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303

봄, 그리고 산책

트위터에서 날씨가 꽤 좋다는 이야기를 보고 집을 나섰다. 근처에 대학이 있다는 건 꽤 좋은 일이다. 예전에는 최류탄 냄새가 진동을 해 대학가가 인기가 별로 없었는데 요즘엔 그런 것도 없는데다가 학교 나름이긴 하지만 마음만 잡으면 문화 행사도 가끔 접할 수 있고, 공원도 되고 등등. 한예종 옆에는 레미안이 있고, 서강대 옆에는 엘지 자이가 만들어지고 있는데 그런 것도 이런 이유 덕분이 아닐까 싶다.

어쨋든 날씨가 좋으니 괜찮았다. 주말이나 방학 때 돌곶이 역 주변의 시끄럽고 지저분한 동네를 걷다가 레미안을 옆에 끼고 한예종에 접어드는 길은 매번 실로 경이롭다. 괴테가 오스트리아에서 이태리에 접어드는 길목을 묘사하는 것 같은 기분이랄까. 순간적으로 길이 급격히 깨끗해지고, 정적이 찾아오며, 새소리가 크게 들리기 시작한다. 극장인가 앞 벤치에 앉아서 자판기 커피를 마시며 그 고요함을 건들지 않기 위해 조심스럽게 움직인다.

의릉은 입장료 1,000원을 내야 하니까 관두고 한예종 뒷산을 오른다. 아마도 성북 정보 도서관 언덕 쪽에서 연결되는 거 같다. 처음 올라가 봤는데 노고산보다는 작은데 위에 무슨 한전 시설이 있는지 사방이 막혀있다. 거기에 철조망 쳐진 시멘트 담 같은 안기부 시절의 자취가 여전히 남아있다. 아래 담장 너머는 산책하는 레미안 주민들 방향, 또는 의릉에 나무 심어져 있는 방향이다. 양쪽 다 한없이 평화롭다.

개인 정보를 팔아 넘기고 기프티콘 하나 얻은 게 있어 돌곶이역 일곱 열하나에서 바나나 우유를 하나 사 먹고 귀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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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로 찍었는데 생각나는데로 이펙팅을 했더니 일관성이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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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급, 변함, 위상

1. 아이언 렁이라는 게 있다고 한다( 링크 ). 철 원통으로 몸을 감싸고 기계식 인공 호흡을 하도록 만드는 기계로 사람은 머리만 빼놓고 살게 된다. 소아마비 환자들이 들어가는 데 계속 거기에만 있는 건 아니고 건강이 좋을 때는 잠깐 씩이라도 나올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