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아시겠지만 꽤 여러가지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특히 재미있어 하는 부분 중 하나는 발상이다. 발상에 의해 뭔가 하려는 방향이 결정되고, 포지셔닝이 결정되고, 그 포지셔닝 안에서 살아남고 성과를 거두는 방법이 결정된다. 루틴을 따라가며 밀어붙이는 경우도 있고, 역발상을 하는 경우도 있다. 둘 다 재미있지만 역시 이해하기 어려운 발상이 재미있다. 사람들마다 환경이 다르고, 상황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이 패턴은 참 다르다.
다큐멘터리 '말하는 건축가'를 만든 제작진이 건축가2 촬영을 위해 아로마 향초를 판매한다. 상상을 해 본다.
- 2 만들어야지
- 저번에 해 보니까 아무래도 카메라는 있어야 겠어
- 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초를 팔아보면 어떨까?
어떻게 돈을 마련할까에서 초로 넘어가는 부분은 일단 그냥 상상으로는 잘 나오지 않는 패턴이다. 주변에 누군가 있거나(보통은 이 가능성이 높다), 초와 관련된 무슨 이야기를 들었거나(만들기 쉽고, 잘 팔리고, 많이 남는다더라), 아니면 그냥 뜬금없이 생각난 것일 수도 있다.
세상이 참 재미있는게 꾸며서 만든 이야기는 아무리 디테일을 집어넣어도 이런 식으로 방향이 튀는 게 참 어렵다. 그래서인지 완전히 꾸며 만든 이야기인데 이렇게 튀어버리는 걸 보면 재밌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그렇다.
이번 새누리당의 손수조 후보 같은 경우도 있다. 고등학교 학생 회장을 했고, 이화여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한 다음 졸업하고 홍보 대행사에서 1년 반을 일했다가 내가 아는 것의 거의 전부다. 분명히 이 비스무리한 아이디어를 누군가 냈을테고, 눈에 크게 드러나지 않은 경력을 가진 이들 중에, 포지셔닝이 적합하고, 자기들에게도 잘 맞는 후보 리스트가 확보되었을테고 선정 과정이 있었을 거다.
어찌어찌해서 손수조가 후보군에 포함되었고, 어찌어찌해서 발탁되었다. 이 몇가지 어찌어찌는 밖에서 보면 전혀 오리무중이다. 매우 심도깊은 플랜이 있었을 수도 있고, 그냥 간단하게 어떻게 하다보니 대권후보-전혀 아닌 사람, 아저씨-어린 여자, 어떤 종류의 세련됨-순진한 포즈의 투박함으로 결정되었을 수도 있다. 여하튼 이 결정들의 '사이'에 꽤 흥미를 가지고 있는데 평범한 범인으로서는 획득할 수 있는 정보가 거의 없어서 아쉽다.
버려질 카드다, 신의 한수다, 새 정치의 대안이다 등의 여러가지 평이 있지만 지금은 모르겠다. 아직은 그렇게 보이진 않지만 만약에 좀 더 오랜 플랜이 있는 카드라면(거창하게는 신인류 프로젝트류의), 앞으로 어떤 식의 행보를 보일지 더 주목하게 될 수도 있다.
이후 이 문제에 대한 조중동의 의제 형성 과정은 지금껏 많이 보아오던 거라 그렇게까지 신기하진 않다. 물론 선거가 다가오는 와중에 그 실력이 여전함을 만방에 과시하는 효과는 있었다. 이 똑같은 패턴에 마땅한 대항수를 내보이는 곳이 없다는 것은 역시 실망스럽다.
퓨처라마나 심슨을 보면 능수능난하게 패러디와 인용이 슉 들어왔다가 슉 빠져나간다. 시도때도 없어서 못 느끼고 지나가는 경우도 많다. 이건 위에서 말한 희한한 발상이 패턴화된 경우다. 이나중이나 마사루같은 만화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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