개인적으로는 기대된다. 여하튼 이제 시작이니까 할 수 있는 최대치를 갱신해 가며 점점 더 좋은 곡을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

20130306

업데이트의 예의

1. PC도 그렇고 전화기도 그렇고, 가끔 공유기 등등 여러가지 기계들이 종종 업데이트를 하라는 공지를 뿌린다. 기본적으로 프로그램의 업데이트란 성능 향상도 있지만 보안 기능의 강화나 버그 패치 등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별 다른 일이 없으면 꼬박꼬박 한다.

그래도 그렇지 가끔 필사적으로 날 업데이트해줘, 안 하면 넌 아무 것도 못해 하는 놈들이 있다. 세상 사람마다 자기 할 일에 맞춰 우선 순위라는 게 있고, 더 급한 일이 있으면 그걸 먼저 처리하고 나중에 할 수도 있는 법인데 이것들은 멋대로 지들이 가장 우선 순위일 거라고 포지셔닝을 한다. 중지도 모르고 미루기도 모르는 놈들. 프로그램이고 사람이고 이런 것들이 제일 짜증난다.

자주 하는 놈들도 만만치않게 짜증나는데 최근 자바. 제대로 준비를 해서 한 번에 다 하라고.

또 하나는 히든 카드를 숨기고 있는 놈들. 네이버와 다음에서 만들어 놓은 것들에 그런 게 들어있다. 포털을 그렇게 점령하고 있으면서 무명 프로그래머가 쉐어웨어에다나 심어 놓을 치사한 짓이나 하고 있다니 이런 놈들도 짜증난다.

2. 어제 말했던 하늘의 유실물이라는 만화를 몇 편 더 봤는데 이건 도저히 안되겠다.

3. 르카레의 '영원한 친구들'을 1/3 쯤 읽었는데 이건 좀 안 읽힌다. 소설에 몰입하는 타입은 아닌데 이 소설은 하도 여기저기 쑤셔대는 통에 기시감있는 얼간이들이 잔뜩 나와서 그다지 마음에 안 드는 기억 같은 걸 건드는 게 짜증난다.

4. 아마존은 검색만 하면 메일 보내는 버릇 좀 고쳐라.

5. 담배는 결국 끊어야 하는 건가. 담배에 호들갑 떨 시간에 자동차 매연이나 어떻게 좀 하라고 매번 주장하지만 소용없겠지.

6. 아빠 어디가인가 하는 일밤 새 프로를 잠시 봤다. 예능 프로그램을 좋아하고 마구 보는 거 같지만 시청에 나름 원칙이 몇 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아마츄어가 나오는 건 보지 않는다는 거다. 이건 더구나 애들이 나오는 건데 붕어빵도 그렇고 요새 이런 게 유행이란다. 보니까 왜 인기있는 지는 대충 알겠는데 그런 것들이 어차피 우연의 산물이라는 게 역시 마음에 안 든다.

이참에 예능도 끊어 버릴까.

위에서 말한 원칙 중 하나 더 말하자면 트레이닝이 끝나고 프로페셔널들이 완벽을 기하며 만들어낸 것들을 좋아한다. 그리고 극장 타입의 코미디 쇼는 TV용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안 보는데 최근 개콘은 좀 애매하다.

이 방송은 처음엔 어설픈 라이브 기운으로 몰고가다가 출연진들이 물에 올라 완벽에 가까워지면서 완성도가 높아지면 예능이나 타 방송으로 나가기 때문에 또 원점 세팅이 된다. 요즘은 출연진들이 매우 익숙하게 연기하고 있어서 어설픔도 별로 없고, 예전에 비해 보다 TV용처럼 만들어지고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여하튼 그래서 일요일 밤에 멍하니 포켓플레인이나 비쥬얼드 블리츠를 하면서 틀어놓고 있다.

7. 며칠 전에도 이야기했는데 아이유 1집이 참 좋다.

추위

1. 여전히 춥다. 택배를 기다리다가 저녁에 후배가 밥먹자길래 나갔다. 동대문운동장 근처는 잘 몰랐는데 거기에 CJ GLS 본사인가가 있다. 꽤 큰 건물이고 지하에 푸드월드라는 CJ 월드가 하나 있다. IFC 지하같은 곳과 비슷한 느낌.

그간 몇 번 들려서 이것 저것 먹어봤는데 카레가 제일 나은 거 같다. 여튼 배부름. 오래된 동네니 근처에 괜찮은 곳이 있을 법도 한데 둘 다 매번 귀찮아하는 상태라 대충 푸드월드에서 먹게 된다. 푸드월드라니, 이름 좋잖아.

집에 와서 찾아보니 그 곳의 지명은 쌍림동이다. 마을 입구에 도둑을 경비하던 한 쌍의 문이 있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쌍림동의 연원이 된 이문의 설치는 조선 세조(世祖) 때 〈한양의 각 부락에 이문을 만들어 세우라〉는 전지를 한성부에 보내면서 비롯되었다. 마을이 컸는지 여기에는 두 개가 세워져서 쌍림이다.

이문은 임란 때 거의 소실되었고 쌍림동, 종로구 공평동 그리고 그 외 몇 곳에 동명으로만 남아있다. 여기 근처 지나가다 보면 미군 공병 부대가 하나 있다. 뭐 그렇다고.

2. 토라도라를 다 보고 헤매다가 하늘의 유실물이라는 걸 몇 편 봤다. 하지만 이건 좀... -_- 스즈미야 하루히를 추천받아서 그걸 볼까 싶다. 마크로스도 다시 보고 싶은데 그건 너무 많아서...

20130303

토라도라를 보다

걸즈운트판처를 보다가 때려 치우고 토라도라를 봤다. 총 25편. 2회까지만 보면 어떻게 전개될 지 대충 짐작할 수 있고, 보면서 내내 난 더 이상 이런 걸 볼 수 있는 인간이 아니구나 했지만 이왕 보기 시작한 거 라는 기분으로 하루에 한 편 정도씩 끝까지 봤다.

막판에는 예상했던 거 보다 훨씬 더 드라마틱하게 전개되는 바람에 꽤 흥미진진했다. 극 자체가 이렇게까지 들떠 버리면 그래도 보는 게 심하게 낯 뜨겁지는 않게 된다. 23편 정도까지는 좀 힘겹고 그 다음부터 감정선이 하늘로 튀어오른다. 80년대 하이틴 드라마와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하지만 이런 식으로 끌고 나가는구나.

그래도 그렇지 사실 막판에 너무 급하게 템포를 끌어올리려는 꽤 많은 이야기가 너무 심하게 겹치고 압축되어 덜컹거리는 건 약간 아쉽다. 야스코 이야기는 그렇게 지나치기엔 아깝다.

여하튼 화면 가득히 '청춘'과 '사랑'이 넘실댄다.

20130302

일상 복귀

1. 뭐 한 것도 없는데 정말 피곤했다. 어제 대전에서 서울 올라오는 버스에서는 중간에 휴게소 들른 지도 모르고 계속 잤다.

2. 파리 패션위크 기간이라 보그UK에 사진 업데이트 알림을 신청해 놨는데 12개의 메일이 와 있다. 슬슬 챙겨 봐야지.

3. 서울에서는 웅이가, 제주에서는 막내가 하루밤을 혼자 보냈다. 동물등록제가 실시된다고 한다. 세가지 방식이 있는데 내장형 무선 식별장치(2만원), 외장형 무선 식별장치(1.5만원), 등록인식표(1만원)이다.

그런데 이게 일률적으로 검색이 되지 않아 방법을 잘 모르겠다. 서울시 홈페이지에서 찾아보니 담당 부서도 다 달라서 종로구는 산업환경과, 중구나 용산구는 지역경제과, 광진구는 일자리경제과, 서대문구는 경제발전기획단, 구로구는 지역보건과 이런 식이다. 성북구의 경우엔 일자리경제과다.

자치제가 실시중이니까 이런 거까진 이해하겠다해도 무조건 등록을 의무화해놓고 알림도 정말 찾기 어렵다. 거의 무조건 전화번호 안내로 연결된다. 그리고 일자리경제과는 대체 뭐야?

홈페이지도 이상하게 만들어놔서 구글에서 검색해서 링크 눌러서 찾아가면 그냥 성북구청 홈페이지 메인 화면이 나온다. 메뉴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쓸데도 없는 예쁜 거 집어넣으면 대체 뭐해. 등록 대행업체 리스트도 한글 파일로 달랑 첨부해놔서 어딨는 건지 찾으려면 주소 보고 지도에서 하나씩 다 찾아봐야 하고. 여하튼 쓸데없다니까...

만사, 음색, 포기

1. 다이어리를 쓰게 되면서 펜을 어떻게 가지고 다닐까가 문제가 되었다. 사라사 볼펜을 쓰고 있었는데 너무 커서 다이어리에 들어가지 않는다. 어케어케 검토 후 사라사, 제트스트림, 유니볼, 무인양품 볼펜 등이 공통 규격의 심을 사용한다는 걸 알게 되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