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종일 비가 왔고, 종일 집에 있었다.
2. 버클리는 직접 지각하는 것은 실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데카르트식 회의에 반대하는 건데 그것을 그저 그렇게 전제해 버리는 건 문제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사실 '실재'에 대한 부분은 증명이 무척 어렵다. 논증하고는 다르다. 저기에 그것이 있다라는 건 불충분하다. 사람이 같은 걸 본다는 사실을 나는 여전히 믿지 않는다.
예를 들어 타ㅂㄹ나 화ㅇ과 관련된 사건을 보면 시발점으로 돌아가 그것의 타당성을 의심한다. 이럴 때는 대책이 없다.
데카르트는 이런 식으로 회의를 했다. 여기 졸업장이 있잖아, 가짜 아니냐? 학교에서 뽑았어, 짜고 한거지. 이것은 마치 내 앞의 저 벽난로는 가짜가 악마의 속삭임이 아닐까, 내가 느끼는 이 감정들은 다 누군가의 장난이 아닐까, 하지만 그러고보니 코기토 에르고 숨, 뭐 이런.
3.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냐 하면 어제 밤에 모기 때문에 새벽에 깨어나서 멍하니 앉아 있다가 도미노에 썼던 질 샌더에 대한 이야기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사실 결론적으로 제출한 원고에서는 방향을 크게 틀었는데 원래 쓰고 싶었던 건 러셀의 다발과 크립키의 반론(자연어, 기계어)을 여기다 붙여보는 거였다.
기억을 되살리자니 시간도 너무 없었고, 기억나지 않는 것도 너무 많았고, 너무 생뚱맞기도 했고 등등의 이유로 포기했다. 나름 유능한 선생님께 열심히 들었었는데 그 이후로 쓸 데도 없고 생각도 안하다보니 잊어버린 게 많다.
여튼 사람 질 샌더와 회사 질 샌더는 원래 다른 것이다. 이름이 지칭하는 대상이 다르고 상호 대체도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 둘은 연결이 되어있다. 이 '연결이 되어있다'가 뭐냐가 의문이다. 라프가 만든 질 샌더는 오리지널이 없는 복제를 하는 것과 같다. 즉 램브란트 연구자가 램브란트가 그렸을 법 한 모조품을 만드는 것과 같다. 이건 가끔씩 일어나는 사건이다. 하지만 상표법, 저작권법에 의해 전자는 합법이고, 후자는 불법이다.
의문점은 그림이나 음악은 제외하더라도 '디자이너', '아티스트' 등 사람 한 명의 힘이 매우 중요한 분야들 - 예를 들어 산업 디자인, 건축, 사진 등등 - 중에서 오직 패션에서만 이런 일이, 그것도 매우 당연시 되면서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보다 찰나적이고(이 말을 누가 했더라.. 전혀 생각이 안난다) 보다 상업적이어서 그런 건가?
4. 어제도, 오늘도 콜라가 너무 마시고 싶어서 새벽에 편의점에 다녀 왔다. 마침 쿠폰도 있었다. 이런 일 할 때는 참 부지런하다.
고등학생 때 코카콜라에 완전 푹 빠져서 하루에 거의 1.5리터 짜리를 하나씩 마셨다. 얼음 몇 개 넣어서 마시는 게 너무 맛있어서 자다가도 벌떡 깨어나 편의점에 갔었다. 한참을 그러다가 이건 도저히 안되겠다 생각을 했었는데 문득 사이다가 보이길래 사이다를 사왔다. 생각날 때 마다 사이다를 마시면서 자연스럽게 콜라 의존증이 사라졌다.
그때 생각한 게 역시 불에는 불로 맞서야 중독을 물리칠 수 있다는 거였다. 담배 끊는 길은 마리화X 밖에 없는 건가..
하지만 올해 들어 갈증이 이상하게 심해지고, 그러자 또 탄산음료 의존증이 나타났다. 한참 사이다를 매일 마셨는데 요새는 가리지 않는다. 1.5리터씩 마시지는 않는데 딱 이 시간 때 쯤 생각나면 아 이거 살짝 초조해 진다. 이건 약간 가능성의 문제로 사 마실 방법이 없으면 쉽게 포기한다. 그게 또 나의 장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가능성이 있다면(어제와 오늘의 쿠폰) 물론 간다.
어쨋든 또 안되겠다 싶어 나도 탄산수를 마셔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트위터에 물어봤더니 평들이 좋다. 탄산수를 사보게 될 거 같다. 저번에 마셔 봤는데 정말 맛없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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