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714

방송

예컨대 "억울해 하는 유력한 다수"가 있다면 이는 방송에 매우 적합한 타겟이다. 여기서 유력이 굉장히 크다면 물론 다수가 아니어도 된다. '유력'은 방송의 큰 수입이 되어 주고, '억울해 하는'은 그들을 끌어당길 수 있는 훌륭한 유인이 된다. 억울해 한다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그리고 그 억울함을 해소시켜 준 다면 더 유력하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실제로는 어떤가 같은 건 별로 상관이 없다.

방송국 같은 경우 수많은 세재 혜택을 받고 있지만 몇몇 장치로 인해 억울해 하는 대기업의 편을 든다. 정치인 출신 변호사 방송인은 큼지막한 아파트를 가지고 있지만 집값이 내려 억울해 하는 중산층의 편을 들어 준다. 코메디언과 힙합퍼는 비유력 계층의 잘못 중 하나를 크게 확대해 비난하며 유력한 다수의 마음을 달래 준다. 토론회에 자주 등장하는 지식인도 비슷한 포지셔닝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이건 반대쪽 편을 들었을 때 어떤 일이 발생할 지를 예상해 보면 쉽게 답이 나온다. 유력 혹은 다수는 방송국, 방송인, 연예인을 한 무리에 두며 더 큰 억울함을 가지게 될 것이다. 이래 가지곤 화병이 날 지도 모른다. 즉 누가 하든 여하튼 억울함을 달래 줄 누군가는 등장하게 되어 있다. 구조와 상식이 바뀌어 억울해 하는 게 부당하다고 자신이 알 때 까지는 갈 길이 너무 멀다. 이 장사는 그때 가서 또 그에 맞춰서 하면 된다. 아마도 이 계열에 있는 사람들이 제일 먼저 포지션을 움직일 거다.

그러므로 이런 포지셔닝은 쉽게 발견된다. 누가 갑자기 예전에 안 하던 소리를 한다면 이런 식으로 먹고 살면 된다는 걸 눈치 챈 게 틀림없다. 활동 영역도 넓힐 수 있다. 방송국은 대기업에 딜을 할 수 있고, 방송인과 연예인은 지금껏 생각지 못했던 프로그램에 등장해 해당 포지셔닝을 고수하며 두루두루 억울함을 달랠 수 있다. 책을 낼 수도 있고 강연을 할 수도 있을 거다. 방송을 통한 인지도 확보는 물론이고 '유력'한 팬들도 늘어난다.

물론 너무나 티가 나는 비유력 소외 계층인 경우 - 예를 들어 장애, 가난, 혹은 더 억울한 사연 등등 - 유력한 계층의 측은지심을 건들 우려가 있고, 이런 존재는 보통 유력의 향방에 큰 영향을 미치지도 않기 때문에 같은 방식의 태도는 취하지 않는다. 게다가 이 같은 이들을 위로하는 제스쳐는 유력 계층의 선호를 더 얻을 수도 있다. 나중에 '원래는 착한 사람'이라는 쉴드 프레임을 자진해서 만들어 줄 좋은 도구가 되어 줄 거다.

간단하다. 이런 식으로 어떤 분이 이윽고 헛소리를 시작한다면 저 분이 뭘 하려고 하는 건지 짐작할 수 있다. 그냥 자본주의 사회를 살며 머리가 잘 돌아가고 있는 것 뿐이다. 그러므로 이런 사람들에 대고 잘 좀 생각해 봐라 라든가 생각을 좀 해라 라든가 등의 권고를 해보는 건 그저 시간 낭비일 뿐이다.

물론 이런 이들을 타박하는 과정을 통해 소수의 행동을 도모함은 훌륭한 일이다. 어쨌든 둘은 방향이 약간 다르고, 그 태도가 권고와 타박의 곳곳에 스며든다. 올해 들어 발생한 기나긴 논쟁에서 주의 깊게 바라봐야 할 건 그 정도 같다.

방송에서 이 다음으로 필요한 건 아마도 욕받이다. 평화로운 선인보다야 욕받이가 훨씬 쓸모가 많고 자진해서 욕을 받아먹으려 하는 이가 있다면 그야말로 최상이다. 얼마 전 화제가 된 냉장고 방송의 맹쉐프의 경우 피디는 좀 더 늘러 붙어 있길 바랬을 거 같은데 자진 하차해 버렸다. 아마도 제작진 측에서는 사람을 잘못 봤다고 생각했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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