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730

다습의 계절

1. 습도가 엄청나다. 온도가 문제가 아니다. 도저히 살 수가 없는 시즌이다. 매년 이런 날이 오는 데도 절대 적응이 안됨. 밤에 잠들기가 너무 어렵고 아침에 일어나면 머리가 깨질 거 같이 아프다. 지하철에서 내리면 역에서는 땀과 부패의 냄새가 나고, 버스에서 내리면 심지어 뿌연 습기가 1초 만에 온 몸에 들어찬다.


2. 여기에서 두 번인가 떠들었던 리멤버 가사에 대한 이야기가 며칠 전 에핑이 출연한 라디오에서 또 나왔다. 내용은 지금까지와 딱히 다를 게 없고 대신 그 방송에서 재밌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가사에 대해 작사가의 입장 정리 및 코치 없이 각자 알아서 해석한 걸 가지고 녹음을 한다고. 약간의 널뛰기가 그래서 생기는 건가... 싶고 그래서 뭔가 재미가 있나 싶기도 하다(방송에서는 농담처럼 말했지만).


3. 7월 19~25일 가온 스트리밍 차트를 봤는데(이 차트는 신곡 뽐뿌가 꽤 낮아서 팬덤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 뭘 제일 많이 틀어놓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혁오-자이언티-혁오가 600만 대로 1~3위, 그 아래로 씨스타-에이핑크-AOA-소녀시대가 400만 대로 4~7위다.

보다시피 600만 대의 무도층 / 400만 대의 걸그룹 대전층으로 나뉘는데 그 격차가 꽤나 크다. 걸그룹 쪽만 본다면 씨스타가 과연 엄청나다는 걸 알 수 있고(사스가 대중이 팬덤, 여름엔 씨스타), AOA의 이번 활동이 꽤 성공적이라는 것도 알 수 있다. 초반에 생각했던 데로 굳이 (사재기) 논란 같은 걸 불러 일으킬 필요가 없었다. 두고두고 말이 나올 괜한 트집거리를 하나 안게 되었다.

8~10위에는 빅뱅과 비스트가 있다. 문제는 걸스데이인데 사실 이번 활동에서 잃은 게 꽤 많다. 하지만 멤버 개인 능력치로 따지자면 거의 일당백에 최고 수준인 그룹이라 기회가 나면 다시 치고 올라올 수 있을 듯. 이번에 있었던 일들 - 타이틀 선곡과 몇 가지 사건 - 이 그들에게 큰 자양분이 되지 않을까.


약간 의외인 건 무도 출연에 맞춰 아이유가 방송에서 마음을 불렀고, 며칠 늦었지만 음원도 내놓았는데 무도 버프를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는 거.


4. 이렇게 더위에 고생하는 건 이번 주 강제 휴가 모드이기 때문이기도 한데(식당을 안해...) 경춘선타고 춘천이나 한번 갔다 와볼까 싶기도 하다. 집 바로 옆에 경춘선이 지나가는데 한 번도 안 타봤다. 근데 가면 체내가 백숙이 될 거 같아.

20150724

리멤버 다시

약간 다른 이야기를 먼저. 사실 이건 예전 알이에프 시절 곡 소개를 들으면서 생각한 건데 지금도 딱히 변한 게 없으니 해보자면 : 신곡을 들고 나온 아이돌들이 곡 소개할 때 하는 말들을 보면 힙합이 가미된 신나는, EDM이 들어간 흥겨운 뭐 이런 이야기들을 한다. 정말 쓸 데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되는게 이건 혹시나 궁금해 하는 사람들을 위해 제작 후기에나 실릴 이야기다.

그냥 이 노래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가 듣는 사람 입장에서 노래 부르는 사람한테 가장 궁금할 점인데 짜여져서 외워 말하는 곡 소개에도 그런 이야기는 그다지 비중이 크질 않다. 이런 건 싱어송라이터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결과물의 내용이 궁금하지 만들면서 자기가 무슨 고민을 했는지는 궁금하지 않고 알 필요도 없지 않나. 메이킹의 레퍼런스를 별 이유도 없이 왜 드러내는 지 모르겠다.

여튼 리스너에게 필요한 정보는 내용이 뭐냐다. 그리고 신나는, 흥겨운은 공급자가 말할 게 아니라 소비자가 말할 거다. 약간 비슷하게 공연장에서 일어나! 박수쳐! 같은 이야기를 하는 뮤지션도 이해가 잘 안 가는데 니들이 잘해서 일어나게 해... 니들이 잘해서 박수치게 해... 재미도 없는 시원찮은 거 하면서 억지로 일어나라고 하지마...

물론 음악 잡지 시장이 붕괴되어 있고, 특히 가요의 제작 후기 같은 건 실릴 곳도 거의 없고, 읽을 사람도 거의 없다는 문제점이 있기 때문에(아이돌로지 http://idology.kr/ 의 분투를 기대하는 부분이다, 이외에 큐오넷 같은 곳 등에 종종 나온다) 저런 식으로 대신 말하게 되는군 이라고 생각은 하고 있지만 여튼 이런 부분에 대해 거부감을 좀 가지고 있다.

뭐 여튼 그런 고로 가사 이야기, 뮤직 비디오의 내용 이야기가 나오면 유심히 듣는 편인데 며칠 전에 에이핑크의 리멤버 가사(http://macrostars.blogspot.kr/2015/07/blog-post_16.html 참고)에 대한 해석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사실 별 중요한 이야기는 아닌 게 명백한데 뭐 팬의 입장에서 이런 김에 한 번 더 들어보세요 :-) 이런 것도 약간 있고 등등등.

더큐멘터리에 가사 이야기가 나오던데 내 생각과 좀 다르다...는 이야기였는데 라디오였나에 나와서 또 이 부분 이야기를 했다. 나은, 초롱 vs 은지, 보미로 의견이 약간 다른데 즉 신세 한탄이 과거의 일이냐 현재의 일이냐다.

약간 덧붙이자면 은지의 경우 예전부터 가사라는 건 듣는 사람이 자의로 해석하는 거라는 이야기를 종종 했었는데(Secret 가사에서도 약간 비슷하게 멤버별로 다른 의견 제시가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그런 모호함을 전달하는 가사도 있기는 하지만 에핑의 위 두 곡의 경우라면 특히나 곡과 합쳐진 내러티브가 중심이다. 이야기 꾼(노래를 부르는 사람이라면 기본적으로 이야기 꾼이다)이 내용은 알아서 들어... 라고 하는 건 좀 이상하다. 여튼 내용을 가지고 어떤 감정을 느끼는가는 자유겠지만 이건 그 전의 문제다.


가사를 쭉 한번 보자면 https://youtu.be/bXlrqQKbjSM

(하영) Do you remeber? 우릴 비추던 태양, 넓고 푸른 바다 마치 어제처럼
(보미) 시간이 멈춰버린 기억 그 속에

(초롱) 하얀 모래 위를 함께 걷던 날 기억하나요
(하영) 잠깐 밀려오는 파도 속에서도 떨어지지 않았던 Yeah (하나 둘 셋)
(나은) 어느새 이렇게 점점 나도 모르게 웃음이 사라져가고 (하나 둘 셋)
(남주) 뒤돌아 볼 수도 앞을 내다 볼 수도 없이 지친 너와 나 이제

(은지) 함께 떠나요 시원한 바람 속에 오늘은 다 잊고 그때 우리처럼 
(보미) Do you remeber? 우릴 비추던 태양 넓고 푸른 바다 마치 어제처럼
(은지) 시간이 멈춰진 듯이 언제나 바랬듯이 Remember Remember Remember 

(초롱) 붉은 태양이 지는 그 여름밤을 기억하나요
(하영) 어둠이 하늘을 덮어올수록 별은 더 밝게 빛난 걸 Yeah (하나 둘 셋)
(나은) 하늘을 모른 채 땅만 바라보는 게 점점 늘어만 가고 (하나 둘 셋)
(남주) 지금이 낮인지 밤인지도 모르는 시간 속에 지친 너와 나 다시

(은지) 함께 떠나요 시원한 바람 속에 오늘은 다 잊고 그때 우리처럼 
(보미) Do you remeber? 우릴 비추던 태양 넓고 푸른 바다 마치 어제처럼
(은지) 시간이 멈춰진 듯이 언제나 바랬듯이 Remember Remember Remember

(나은) 뭘 아직도 망설여요
(초롱) 다 잊고 나와 함께 가요
(남주) 저 푸른 바다에 다 던져버려요 
(은지) 우리 더 늦기 전에
(하영) 기억하나요 맘속에 그때가 어제처럼 느껴지는 순간

(보미) Do you remember? 우릴 비추던 태양 넓고 푸른 바다 마치 어제처럼
(은지) 시간이 멈춰진 듯이 언제나 바랬듯이 Remember Remember Remember


가사만 가지고는 완전한 결론을 내기가 어렵긴 한데 다른 부분을 간단히 요약해 보자면 : 은지 이야기는 위 시간 차이가 꽤 짧다. 좋았는데 - 지금 안 좋아서 우울하고 - 그러니 함께 떠나서 다시 잘해보자... 가 된다. 나은 이야기는 시간 차이가 좀 길다. 좋았는데 헤어졌고 - 그래서 지금 우울하고 너도 우울할테고 - 그러니 리멤버하며 다시 함께 떠나보자... 가 된다. 전자의 경우엔 헤어짐이 없는 권태기 상태라 할 수 있고, 후자의 경우에는 더 예전의 기억을 리멤버 하는 거고 그러므로 땅만 바라보고 하늘도 못 보는 슬픔도 전자에 비해 훨씬 더 크고 무겁다.

이 노래를 후자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위에 말했듯 이 곡의 내러티브는 음악과 함께 완성되는데, 곡 자체가 꽤나 아득하기 때문이다. 이 곡 감상 리뷰를 찾아 보면 분위기가 늦여름 8월 말 분위기가 난다고 말하는 이들이 꽤 있는데 그 이유는 곡의 아득한 분위기 덕분이다.

약간 첨부하자면 그렇기 때문에 음방에서 후렴구 전에 나오는 남주와 은지 부분에서 둘의 표정이 과도하게 신나 있는 거 같다... 물론 뭐 전체적으로 보자면 즐겁게 부르는 게 매력 포인트고 그렇게 즐거울 수록 곡의 우울해 지는 게(왜냐면 전에 말했듯 이건 못 떠날 여행이므로 - 하지만 은지 해석이라면 이 여행은 떠날 수도 있을 거 같다) 특징이 아닐까 생각하지만...

그리고 이 이야기를 길게 해보는 이유 중 하나는 남주 목소리는 저 부분의 아득함에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므로 더 앞 부분 파트와 후렴구 파트를 줘야 하는 게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있다. 그러면 은지-보미-은지로 이어지는 약간 이상한 후렴구의 앞 부분이나 뒷 부분을 남주에게 줘서 정리를 할 수 있었을 거 같은데. 나은 목소리는 저 부분에 딱이다.

분위기 셋(나은, 초롱, 하영) - 후렴구 둘(은지, 보미) - 올라운드 플레이어 하나(남주)를 어떤 식으로 배치 하느냐가 가장 중요하고 곡의 특징을 선명하게 만들어 내는 그룹인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곡이 이상하다기 보다는 배치에 발전할 요소가 있다. 뭐 지금도 물론 좋은데 다음 번에 더 좋은 곡을 내놓길 기대하며 이런 쓸데없는 이야기를 또 길게 해 봄...


PS 1) 이 곡에 대한 신사동 호랭이의 인터뷰가 실렸다. 3일 전에 나왔는데 몰랐네... 기사는 여기(링크). 이 분의 이야기에 기준해서 보자면 이 노래는 사랑 노래가 아니다. 리멤버의 대상은 더 어린 시절이고, 저 곡의 '너'는 연인이 아니고, 그냥 어릴 적 친구일 수도 있다. 신세 한탄은 그냥 힘든 현실에 대한 한탄이다. 그러니 리멤버해서 갈 곳은 그때처럼 맘 놓고 쉬자가 된다. 그렇게 본다면 이 곡은 힐링송이라는 점에서 NoNoNo에 매우 가까워 지고 남주가 웃는 이유는 여전히 납득이 안 되지만 은지가 웃는 이유는 납득이 된다.

신사동 호랭이는 "친구들과 여행을 함께 가게 되면 보통 차에서 음악을 크게 틀거나 이어폰을 나눠 끼며 당시 유행곡을 듣잖아요. 유행곡의 벌스 부분이 흐르다 후렴구가 되면 저도 모르게 자동으로 따라 부르면서 놀게 되요"라고 대답했다. 즉 은지 후렴구가 시작되고 전조되면서 보미 파트가 나오는데 거기서 빵 치고 올라오는 효과를 노렸다는 거다.

이 부분은 작가가 자신의 농담을 설명했다는 점에서 이미 꽤나 글렀다고 생각한다. 여튼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오해를 사는 건 빵~ 전이 너무 쎄고, 빵~ 후가 너무 약한 게 아닌가 싶다. 듣기에 저 부분은 신호 말대로 후렴구가 나오면서 빵~ 터진다기 보다는, 후렴구가 시작되기 전에 라디오 주파수를 휙 돌렸고 마침 딴 곡의 후렴구가 나오더라... 에 가까운 거 같다. 많은 오해들이 잘못된 효과의 사용에서 비롯된 게 아닌가 생각한다.


PS 2) 저 설명을 염두에 두고 리멤버의 가사를 보면 확실히 이건 애인과의 곡이 아니어도 별 상관은 없다. 정말 노노노에 가까운 단순 떠나자 힐링곡이고 어린 시절의 추억은 양념이다.

그렇지만 분명 이 곡은 매우 안타까운 느낌의 뭔가가 담겨 있고 그 인상이 많은 부분을 지배한다.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 에핑의 노래는 나은과 초롱의 목소리가 분위기를 잡는데 매우 유용하게 사용되고 특히 간만의 우울한 이야기였던 LUV에서 그런 점을 확실히 보여줬다. 리멤버의 경우 역시 나은과 초롱이 분위기를 잡고 둘이 신세 한탄 부분을 맡고 있는데, 마침 이 두 명이 가장 적극적으로 이 가사를 예전에 헤어진 연인과의 아련한 추억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 덕분이 아닐까... 라고 생각함.

20150723

세 곡만 들어보자, 걸스데이

걸스데이는 직선적이고 군더더기 없는 곡이 꽤 잘 어울린다. 음색 조화가 나름 어울리기 때문이기도 하고 쓸데없이 빙빙 돌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걸데의 이미지와도 잘 맞는다. 하지만 이런 곡들은 타이틀로 쓰기엔 좀 밋밋하다.

제목만 봐도 알겠지만 대충 가져다 붙여놓은 듯 한 게 이쪽에 그렇게 신경을 쓰고 있는 거 같진 않다. 그래도 꾸준히 이런 - 질주까지는 아니고 기분 좋게 달리는 듯한 - 곡들이 들어있다. 시간 역순인데 세 곡 놓고 보니까 속도가 약간씩 붙고 있군...

여튼 랜덤으로 듣다가 이런 곡이 나오면 기분이 꽤 좋아진다. 선선하니 날씨 좋은 날 듣는 것도 좋다. 물론이지만 이런 곡들에 공식 뮤비 같은 건 없다.



이번 앨범에 실린 Top Girl.




이건 Darling이 타이틀이었던 걸스데이 에브리데이 #4에 실렸던 Timing.





이건 꽤 예전 곡이다. Young love라고... 한번만 안아줘가 타이틀이었던 미니앨범 1집 에브리데이의 1번 트랙 곡이었다. 한번만 안아줘가 마치 게임처럼 멤버 별로 5가지 종류의 엔딩이 있어서 화제였던 기억이 나는군... 걸스데이는 이렇게 잘 성장하다가 일본 진출한다고 삽질을 하는 바람에 타이밍을 놓쳐 버렸었고 썸씽(사실은 그 전 여자 대통령)까지 긴 세월을 보내게 된다. 뭐 지금 와서는 그저 옛날 이야기일 뿐이지만.

20150721

단절의 시기

1. 제와피에서 원더걸스 티저 첫번째로 선미편을 공개했다.



어제 두 명의 탈퇴 발표가 있었고 그날 밤에 티저 공개가 된 거 보면 일정이 차곡차곡 진행되고 있는 거 같다. 그러고 보면 선미는 탈퇴가 아니었고 활동 중단이었다. 물론 선견지명이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고 운명 같은 거려니...

여튼 제와피 쪽은 역시나 폼 나는 거 참 좋아한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 곡을 계기로 아오아 밴드 버전도 뭘 좀 내면 더 재밌어지겠다 싶다.

2. 지민이 훌륭한 점 이야기를 하다가 말았는데. 기본적으로 투애니원 같은 예외를 제외하고 보통 걸그룹의 래퍼는 최마이너 포지션이다. 걸그룹 랩은 예능에서 재미로 소모되는 경우가 많고 혹시나 진지하면 더 이상해진다. 그렇게 좋으면 힙합하러 가지 왠 아이돌... 이렇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외모도 괜찮고 춤도 괜찮은데 노래는 영 안되겠다 싶을 때 래퍼를 시키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튼 지민은 리더라는 점이 다른 그룹들과 상황이 약간 다르긴 한데 그렇다고 아오아가 폼 잡는 음악 하던 그룹도 아니고...

여튼 이런 상황에서 언프리티 랩스타에 나가 영역을 개척해 냈다. 방송 힘도 있고, 소속사 뽐뿌도 있고, 아이돌이라는 덕도 있긴 하지만 여튼 자리를 잡아 내는 데 성공했다는 건 굉장한 일이다. 게다가 바이럴의 루트 하나를 새로 뚫어 놨다는 게 정말 크다. 이렇게 새로 뚫린 길을 이용해 위로 올라가는 아이돌들이 잔뜩 늘어날 거다.

또한 보통은 여자 그룹 혹은 솔로 + 남자 랩 피처링이 기본이었는데 남자 그룹 혹은 솔로 + 여자 랩 피처링이라는 것도 생겼다. 여자 래퍼들의 활동 영역이 확 넓어진 거다. 예능이나 연기자할 때를 기다리며 걸그룹 구석에서 묵묵히 랩 하던 분들의 분투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3. 저 쪽에는 패션 이야기만 하고 있고, 이 쪽에는 걸그룹 이야기만 하고 있다. 뭐 일단은 이런 식으로 돌아간다.

20150720

월요일 오후는 졸리다

1. 번역을 하고 있는데 꽤 재미있다. 번역하는 내용도 그럭저럭 재미있지만 번역은 역시 과정의 재미인 듯. 한 인간이 허튼 농담 같은 걸 하는 의식을 살짝 엿보게 되는 건 생각해 보면 나름 이상한 일이다. 의역을 하면 할 수록 더 재미있긴 한데 물론 그래서는 안된다.

2. 선예와 소희가 원걸에서 공식 탈퇴했다. 5인 원더걸스의 공식적인 마지막 무대는 2013 평창 올림픽 스페셜 라스트 무대였다고 한다. 어디서 들은 거라 확실하진 않다. 당시 선예는 임신중이었다고.


한 시대를 풍미한 걸그룹의 일대기 하나가 이렇게 끝이 나는데 이런 거라도 한번 봐야지. 이제 원더걸스는 예은, 유빈, 선미, 혜림이다. 풀타임을 채우고 있는 건 예은 밖에 없다. 그래도 밴드는 안했으면 좋겠다.

3. 걸그룹(아마도 보이그룹도 그렇겠지만 골라내는 눈이 없기 때문에 잘 모르겠다)은 덕후 몰이를 하는 멤버가 매우 중요하다. 원걸은 그게 소희와 선예다... 선미와 현아도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앞 둘과는 파워 차이가 좀 난다. 그런 멤버가 다 나가버린 게 특징이라면 특징이군.

이 이야기를 왜 해보냐면 비밀병기 그녀에서 피에스타 재이를 보고 있자니 이 그룹이 왜 안 풀리고 있는 지 좀 알 거 같아서다. 재이는 피에스타를 잘 되게 하려고 고군분투하는 나름 예쁘고 훌륭한 리더지만... 정말 재미가 없다. 오덕은 커녕 일반인도 하품하다 채널을 돌리겠다. 말투, 표정, 행동, 움직임 하나하나가 모두 철저하게 노잼으로 향하고 있다. 이렇게 버튼이 전혀 없는 아이돌도 드물다. 여튼 워낙 철저해 나름 귀중한 사료가 아닐까 생각되어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모든 행동 패턴을 분석해 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는데 아무리 나라도 그런 건 물론 하지 않는다. 어차피 며칠 어디서 뭐 배운다고 바뀔 것도 아니고 이왕 이렇게 된 거 뭘해도 노잼 캐릭터를 개척해 보면 어떨까 싶은데 사실 그런 것도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어야 되는 거라...

여튼 그 방송이 이 노잼을 덮기 위해 어떤 역할이라도 해준다면 괜찮을 텐데 - MC가 매우 중요하다 - 노잼에 불을 붙이면 붙였지 그런 역할은 전혀 못한다.

4. 러블리즈의 좋은 점은 뒤에서 시끄럽게 소리를 질러대며 쓸데없이 가창력 같은 걸 뿜어내는 메보가 없다는 점이다. 물론 만약을 위해 베이비소울이 있긴 하지만 러블리즈 타이틀 곡에서 그런 건 철저히 뒤로 감춰져 있다. 음색 말고 다른 건 전혀 아무런 의미가 없다. 훌륭하게 구축된 세상이다.

5. 지민의 훌륭한 점도 이야기하고 싶지만 너무 길어졌으니 다음 기회에...

20150719

주말

주말이었다. 토요일은 약간 이상한 날이었다. 뭐랄까...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한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마음이 너무나 무거웠고 비도 내렸다.

한동안 사람들은 김연우를 김연우라 부르지 못했는데 이제부터 또 당분간 이정을 이정이라 부르지 못하는 시기가 도래한 듯하다. 개인적으로 보컬 스타일에서는 김연우보다는 이정을 훨씬 좋아한다. 하지만 이정이 하려고 하는 음악이 내 취향이 전혀 아니라는 결정적인 문제가... 그렇기 때문에 가끔 방송에서 딴 사람 노래 부르는 거 들으면 좋았고 꽤 예전 이야기지만 모아놓고 듣기도 했었다. 복가에선 계속 그런 게 나오겠군... 그러므로 롱런하시길 기대.

에핑의 진행은 약간 실망스럽다. 그것은 차트 성적이라든가 하는 문제가 아니다. 뭘 지향하는 지 대충은 예상이 가는데 그게 솔직히 탐탁치 않다. 으음.

트위터를 안 본지 24시간이 넘은 거 같다. 습관적으로 전화기에서 트위터를 눌러 봐야지 싶을 때 피들리를 눌러 패션 소식을 본다. 약간 귀찮고, 약간 짜증나고, 약간 조바심이 나고 있는 의식이 작게 작용하고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크게 의도하고 있는 건 아니다. 다만 블로그에 뭔가 포스팅했을 때 링크를 트위터에 올리는 것과 안 올리는 것 사이의 조회수 차이가 생각보다 크다.

너무 더워서 바람이 부나 싶어 밖에 나가봤지만 이제 바람이 불지 않는다.

20150718

태풍

이틀간 꽤나 건조했다. 건조함이 주는 가장 큰 놀라움은 그늘에만 있으면 시원하다는 거고 그래서 밤이면 춥다는 거. 7월 17일 제헌절 밤이 춥다니 그 누가 예상이나 했으랴. 여튼 어스의 바람 지도를 유심히 보다보니 일본 남쪽에 있는 태풍이 온 습기를 다 빨아들이고 있었고 아마도 그것 덕분에 꽤 쾌적했던 거 같다. 저번 태풍 때는 구름이 갇혀서 온통 습했었는데 똑같은 회오리가 전혀 다른 이틀을 만들었다니 역시 세상은 신기하다...

여튼 17일 낮 쯤에 태풍이 소멸되었다는 뉴스를 봤고, 그 말은 습기를 빨아들이는 진공 청소기가 작동을 멈췄다는 뜻이고, 점점 구름이 늘어나면서 습해지더니 밤에 집에 들어오는 길에는 빗방울이 떨어졌다. 내일은 아마 익숙한 그 습한 더위가 다시 돌아올 듯.

간만에 뮤뱅을 봤다. 에핑 컴백 주니 아무래도 음방을 보게 되는데 보다가 느낀 건 여튼 소녀시대 너무 열심히 해... 사실 개인적으로는 이번 노래도 이상하고, 의상도 이상하고 거의 다 맘에 안드는 데 노래는 물론이고 음방 무대 동작의 그 복잡다단함과 그 와중에 확실하게 흘러가는 표정 연기를 보고 있자니 기본 허들을 정말 많이 높여 놓는구나 싶다. 

어쨌든 오늘 뮤뱅만 해도 걸그룹에 소녀시대, 구하라(카라), 씨스타, 걸스데이, 나인뮤지스, 에이핑크, AOA가 있었고(이거 쓰다가 찾아보니 씨스타-걸데-나뮤가 2010년 6, 7, 8월에 차례로 데뷔했구나) 보이그룹에 슈퍼쥬니어와 인피니트가 있었다. 그냥 일주일에 한 번 하는 음방인데 이런 리스트가 다 뭐람.

20150716

날씨가 좋다 + 에이핑크 리멤버

날씨가 좋다. 태풍 직전 이틀간 말같지도 않게 덥고 습하더니 태풍과 함께 다시 리셋이 되었다. 딱 좋아하는 맑고 건조하고 바람이 훨훨 부는 날씨. 이런 날이 너무 계속되니까 왠지 불안... 하지만 지금 좋은 건 지금 좋아하기로.


그건 그렇고 에이핑크가 새 앨범을 냈다. 정규 2집! 핑크 메모리! 와와~ 기존 발표곡 새끼 손가락과 타이틀곡 inst 제외하고 신곡이 8곡이나 들어 있다!



에핑이 뭔가 낸다니까 역시 왠지 기대도 되고 팬덤의 움직임도 주시하고 있었는데 초반 진행 상황은 뭐 나름 나쁘진 않은 듯. 여튼 노래 이야기는 나중에 딴 곳에 간단히 쓰기로 하고...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 건 역시 에큡도 어떻게 큰 회사에 합쳐지든지 뭔 수를 내야 한다는 것... 정형돈도 유재석도 대형 기획사에 들어가는 세상이 되었고 가수-연기자-MC로 진영을 갖춘 대형 기획사들끼리의 파워 게임이 본격화될 시점이다...

심심해서 에핑 음반에서 뭘 제일 많이 들었나 아이튠즈를 살펴보니
세븐 스프링스(타이틀 몰라요)에서는 위시리스트, 스노 핑크(타이틀 마이마이)에서는 히마베, 위나네(타이틀 허쉬)에서는 부비부, 시크릿 가든(타이틀 노노노)에서는 러블리 데이, 핑블(타이틀 미스터츄)에서는 선데이 먼데이, 핑럽(타이틀 럽)에서는 동화같은 사랑... 뭔가 내 취향하고 좀 다른 거 같은데 -_-


리멤버 이야기를 약간 더. 이 이야기는 딱히 딴 데서 할 곳이 없는 듯 하니 그냥 여기에 한 번.

럽은 꽤나 구린 곡을 보컬 6명이 아기자기하게 재미를 만들어서 3분을 끌고 가게 만들어 놨다면 리멤버는 특징이 전체 구조가 약간 희한하다는 거다. 은지가 끌어 올리나 싶을 때 딱딱 끊어버리는 게 포인트라면 포인트다.

곡 전체를 보자면 처음에 하영, 초롱이 과거 회상 - 중간에 나은, 남주가 현재 신세 한탄 - 마지막에 은지, 보미가 다 때려치고 그때처럼 다시 놀러가자 로 되어 있다. 이 구조가 반복되다가 나은-초롱이 브릿지로 곡 전체를 리프레시한 다음 다시 노래가 시작되는 듯 하더니... 은지 부분에서 난데없이 하영이 치고 들어오면서 다시 곡을 가라앉힌다.

또 후렴구 부분이 은지-보미-은지로 되어 있는데 맨 마지막 후렴구 반복 부분을 생각해 보면 보미-은지가 중심이고 앞에 은지는 디딤판 같은 역할이다. 이게 이런 식으로 되어 있으니까 은지가 후렴구를 시작하는 군... 했을 때 심지어 분위기도 확 바뀌며 보미의 진짜 후렴구가 시작된다. 그러므로 엇 뭐지? 하게 된다.

즉 이중 브릿지와 이중 후렴구가 곡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데... 후자의 경우엔 곡이 리멤버고 전체적으로 90년대 사운드를 중심으로 현재와 회상으로 되어 있으니 시간을 좀 점프하는 기분을 표현하고자 장난 같은 걸 친 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

전자의 경우 나은과 하영이 양쪽에서 가둬 놓은 부분 역시 전형성을 피하고자 넣은 장난 같기는 한데 왜 저런 모습이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곡을 듣다가 이 부분이 들리기 시작하면 뭔가 수렁에 빠진 거 같음... 그래서 땅만 바라보나... 뭐 따지고 보면 결국은 못 갈 여행이니까... -_-


PS) 뭐 딱히 중요하진 않지만 : 더큐멘터리(링크) 에이핑크 편을 봤는데 리멤버 중간 부분 나은, 남주의 현재 신세 한탄 부분에 대해 나은과 초롱은 내가 썼던 대로 현재 신세 한탄으로 보고 있는데 다른 멤버들(특히 은지)은 과거 당시의 신세 한탄(아마도 그러다 헤어졌겠지)으로 파악하고 있다. 후자로 보면 함께 떠나요! 하는 부분의 개연성이 약해지지 않나... 뭐 여튼 이왕 써놓은 거니까 붙여 봄.

PS 2) 나뮤 때도 이렇게 좀 자세히 이런 저런 이야기를 썼었는데 굳이 이야기하자면 이렇게 생각날 때 마다 떠들어 놨다가 나중에 정리해서 아X돌XX 간단평에 보내려고... 물론 정리가 안되서 or 정리는 했는데 내용이 쓰잘데 없어서 or 귀찮아져서 etc 못 보내는 경우가 (훨씬) 많지만.

20150714

방송

예컨대 "억울해 하는 유력한 다수"가 있다면 이는 방송에 매우 적합한 타겟이다. 여기서 유력이 굉장히 크다면 물론 다수가 아니어도 된다. '유력'은 방송의 큰 수입이 되어 주고, '억울해 하는'은 그들을 끌어당길 수 있는 훌륭한 유인이 된다. 억울해 한다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그리고 그 억울함을 해소시켜 준 다면 더 유력하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실제로는 어떤가 같은 건 별로 상관이 없다.

방송국 같은 경우 수많은 세재 혜택을 받고 있지만 몇몇 장치로 인해 억울해 하는 대기업의 편을 든다. 정치인 출신 변호사 방송인은 큼지막한 아파트를 가지고 있지만 집값이 내려 억울해 하는 중산층의 편을 들어 준다. 코메디언과 힙합퍼는 비유력 계층의 잘못 중 하나를 크게 확대해 비난하며 유력한 다수의 마음을 달래 준다. 토론회에 자주 등장하는 지식인도 비슷한 포지셔닝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이건 반대쪽 편을 들었을 때 어떤 일이 발생할 지를 예상해 보면 쉽게 답이 나온다. 유력 혹은 다수는 방송국, 방송인, 연예인을 한 무리에 두며 더 큰 억울함을 가지게 될 것이다. 이래 가지곤 화병이 날 지도 모른다. 즉 누가 하든 여하튼 억울함을 달래 줄 누군가는 등장하게 되어 있다. 구조와 상식이 바뀌어 억울해 하는 게 부당하다고 자신이 알 때 까지는 갈 길이 너무 멀다. 이 장사는 그때 가서 또 그에 맞춰서 하면 된다. 아마도 이 계열에 있는 사람들이 제일 먼저 포지션을 움직일 거다.

그러므로 이런 포지셔닝은 쉽게 발견된다. 누가 갑자기 예전에 안 하던 소리를 한다면 이런 식으로 먹고 살면 된다는 걸 눈치 챈 게 틀림없다. 활동 영역도 넓힐 수 있다. 방송국은 대기업에 딜을 할 수 있고, 방송인과 연예인은 지금껏 생각지 못했던 프로그램에 등장해 해당 포지셔닝을 고수하며 두루두루 억울함을 달랠 수 있다. 책을 낼 수도 있고 강연을 할 수도 있을 거다. 방송을 통한 인지도 확보는 물론이고 '유력'한 팬들도 늘어난다.

물론 너무나 티가 나는 비유력 소외 계층인 경우 - 예를 들어 장애, 가난, 혹은 더 억울한 사연 등등 - 유력한 계층의 측은지심을 건들 우려가 있고, 이런 존재는 보통 유력의 향방에 큰 영향을 미치지도 않기 때문에 같은 방식의 태도는 취하지 않는다. 게다가 이 같은 이들을 위로하는 제스쳐는 유력 계층의 선호를 더 얻을 수도 있다. 나중에 '원래는 착한 사람'이라는 쉴드 프레임을 자진해서 만들어 줄 좋은 도구가 되어 줄 거다.

간단하다. 이런 식으로 어떤 분이 이윽고 헛소리를 시작한다면 저 분이 뭘 하려고 하는 건지 짐작할 수 있다. 그냥 자본주의 사회를 살며 머리가 잘 돌아가고 있는 것 뿐이다. 그러므로 이런 사람들에 대고 잘 좀 생각해 봐라 라든가 생각을 좀 해라 라든가 등의 권고를 해보는 건 그저 시간 낭비일 뿐이다.

물론 이런 이들을 타박하는 과정을 통해 소수의 행동을 도모함은 훌륭한 일이다. 어쨌든 둘은 방향이 약간 다르고, 그 태도가 권고와 타박의 곳곳에 스며든다. 올해 들어 발생한 기나긴 논쟁에서 주의 깊게 바라봐야 할 건 그 정도 같다.

방송에서 이 다음으로 필요한 건 아마도 욕받이다. 평화로운 선인보다야 욕받이가 훨씬 쓸모가 많고 자진해서 욕을 받아먹으려 하는 이가 있다면 그야말로 최상이다. 얼마 전 화제가 된 냉장고 방송의 맹쉐프의 경우 피디는 좀 더 늘러 붙어 있길 바랬을 거 같은데 자진 하차해 버렸다. 아마도 제작진 측에서는 사람을 잘못 봤다고 생각했을 거 같다.

20150713

태풍이 지나간 월요일

1. 태풍이 하나 지나갔다. 이틀간 지옥처럼 덥다가 온도가 뚝 떨어졌다. 태풍이 지나간 후 부는 바람을 좋아하긴 한다. 하지만 습한 바람이라는 건 기본적으로 별로야.

2. 사람은 모두들 한계가 있다. 육체의 능력도 그렇지만 사고 회로도 마찬가지다. 그 끝부분을 자신이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자기가 넘어설 수 없는 부분을 만났을 때 돌아가거나 관조하는 방식을 개발해 놓는 것도 중요하다. 모르면 배우면 되지만 여러가지 이유로(예컨대 종교나 특수한 경험) 그것이 불가능할 땐 일단 접어놓고 자신이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거나, 그냥 침묵하는 편이 맞다. 특히 그 한계의 부분은 인간의 발전과 함께 쉼없이 움직이며 나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 자리에 서서 소리를 질러대는 이들이 정말 많다. 그걸 못 넘는 건 세상 탓이 아니라 제 탓이므로 누구에게 원한을 가질 이유는 없다.

3. 마리텔 종이접기가 흥하길래 찾아서 봤다. 본방 할 때는 솔지 트로트 편를 틀어놓고 있다가 재미없어서 김구라 커피편을 틀어 봤는데 재미가 더 없길래 껐었다. 그래서 종이접기를 찾아 봤는데... SNS에서 바이럴하게 오고가는 이야기들을 보면서 예상하긴 했지만 종이접기가 내게 호소하는 건 역시 하나도 없다는 걸 다시 깨달았다.

물론 뭐 어렸을 적에 종이접기를 안 한것도 아니고 능률사인가 뭔가에서 나온 두꺼운 책을 보면서 차곡차곡 다 만들어 봤던 기억도 있긴 하다. 사실 몇 년 전에도 워낙 심심하길래 아이폰에서 오리가미 앱을 다운받고 좋은 색종이란 무엇일까 하며 찾아본 적이 있었다. 그때도 찾아만 보다가 관뒀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기분.

4. 올 여름에는 선크림을 세 개나 구입했다. 얼굴용 둘에 바디용 하나. 아마존에 기프트 카드 잔액이 좀 있어서 그렇게 됐는데... 선크림이 하나씩 늘어날 때마다 밖에 나갈 일이 점점 더 줄어든다. 부적 같은 건가.

5. 방에 바람이 워낙 안 통하다보니 컴퓨터 온도가 범상치가 않다. 예전 데스크탑 쓸 때랑 비교하면 노트북 쪽이 역시 훨씬 높다. 모니터링 프로그램에 의하면 대략 80도 정도에서 오르락 내리락한다. 100도가 넘어가면 노트북에 무슨 장치가 있어서 일단 자동으로 꺼버리는 듯.

어쨌든 자꾸 100도를 찍으며 꺼져 버리기 때문에 프로그램 사용과 온도 사이의 관계에 요새 꽤 민감하다. 온도를 확 높이는 건 역시 브라우저. 파폭, IE, 크롬을 다 비교하며 써 봤는데 브라우저 별 차이는 별로 없지만 사이트 차이는 좀 있다. 광고가 많거나 리프레시가 많은 사이트들이 역시 쉽지 않다. 예를 들어 디씨나 트윗덱, 언론사 사이트. 하지만 탭을 많이 띄우는 게 가장 최악이다. 그래서 트위터 같은 건 가능하면 휴대폰으로만 보고 있고 탭도 셋 이상 띄우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다음팟 플레이어와 토렌트 프로그램도 일단 구동 시작하면 기본 10도 정도는 올라간다. 아이튠스나 푸바 같은 건 거의 영향이 없다.

결론적으로 컴퓨터 사용에 있어서도 행동 반경이 매우 제약을 받고 있다. 뭔가 생각남 -> 인터넷 검색으로 확인하고 보충 함 -> 구글 독스로 뭔가 쓰기 같은 건 현재 상황으로는 거의 불가능하다.

6. 인피니트 새 앨범이 나와 들어보는 김에 성규의 솔로 앨범도 들어보고 있다. 성규 솔로 앨범은 그냥 넬이다. 어떤 뮤지션이 다른 뮤지션을 너무 좋아해서, 그에게 의뢰를 해 아마도 그가 냈을 것과 거의 같아 보이는 앨범을 냈다는 건 꽤 재밌는 일이다. 이 현상이 주는 재미를 제외하고 보면 나는 넬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이 앨범도 마찬가지다. 혹시나 성규가 넬을 별로 안 좋아하는데 전략적인 측면에서 이걸 낸 거라면 그때는 좀 더 재밌게 읽힐 부분이 있을 지도 모르겠다.

인피니트 앨범은 예전처럼 이건 뭐지?!... 싶은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여전히 재밌는 구석이 있다. 사실 보이 그룹의 음반은 내 음악 듣는 성향으로는 거의 다 도무지 들을 수가 없는데 현재 상황에서 그나마 들을 수는 있는 게 엑소, 인피니트 정도인 듯.

20150709

더위와 바람

1. 7월 9일인데 예년과 비교하자면 (습하지 않은) 바람이 정말 많이 불고, 비가 정말 안 내린다. 뭔가 심각한 문제가 있는 거 같은데 지구에서 만든 구조물이 명왕성에 다가가고 있는 것과 무슨 관계가 있는 게 아닐까...는 아니고 초대형 엘리뇨 때문이라고 한다.

2. 하루 방문자가 100명 쯤이던 블로그에 방문자가 갑자기 20배 쯤 늘어나면 무슨 일이 좀 있나 보군...하고 생각하게 되는데(200배 쯤 늘어나면 뭔가 문제가 생겼군... 긴장 -_-) 이곳 블로거의 통계란은 워낙 부실해서 누가 어디서 뭘 보고 왔는 지 찾아내기가 어렵다. 원인이야 뭐 지금은 걸데 검색이겠지만.

3.

앱을 바꾸고 나서 이게 한달 간 중 몇 번만 집어 넣었는데... 뭔가 약간 문제가 있는 것도 같고. 병 이런 거 아니라 식생활 측면에서.

4. 쇼타임은 하여간 최고.

20150708

약간 더

소라넷 - 몰카 이슈를 유심히 보고 있었는데... 약간 덧붙여 보자면

일단 이 문제에 대한 기본적인 가정은 이것 - 음란 영상물 - 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거다. 절대 안 없어진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인터넷 시대가 된 지금은 더욱 그렇다.

이 가정은 꽤 중요한데 물론 거대한 정책 목표로 음란물이 사라지는 방향을 잡을 수는 있다. 하지만 현실 앞에서 그런 목표는 당장 별 소용이 없다. 그러므로 이런 쪽으로는 오직 실용적인 목적을 잡아야 한다고 믿는다. 실용이란 즉 등장 인물의 보호다. 그런 건 여기에 없어...라고 자기 위안을 해봐야 제 눈만 가릴 뿐이다. 현 상황을 직시해야 한다.

특히 AV가 공식적으로 유통되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보자면 여긴 거의 불법이고 막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위 가정에서 말했듯 막을 수 없기 때문에 무의미하다. (개념적) 암시장만 더 커질 뿐이고 규정이 기술의 발달이 절대 따라가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오피셜 통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사실 더 무분별한 노출이 이뤄진다.

더구나 돈이 되는 건데 오피셜한 통제가 없으므로 음성적인 자체 제작은 대부분 몰래, 약물 등등 화면에 등장하는 인물의 동의도 없고 보호도 없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말로 설명하려면 많이 길어질 거 같은데 여튼 수요와 공급 양쪽 측면에서 잘못된 편견과 인지 구조가 쌓이게 된다.

최근에는 아무 사진이나 가져다 놓고 야한 농담을 떠드는 게 문제가 되는데 세간에 잘못된 편견이 얼마나 쌓여있는지 알려주는 지표 중 하나다. 여튼 그러므로 점점 더 이상한 걸 찾고, 이상한 걸 만든다. 말하자면 통제에 의해 편견이 쌓인 정신병 상태의 일종이 아닐까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AV라는 건 이것은 AV라는 게 화면 곳곳에 깔려 있다. 경고문과 더불어 과장된 연기, 과장된 반응 다 그렇다. 영미 쪽은 훨씬 더 그렇고 미묘한 기획물이 발달한 일본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 포스팅한 바키 사건도 그렇지만(링크) 그런 통제가 없다면 그건 당연히 큰 범죄고 아주 크게 처벌한다. 저 사건 같은 경우 20년 형을 받았다. "원래 그런 년" 같은 인식을 방치하는 게 가장 큰 문제를 만든다. 바키 사건의 대표도 딱 그런 인식 하에 있었다. 만약 도쿄 경찰도 그랬다면 저 문제는 해결되지 못했을 거다.

이에 대한 실용적인 해결 방법은 공식화 밖에 없다. 오피셜하게 통제하고, 출연을 원해서 카메라 앞에 선 사람을 보호하고, 적합한 보상을 받게 한다. 그렇지 않은 모든 경우 강력하게 처벌한다. 이 간극은 벌리면 벌릴 수록 좋다. 그러므로 AV는 제 값을 주고 사 봐야 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뿌리 박는 게 중요하다. 불법적 영상은 워닝 따위나 붙이고 있을 게 아니라 쫓아가고 잡아내고 처벌해야 한다. 제 3국에 본진을 둔 거라면 스너프 필름 유통으로 인터폴을 소환하든가 하는 게 맞다.

물론 이 문화의 수요자를 한심하게 대한다든가, 아무렇지도 않게 대한다든가 하는 등의 공존의 문제는 어차피 자기 자신과 그 사람 주변의 커뮤니티에서 해결할 문제다.


약간 다른 이야기를 덧붙이자면 술 문화.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질 못하는 자들을 주변에서 경멸하고, 놀리고, 사람 취급 하지 않는 문화가 확산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님과 함께, 걸데, 나뮤

1. 요새 된통 집에 있다 보니 밥 먹으면서 TV를 틀어놓는다. 그러다보니 몇 가지 본 게 있는 데 그 중에 님과 함께. 이 방송은 우결하고 비교해 보면 재미있는데 여튼 님과 함께 때문에 우결이 좀 더 아이돌 특화로 흘러가게 된 듯 싶다. 그리고 우결 때문에 님과 함께는 좀 더 극단적인 방향성을 띄고 있는데... 여튼 님과 함께는 보고 있으면 좀 웃긴다.

그리고 덧붙이자면 개인적으로 연기자란 굉장한 분들이다라는 가정을 언제나 깔고 있는데, 특히 훈련을 받고 경험을 쌓은 연기자라면 실제 무슨 생각을 하는 지, 무슨 전략을 펼치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 방송 화면으로라면 더욱 어불성설이다. 절대 모름. 인격을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들이라 아마 캐릭터를 정교하게 잡기 시작하면 자기 자신도 본심 같은 건 망각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따지고 보면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잠도 자고, 불륜도 저지르고, 어렸을 적 헤어진 남매가 우연히 만나 사랑에도 빠지고, 맞고 때리고, 배신당하고 배신하고, 잔인하게 죽이고 살해당하고도 하는 판에 우결이나 님과 함께를 보면서 저건 설정이지 운운하는 건 웃기는 태도다. 애초에 개인 레벨에서 그 정도 선은 가뿐히 뛰어넘어 있을 듯. 여튼 연기자(물론이지만 아이돌들도 연기 훈련을 받았고 경험을 쌓고 있다) 절대 우습게 보면 안됨.

2. 어제 밤에 일하다가 - 밤에는 더워, 바람이 안 빠져서 능률이 정말 떨어진다, 최적의 시간은 아침부터 오후 3시까지 - 잠시 인터넷 서핑을 해보고 최군 - 걸스데이를 한다길래 틀어놨다. 두 시간 방송이었고 한 시간 반 쯤 보다가 껐는데(보쌈 치킨와서 먹고 있을 때 쯤)... 전반적으로 뭔가 싸한 기분, 이거 차칫 문제가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은 들었지만 이게 어디까지나 전반적인 기운이라 특정할 만한 건 잘 없었는데 오늘보니 생각보다는 여기저기에 논란이 올라와 있다.

최군을 그다지 좋아하진 않지만 방송은 꽤 보는데 - 거기서만 그나마 볼 수 있는 아이돌이 너무 많다, 이건 김구라가 그냥 그렇지만 방송은 거의 다 보던 것과 비슷한 패턴이다 - 가만 보면 최군도 걸데도 거의 준비를 안 해간 듯 싶다. 그래도 아다리가 맞아 떨어지려면, 여튼 방송이니까, 그리고 홍보를 하러 나왔으니까, 한쪽이 와와 하면 다른 쪽에서 쿵짝은 해줘야 하는 데 그 부분이 꽤 아쉽다.

왜 그랬는가는 잘 모르겠는데(원인을 피곤으로 치기엔 그간 구하라, 씨스타, AOA 등등도 그 애매한 낯선 분위기의 장벽을 뚫어가며 정말 열심히들 하고 갔다), 여튼 그래도 유라의 하드캐리는 굉장히 인상적이었음. 유라 마리텔가서 겜방해라.

3. 아이돌 이야기 안 한다고 하고 네이버에 만들어 놓았던 블로그로 그 부분을 옮겨버릴까 했는데 그렇게까진 너무 귀찮고 그냥 좀 줄이기로. 위 두 이야기는 아이돌 이야기가 아니라 방송 이야기임.

4. 아이돌 이야기를 하나 하자면 어제 더쇼 나뮤 투표전은 너무 아쉬웠다. 하지만 콘트롤 타워 나월과 마인의 분투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살아야 한다'는 구호도 굉장히 적절했다. 나뮤의 미래는 밝다.

20150705

삐짐

삐짐의 굉장한 점은 그 삐짐을 풀기 위해 돌진하면서 제 말이 부르는 창피함을 잊어버린 다는 것. ㅇㅂ, 혹은 SNS에 문제를 일으킨 수많은 사람들이 한 번 웃기려고 거의 모든 걸 감수하면서도 그 순간에는 그저 웃기는 거에만 집중하느라 모든 걸 망각하는 것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나중에 잡히거나 세계를 돌며 바이럴해 지고 나서야 상황을 조금이나마 인식하게 된다. 삐짐과 웃김은 한순간 한순간 그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차칫 끈을 놓은 인간은 곧바로 망각의 깔대기에 빠진다. 그러므로 언제나 愼獨의 삶...


새로 포스팅을 쓰려다가 뭘 또 늘리냐 싶은 생각이 들어서 여기에 붙인다. 가치가 없어 보이는 일에 메달려 있는 사람들이 꽤 있다는 건 미련이 남아서 일테다. 뭐 그건 그런데로 미련해 보이긴 하지만 굉장하다는 생각도 든다.

팬 진영의 무지한 방향성, 무감한 미감에 종종 짜증이 나곤 했었지만 그런 일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라는 생각을 곰곰이 하다 보니 이 역시 만사 귀찮아지기도 하고 뭐 이제 그만 되었다는 생각도 들어서 블로그 같은 곳에 아이돌에 대해서는 떠드는 건 그만 하기로. 어차피 바보같은 일이긴 했지만 겸사겸사 태도도 조금 더 잘게. 기점이 있는 건 개인적으로는 나름 중요하다. 뭐 이왕하는 거 7월 4일로 하지, 용산에서 불꽃 놀이도 하는 날이니까.

방에 갇혀있다. 탈출할 방법이 없군.

20150701

법원의 주도

미국 대법원이 최근 영향이 큰 판결을 두 개 내놨는데 하나는 오바마 케어고 또 하나는 동성혼 합헌이다. 대법 판결이 나왔으니 그 나라 헌법을 바꾸든가, 나라가 바뀌든가, 뭔 큰 일이 일어나지 않는 한 그걸로 땡이다.

여튼 이상적으로 보면 이렇게 대법원의 판결이 정책의 방향을 결정하는 건 좋은 일은 아니다. 법의 판결로 가지 않고 사회 안에서 토론과 합의에 의해 결정할 수 있는 판이 사라졌다는, 꽤나 무의미해졌다는 뜻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동성혼 합헌이야 딱히 이론의 여지가 없는 문제겠지만 오바마 케어 같은 사회적 합의를 토대로 하는 법률안의 경우 반대 의견을 만들고, 내놓고, 설득하고, 수용하고, 합의하는 과정을 통해 논의가 튼튼해지고 커버리지가 넓어지고, 이해의 폭이 깊어지는 과정이 사라졌다. 물론 그런 과정에 누구도 납득을 안 하니 법원으로 가게 된 거 겠지만.

이건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인데 예전보다 사회가 훨씬 복잡해졌고 사회적 합의가 불가능할 정도로 각자의 입장이 너무 달라지고 있으므로 자꾸 법원으로 가게 된다. 최종 결정이 땅 내려지고 나면 복구의 방법이 없으니 깔끔하긴 하다. 하지만 쌓일 불만들을 해소할 방법이 없다는 건 분명 문제다. 이런 건 나중에 큰 생채기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여튼 이렇게 법원의 힘이 더욱 강력해 지고 있다. 법원에 시민의 영향력을 더 크게 미칠 방법, 예컨대 선거, 그리고 이를 통해 법원 권력의 정당성을 더 크게 확보하고 시민들의 수용성을 높이는 방법을 본격적으로 찾아야 할 때가 아닐지...

세 곡만 뽑아보자, 종일 틀어놓기

이건 원래의 의도와는 좀 다른데... 뭐 어때. 유튜브 뒤적거리다가 아주 가끔씩 생각나면 goa, trance, psychedelic, psytrance 같은 걸 검색한다. 뭐 예전에 듣던 것들도 나오고, 처음 들어보는 것도 나오고, 뭐 괜찮네 싶은 것들도 종종 있지만, 진짜 구리다... 싶은 것들도 있고. 여튼 한번 시작하면 1시간, 2시간 씩 계속 되니까 아이튠스를 멍하니 쳐다보며 뭘 플레이할까 고민될 만큼 만사가 귀찮거나, 하나같이 지겨울 때 틀어놓는다.




이건 따져보니까 한 15년 전 쯤에 들었던 거다.... Raja Ram의 96년도 음반. 예티가 누군지 무엇인지 찾아가는 여정.... 예티가 트랜스였나 뭐 그랬던 걸로.... 별로 안 궁금하지만 그래도 같이 찾아보자는....





유튜브에 흔한 믹스들 중 하나. 이것도 옛날 곡들이 많은데 그닥 리스트가 마음에 들진 않지만 아무 생각 없기에 괜찮아서 이 시리즈는 종종 틀어놓는다.





올드 스쿨 하우스 믹스. 이런 걸 틀어놓고 싶은 날씨가 있지...

만사, 음색, 포기

1. 다이어리를 쓰게 되면서 펜을 어떻게 가지고 다닐까가 문제가 되었다. 사라사 볼펜을 쓰고 있었는데 너무 커서 다이어리에 들어가지 않는다. 어케어케 검토 후 사라사, 제트스트림, 유니볼, 무인양품 볼펜 등이 공통 규격의 심을 사용한다는 걸 알게 되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