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목요일에 정금형 비디오카메라를 보고왔다. 그랬더니 몸이 그 날이 금요일인 줄 알아버렸고, 그 이후 주간 리듬이 좀 이상해져 버렸다. 쉬이 변명을 찾고, 얼씨구나하고 본격적으로 잠들어 버린다. 쿨쿨쿨. 원래 꿈 같은 것도 거의 꾸지 않으니 그냥 무의 세계로 들어간다.
2. 봄이 오고있다. 시간이 흘러가고, 또 새로운 계절을 맞이할 줄 모른다는 생각이 계속 자신을 괴롭힌다.
3. 그나마 총괄적으로 매니지먼트하고 있는 유일한 대상, 데스크탑이 또 말썽이다. 의심되는 건 우선 두 가지로 파워와 그래픽 카드다. 만약 둘 다 아니면 메인보드일 확률이 높다. 여튼 무슨 부품이든 열 살 남짓이라 넘어졌다가 못 일어나도 이상할 건 없지만, 너마저 이렇게 나를 버리나하는 자괴감은 버릴 수가 없다.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버리는 구형 AGP 그래픽 카드가 있으시다면 부디 저에게(10세 남짓 컴퓨터면 해당 됨) 자비를.
4. 키보드를 닦았다. 누구는 마음이 심난할 때 청소를 하고, 누구는 다림질을 한다. 누구는 걷거나 키보드를 닦는다. 요즘 걷느라 다리가 튼튼해지고, 닦느라 손가락이 갈라진다. 참 양질의 플라스틱이다. 승화 인쇄가 아닌 건 여태 안타깝다.
5. 오늘은 컴퓨터가 불구라 못 봤지만 퓨처라마를 계속 보고 있었다. 시즌 2까지 봤다. 하지만 영화에 비해 덴서티가 아무래도 떨어진다. 그래도 이런 걸 한 편 한 편 기다렸다가 첫 방 때마다 챙겨 본 사람이 세상 어딘가 있겠지라고 생각하면 어딘가 아득하다. 만드는 사람보다 더 어려울 거 같거니와 득도 없다. 하지만 맷 그로밍과, 폭스 티브이와, 광고주들은 덕분에 부자가 된다.
6. 애니메이션 수공업계에 종사하는 동창과 오래간 만에 연락을 잠시 했다. 일본 어덜트 계열 덕에 먹고 사는데 그 쪽도 영 별로인가보더라.
7. 요즘은 운동(을 빙자한 산책)을 나가면 매번 석관동 한예종 극장 안에 자판기 커피를 뽑아 먹고 오게 된다. 워낙 정처없이 나서니 몸이 그냥 관성에 젖는 듯 싶다. 김유신의 말이 이해가 된다. 엄한 주인 만나 억울하게 죽은 불쌍한 놈 ㅠㅠ 근데 그 뒷 산은 길 좀 터주지.
8. 어제도 동네를 어슬렁거리다 포장마차 떡볶이를 먹어볼까 싶어 장위 시장에 갔는데 마침 후배놈한테 연락이 와서 밤에 꾸역꾸역 돌아다녔다. 고려대 뒤 쪽에 개운산은 알았는데, 큰 절이 있는 건 처음 봤다. 밤 11시에 문 닫으려는 카페 베네에 가서 에스프레소를 사 마셨다. 토요일 밤의 안암동 길은 이제 막 개강한 인파들로 '술렁~'하는 분위기가 넘치고 있었다. 술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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