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322

러브 익스포져를 보다

컴퓨터를 고쳤다. 역시 비디오 카드 문제였고 옥션에서 구입한 10살 쯤 먹은 카드는 잘 작동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인터넷이 끊겼다. 이런 게 인생이라면 뭐 할 수 없는거지. 그래서 잠들어 있던 영화를 꺼내 봤다. 저번 사이타마 사건으로 생각났던 소노의 영화다.

원래 제목은 愛のむきだし(아이노무키다시, 사랑의 노출), 영어 제목은 Love Exposure다. 나는 이 영화를 좋아한다. 하지만 기억으로만 간직하고 있고 막상 화면을 보면 우울해져서 잘 보진 않는다. 영화의 줄거리를 알면서도 답답하다. 몇 부분은 그냥 넘어가 버렸다.

이 영화는 재미있지만 폭소를 터트리지는 않는다. 기발하지만 인생을 바꿔놓을 정도는 아니다. 메타포는 전형적인데다가 엉성하다. 가끔씩 필요없이 웅장하고, 필요없이 격정적이다. 마지막에 정신 병원에서 요코가 유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에서는 갑자기 세익스피어의 비극에서나 나올 법한 열연이 펼쳐진다. 그리고 길다(3시간 57분). 하지만 슬프다.

결국은 다들 베베꼬여있는 세상 안에서 그저 순진하게 사랑에 메달리는 이야기다. 누구는 죽고, 누구는 미치고, 누구는 신흥 종교에 빠지고, 누구는 변태가 된다. 슬픈 코이케는 죽어가면서도 그 사람을 원망했지만 결국은 그의 뜻대로 되지 못한다. 결국 코이케만 빼고 모두 사랑에 성공한다. 다행이다.

요코 역의 미츠시마 히카리는 무명이었는데 이 영화로 일본 내 영화제에서 신인상을 휩쓸고 키네마 준보에서 여우 조연상을 받는다. 오키나와 출신인데 할아버지가 프랑스계 미국인인 소위 쿼터다. 내가 좀 팬이라 좀 자세한 이야기를 하자면

- 1985년 생으로 오키나와 액터즈 스쿨(연습생 뽑는 곳이다, 아무로 나미에나 스피드도 여기 출신)에 뽑힌다. Folder라는 초등 학생 남녀 혼성 7인조 그룹도 하고, 아역 출연도 하는 등의 활동을 한다. 그러다가 Folder의 남자 멤버 한 명이 변성기에 들어서자 여자들만 따로 Folder5라는 걸그룹으로 재편성을 한다.

Folder5는 2000년에 데뷔하는데 이들의 세번째 싱글이 Believe다. 원피스 애니메이션 48회부터 115회까지 오프닝 주제가로 사용된(원피스 오피닝 곡이 15가지가 있는데 그 중 가장 길게 사용되었다) 곡이다. 이 곡이 가장 큰 히트곡이다.

그러고 나서 그냥 고등학교 다니다가 도쿄MX에서 방송하던 제벳쿠 온라인이라는 버라이어티로 다시 연예계로 들어온다. 이후 그라비아도 하고, 탤런트도 하고 배우도 하지만(데스노트 시리즈에 다 나오는 데 아무도 모른다) 전혀 주목받지 못하다가 이 영화, 러브 익스포져로 급속히 연기파 배우로 자리잡았다.

작년에 무슨 드라마인가 출연해서 테츠코의 방에 나왔었는데 거기에 보면 부모님이 체육교사라 엄했고, 초등학교 때는 운석이 떨어질 걸 대비해 가방으로 막는 연습을 했었다고 한다. 2010년에 결혼했다.

나머지는 뭐... 몰라도 되는 사람들. 이타오 이츠시는 이 영화에도 나온다. 이 사람은 보는 일본 영화마다 한 장면 씩이라도 꼭 나오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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