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306

짜장면

짜장면을 좋아한다. 딱히 직접 담근 춘장으로 만든 게 아니어도 괜찮다. 다만 안 좋은 밀가루 특유의 신맛이 그나마 덜 나고, 상당히 잘 쉬는 양념이 잘 관리되기만 한다면 좋다. 딱히 짜장면에 얽힌 짠한 추억 같은 게 있는 건 아니다. 조세희의 소설 시간 여행에서 할머니가 (빈궁한 자들은) 음식과 관련된 추억은 가지는 게 아니라는 이야기를 한다. 그 말이 너무 슬퍼서 음식과 관련된 추억은 모두 소거시켰다. 물론 잊혀진/잊혀지지 않을 기억들은 있다.

하지만 짜장면은 혼자 먹기에는 슬픈 음식이다. 근 10여년 째 거의 밥을 혼자서 먹고 있다. 누군가와 함께 먹는 건 대단히 예외적인 일이다. 그런 경우에 짜장면이라는 건 양이 너무 애매하다. 짜장면만 먹으면 틀림없이 얼마 안 지나 배가 고파진다.

그렇다고 곱배기는 나로서는 한 번에 먹기엔 무리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쩌다 큰 맘 먹고 중국집에 들어서도 고민하다가 밥 종류를 시켜 먹게 된다. 그럴 때 마다 아휴, 이게 아닌데 생각하지만 그래도 별 다른 수가 없다. 괜한 방종은 후회만 만든다.

두 명 만 넘어가도 이런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다른 메뉴를 함께 시킬 수가 있고, 정 안되면 공기밥이라도 시켜 나눠 먹으면 된다. 하지만 혼자서는 그럴 수가 없다. 그러므로 짜장면은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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