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312

20120312, 이제 월요일

흘러가는 것들을 생각한다. 흘러가버리는 것들을 생각한다. 흘려버린 것들도 생각한다. 다들 내 의지와 기대와는 달리 제멋대로다. 붙잡은 것들은 빠져나간다. 소중한 것들은 날 버린다. 버리고 싶은 기억들, 자질구레한 실수들은 기억 속에서 부풀려진다. 그런 기억들이 일어서는 것을 막기 위해 쉼 없이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듣고, RSS를 들추고 쓸모없는 이야기들을 떠든다. 페이스북과 발전소 사이의 링크를 끊었다. 아무래도 여기에 와 있지 않은 사람과는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심보다. 문에 미련은 없다. 다들 바쁘다. 뭔가 이뤄내려고, 아니면 하고자하는 이야기를 하려고 다들 열심히들 산다. 이런 즐거운 세상이라니. 하지만 낮에 앉아있다가, 역시 말을 너무 많이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망설이면서도 계속 떠든다. 글자만 보고, 오자가 없나 생각한다. 여행을 갔다. 실망했고, 추웠다. 두통이 멈추질 않았다. 커피를 너무 마신다. 커피물에 절여지고 있는 거 아닌가 싶다. 사람들이 삶의 어느 부분이 아름답다고들 하는건가에 대해 계속 생각했다. 지에스이십오에서 이천 삼백원, 이천 팔백원하는 도시락을 사다 먹는다. 편의점 도시락은 컵라면과 같이 먹는 걸 디폴트로 양을 잡아 놨다. 약간 억울하다. 라면을 너무 먹었더니 살에서 방부제 냄새가 나는 거 같다. 틀어놓은 티브이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나와, 모르는 표정으로, 모르는 노래를 부른다. 트위터로 사람들에게 말을 걸어본다. 속으로 지나치다, 라고 생각한다. 버라이어티에서 일류 개그맨이 나와 하고 싶은 걸 다 해보라고 강연을 한다. 죽음을 결심했다가 포기하고 열심히 살았다는 이야기도 한다. 하지만 하고 싶은 걸 할 수 없는 사람들은, 하고 싶은 걸 하다 실패한 사람들은, 죽음을 결심했다가 이미 죽어버린 사람들은 강연을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산 사람들의 이야기만 듣는다. 뻔뻔하지 못한 자들은 조용한 방 안에서 혼자 깊숙히 생각하며 방향을 결정했기 때문에, 정작 구원을 바라던 이들의 목소리는 이미 들을 수 없다. 명동에는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 에이치앤엠 매장에서는 한국어와 일본어로 안내 방송을 했다. 예전에도 일본어로 했었나 기억을 더듬어 봤지만 생각나지 않는다. 대신 터무니없는 기억들만 둥실, 떠오른다. 말을 거는 건 이제 그만해야겠다. 구걸은 팔자가 아닌가 보다.

댓글 2개:

따뜻, 앵앵, 증거

1. 시험 기간이 끝났나 보다. 도서관은 다시 조용해졌다. 4월 말의 햇빛도 무척 따뜻하다. 2. 운동을 좀 해야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문제가 무릎과 발이다. 조금만 무리하면 둘 다 아파. 이 둘이 아프면 유산소, 근력 모두 문제가 생긴다. 스트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