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412

일요일 오후의 캐치볼

원래는 자전거를 타고 친구 둘을 보기로 했는데 며칠 전 가슴팍 아픈 게 좀 남아 있어서(그런데 이번에 알았는데 양쪽 갈비뼈가 놓여있는 위치가 다르다... 삐툴어진 닝겐 ㅜㅜ) 지하철을 타고 나갔다. 약속이 좀 꼬여서 서빙고 역에서 세븐일레븐 이촌진달래점까지 1.5킬로미터 정도를 왕복했고 다시 버스를 타고 마포대교로 이동 또 3킬로미터 정도를 걸었다. 걷는 건 의도였으니 크게 상관은 없었다. 서빙고 역 옆에 신동아 아파트라고 있는데 벚꽃이 예쁘게 피었다. 오래된 아파트 단지 특유의 거대한 나무들이 주는 위압감과 어두움은 꽤 좋아한다. 예전 가락 시영아파트 단지가 그런 점은 끝내줬는데.

여차저차해서 캐치볼을 하게 되었다. 오래간 만의 야구공, 오래간 만의 글러브. 하도 오래간 만이라 비록 십여개의 몸풀기 투구와 또 십여개의 나름 열심히 던지는 투구만 하고 지쳐 나가떨어졌고 제구에는 역시 문제가 있었지만 역시 재밌다. 손톱에서 피가 났는데도 전혀 몰랐다. 야구공이란 참 신기한 물건이다.

벚꽃이 한창이다. 아파트 단지, 학교, 한강 둔치. 내가 가볼 수 있는 만한 곳에는 어디나 만개해있다. 신동아 아파트도 좋고 마포대교 북단 강변한신코아 버스 정류장(거기는 7016번 밖에 안 서기 때문에 마포역에서 내려 동쪽편으로 내려가도 된다)에서 어린이 공원, 나들목을 거쳐 한강 공원으로 들어가는 길도 괜찮다. 한 가득 벚꽃이 피었고 바람이 불 때마다 한 가득 씩 쏟아져 내리고 있다. 지금 제주도에서 내리고 있는 비가 내일 올라오면 이 시즌은 끝이 나고 메타세콰이어와 장미, 튤립과 산수유 꽃이 피겠지. 여하튼 올해도 이런 식으로나마 벚꽃을 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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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 표현,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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