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516

걸그룹 오프

사실 올해 들어 블로그 포스팅에 번호 붙이길 멈춘 이유는 예전처럼 하나의 주제 가지고 한바퀴 빙 돌려서 이야기를 쓰는 방식으로 되돌아가자... 는게 목적이었다. 하지만 그러나 마나 뭔 자동 기술법도 아니고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각날 때 마다 점프 점프 하면서 알아서 순서를 붙여 알아 먹어야 하는 트위터와 비슷한 꼴을 계속 유지해 나가고 있다. 그러므로 5월이 되었지만 이제야 약간 반성하며 다시 올드 스쿨 타입으로 돌아갈 것을 다짐해 보며... 제목도 내용에 맞게... 물론 검색의 편의 같은 건 여전히 없겠지만.


근거리에서 걸데 오프가 있다길래 찾아가 봤다. 걸그룹 오프 구경을 지금까지 한 네 다섯 번 정도 한 거 같다. 물론 여기에는 지금까지 봐왔던 것과 실제 사이의 간극을 좀 맞춰보고, 아이돌의 오프 능력(라이브 능력이 아니다, 립싱크로 현장을 즐겁게 할 수 있다면 난 언제나 그들의 편이다)도 확인하고 등등의 자체적 목적을 가지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막상 장소에 도착하고 나면 그 엉망진창의 분위기 속에서 나는 대체 누구, 여긴 대체 어디... 라는 자의식 혼란에 빠지게 되는 건 피하기가 어렵다. 유료든 무료 공연이든 그 특유의 어수선한 분위기는 정말 적응이 안된다. 라이브 콘서트를 되도록 피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여튼 걸데 오프를 봤는데... 물론 지금까지 본 걸그룹 중에 눈에 띄게 예뻤던 것도 사실이고, 주황색 의상이 꽤 훌륭했던 것도 사실이다. 말 그대로 화사했다. 하지만 솔직히 별로 재미는 없었다. 첫 곡을 보면서 와, 걸데다... 하다가 두 번째 곡에서 그냥 갈까... 싶었고 결국 세 번째 곡 끝날 때 쯤 기어 나왔다. 그리고 나가는 길에 앵콜곡 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므로 왜 그랬을까를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 우선 무대 형태 상 피할 수 없는 어수선한 분위기와 이를 증폭시키는 어수선한 사운드가 있다. 운동장 구석에 차려 놓은 무대 특성 상 사람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있을 수 밖에 없고 그러므로 노래가 나오는 동안에도 극한 인구밀도의 중심부 바깥에서는 계속 더 나은 입지를 향해 사람들이 돌아다닌다. 그저 '본다'가 목적이 아닌 한 굉장히 짜증나는 환경이다. 그리고 매우 알량하게 배치된 거대한 스피커 몇 개가 만드는 사운드는 그냥 귀만 너무 아팠다.

그리고 위에서 말한 오프 능력. 사실 이게 문제인데 뭐랄까... 너무 강약이 없이 질주만 한다는 느낌이다. 물론 한 시간 공연 같은 것과는 다르다고 할 수도 있고 어떤 오프는 재미있었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름 데뷔 6년차, 오프의 베테랑들이 4곡 공연 구성을 그런 식으로 꾸리는 것도 별로였고, 만약에 어떤 오프는 훨씬 재미있었다면 이 역시 그 정도의 편차가 생긴다는 것 자체가 좀 그렇다.

예전 에핑 오프 때는 정말 재미있었고 에핑의 팬이라는 건 즐겁구나, 오길 잘했다..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렇다면 이건 혹시 내가 가진 팬심의 차이 같은 건가 생각해 보며 자신을 되돌아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건 뭐 절대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그래도 그 정도는 아니라고... 물론 관람 위치의 문제 같은 게 있긴 할텐데 솔직히 말하자면 어제 본 프리츠가 더 재밌었다. 곡도 하나도 모르는데...

여튼 그건 그거고 민아가 생각보다 예뻤고, 유라랑 혜리는 예상했던 거의 그대로고... 그리고 혜리가 처음에 대기 상태에 있다가 조명이 확 들어오면서 아이돌 해피니스 스위치가 번쩍 켜지는 듯한 모습이 정말 감동적이었다. 이후 그대로 계속 싱글벙글 상태로 유지되는 게 역시나 굉장하다. 사스가 아이도루... 결코 괜히 뜬 게 아니다. 그 장면 하나만 가지고도 어제 오프를 찾아간 의미가 있긴 하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

만사, 음색, 포기

1. 다이어리를 쓰게 되면서 펜을 어떻게 가지고 다닐까가 문제가 되었다. 사라사 볼펜을 쓰고 있었는데 너무 커서 다이어리에 들어가지 않는다. 어케어케 검토 후 사라사, 제트스트림, 유니볼, 무인양품 볼펜 등이 공통 규격의 심을 사용한다는 걸 알게 되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