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얼마 전에 강아지 관련해 인터넷 검색하다가 하루에 30분은 꼭 놀어주라는 이야기를 읽었다. 해주는 것도 없는 데 그거라도 열심히 해주자 싶어서 매일 30분은 같이 논다. 산책은 날씨도 문제고 해서 요새는 잘 못한다. 논다는 건 정말 온전히 강아지랑만 논다는 거다. 한 10분은 안고 장난치고, 10분은 살짝 괴롭히고, 10분은 악어 인형을 가지고 논다. 정말 좋아한다. 그렇게 좋아하는 걸 보고 있으면 울컥해진다.
2. 후쿠시마에 버려진 도시의 버려진 동물들의 사진을 봤는데 사람이고 동물이고 심지어 무생물인 도시와 도로, 각종 기물들까지 널부러져 있는 모습을 보면 세상은 참 잔혹하다는 생각이 든다. 자연 재해가 그 정도인데 전쟁 같은 걸 겪은, 겪고 있는 충격이 어느 정도일지는 감이 잘 안 잡힌다. 여하튼 요새는 너무 쉽게 울컥한다. 몸뚱이가 감정들로만 이뤄져 있는 거 같다.
3. 베이컨을 사왔다. 어디 제품이었드라, 여튼 국산. 이유는 다른 게 없고 제일 쌌다. 고칼로리를 원한다.
4. 어제는 이태원 버거킹, 오늘은 이태원 KFC에 갔다. 어제 버거킹에는 사람들이 참 없었고, 오늘 KFC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5. 어제는 Sasha, BT, P Oakenfold, J Digwood, C Cox 같은 것들을 들었고, 오늘은 Fuqugi, Martyoshka, Nomak, Sapphire Slows, Mutyum 같은 것들을 듣고 있다. 뭔가 일을 하거나, 쓰거나 할 때는 어제 정도가 적합한 거 같다. 하도 답답해서 뒤적거리다가 아, 저런 게 있었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조금만 더 흥미진진해지면 가만히 음악만 듣게 되고, 저거보다 더 늘어지면 졸리고 짜증이 난다.
6. 노래방에 대해서는 별로 기억이 없다. 2000년 넘어서는 두 번 가본 거 같고, 노래는 한 번 불렀다. 90년대에도 다섯 번 안쪽이다. 난 TV 화면을 보면서 노래를 부르는 행위가 납득이 잘 되지 않는다. 가는 사람들이 한심하다 그런 게 아니라(뭐든 즐겁게 놀면 좋은 거지 뭐) 그냥 괴상하다.
덕분에 현대인이 스트레스를 풀고 사교를 올리기 위해 가지고 있는 수단 하나를 장만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부분이 지니고 있는 어떤 종류의 괴로움의 원천이 아닐까 생각은 한다. 편한 사람들과 술자리를 가지면 나한테는 노래방 가자는 이야기는 안해서 좋다. 좀 미안하지 사실.
7. 예전에 동생 부부와 장흥에 닭도리탕을 먹으러 간 적이 있다. 상당히 맵고 칼칼한게 생경했는데(살짝 달착지근한 게 보통이지 않나) 며칠 전 부터 자꾸 그게 생각난다. 오늘은 다음 로드뷰를 붙잡고 기억 속의 그 때의 경로를 훑으면서 뒤적거렸고 그 집을 찾았다. 닭도리탕 2인분은 3만원. 이런 음식은 혼자 먹을 수 없다는 게 좋지 않다. 큰 맘 먹고 억지로 먹어도 남겨야 한다. 삼겹살 1인분을 먹는 것과는 다르다. 여튼 그래서 닭 원정대를 꾸리고 싶다.
8. 아까 모에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생각했는데 나는 모에는 잘 모르겠고 페티시는 조금 있는 거 같다. 부두교의 페티시즘 이런 거 아니고 섹슈얼 페티시즘. 패션 좋아하는 사람은 약간 씩이라도 어쩔 수는 없는 듯. 그래서 내게 생동감이 별로 없는 걸까. 그거랑은 상관이 없는 건가.
9. 내 기억의 특징은 연대기 순이 아니라 압축되어 눌려져 있고, 사람 별로 분류가 되어 있다는 거다. 말로 하기엔 좀 복잡한데 여튼 그렇고 그래서 오해를 많이 받는다. 억울하다는 건 아니고. 요즘엔 오해 받을 만큼 누구를 보고 있지도 않다.
저도 이사를 가면 고양이를 한마리 들일까 생각 중입니다. 예전에 같이 동거하던 고양이가 있었지만, 사실은 가족이 거의 뒷바라지를 했으니,
답글삭제사실은 이번에 제가 주도적으로 들이는 것은 처음인 셈이죠.
제 생활반경이 이태원 인근인데, 왠지 한번 쯤은 마주쳤을지도 모를 일이네요 ㅎㅎ
낮이고 아침이고 저녁이고 쌩뚱맞은 시간대에 아무 일도 없이 그 근처를 잘 어슬렁 거리니까요.
사회적인 모임에서 단체로 가니까 따라가는 노래방은 이 마이너한 음악취향을 감당할 수도 없는데다가, 윗사람에게 재롱을 부려야 할 일이 있어서 아주 싫어하는데,
그래도 가끔 oasis 의 don't look back in anger 등을 같이 큰 소리로 부를 수 있는 친구들과 가니 즐겁기는 했습니다. 일본어 랩 따위를 주거니 받거니 하면 사람들이 노래방을 가고싶어 하는 이유도 알 것 같아요.
그 근처에서 얼쩡거리는 일이 잦으니 그랬을 수도 있겠네요. 서울 사는 게 다 그렇겠죠 ㅎㅎ 고양이도 재미있을 거 같아요. 강아지와는 많이 다르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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