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120

집밥 로망

재밌다고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집밥 로망이라는 일종의 아이디얼한 이데올로기가 사라지질 않는다는 거다. 뭐 나이든 사람들이야 세상 물정 모르고 아집에 휩싸여 있는 이들이 많으니 그려려니 해도 젊은 사람들도 그러는 건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런 발언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특징 중 하나가 전혀 집밥 메이커에 비용을 상정하지 않는다는 거다. 공짜니까 맛있는 거지 뭐...

뭐든 비용이 든다. 누군가 만들고, 누군가 치운다. 지식의 측면에서 보면 일이 더 커진다. 좋은 재료를 고르는 방법은 공부가 필요하고, 경험이 필요하다. 다 누군가의 비용이다. 그걸 가지고 좋은 요리를 만드는 방법도 공부가 필요하고, 경험이 필요하다. 이것도 누군가의 비용이다. 게다가 긴 시간이 필요하다.

더구나 식재료를 사는 데 있어서도 집에서 아무리 먹어봐야 소형 식당 만큼도 대량 구매를 할 수 없다. 대량 구매에 따른 잇점이 없으므로 비싸게 사게 된다. 즉 같은 재료로 같은 실력으로 요리를 하면 집이 당연히 더 비싸게 된다. 앉아서 먹는 식탁도 돈이다. 부엌과 식탁이 없는 집을 샀다면 집값이 더 쌌을 거다. 뭐 어떻게 봐도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다.

정성의 측면에서도 개인적으로는 부정적이다. 한정된 레시피 커버리지로 영양 불균형에 빠지기 쉽고, 그러므로 가족이 함께 비슷한 현대 성인병에 걸릴 가능성도 높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만약 저런 과정을 다 뚫고 요리를 잘 하는 사람이라면 만들어서 가족 먹이는 거보다 파는 게 훨씬 이익이다. 그렇게 벌어들인 잉여의 소득으로 자녀에게 용돈을 주고 알아서 사 먹되 식당에서 한 상에 주는 건 골고루 다 먹어라라고 하는 게 낫다. 결국 현대인에게 필요한 덕목이란 맛없거나 부실한 식당을 가지 않는 것 뿐이다.

그런데 집밥 로망은 여전히 살아 숨쉰다. 왜 그런 가 하면 그게 공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고, 결국 구 체제 존속을 바라는 것 - 가난하게 살아도 좋다, 내가 헤게모니를 쥘 테다 - 때문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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