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강아지를 잊어버렸다가 다시 찾았다는 이야기를 쓴 적 있습니다. 이후 뭐 그 당시 처럼은 아니지만 종종 게시판에서 실종된 강아지들 얼굴도 익혀두고 그러고 있습니다. 서울시 같은 경우엔 누가 집어가는 게 아니라면 일단은 바로 보호소로 옮겨버리는 거 같아요. 동네마다 가게 되는 보호소가 다르니 각 구청에 문의해 어디로 가게되는 지 알아보세요.
여튼 잊어버리고 실종 게시판에 사진과 함께 올린 글들을 보면 사람 말을 잘 따라요, 앉아 하면 잘 앉아요, 겁이 많아요 이런 이야기들 써 놓는 분들이 많은데 그런 거 사실 별로 소용없습니다. 밖에 나가서 어떤 일을 겪었는가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부분 쇼크 상태이니 겁을 잔뜩 먹고 있고, 주인이 코 앞에 있어도 누군지 못 알아보는 경우도 많아요.
당시 잊어버렸다가 찾은 사례를 열심히 읽었었는데 며칠을 이름을 부르고 다녔는데 안 나타나다가 집 바로 앞 지하실에서 발견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름 부른다고 나오면 좋겠지만, 잘 안 나와요. 무섭거든요.
안 나가면 그냥 다행인 겁니다. 언제 사라질 지 몰라요. 집 앞에 잠깐 나갔는데 앞에서 자동차가 빵 한번 하고, 동네 꼬마애들이 쟤 뭐냐 하고 우르르 쫓아와서 겁먹고 잠깐 도망치면 그대로 어딘 지 모르는 곳으로 흘러가 버리는 거에요.
여튼 강아지를 기르고 있다면 알아놓는 게 좋을 거 같아서 여튼 혹시나 그런 일이 발생할 때 대비해 저번에 두서없게 써 본적이 있는데 대충 정리해 놓습니다. 고양이의 경우엔 많이 다를 거 같은데 키워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네요. 저번에 게시판 뒤지면서 본 바로는 고양이의 경우 아파트라면 제일 높은 곳 아니면 제일 낮은 곳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하더군요.
1. 길을 돌아다니며 직접 찾을 수 있는 확률은 극히 낮은 거 같습니다. 안 할 수는 없겠지만 그런 식으로 만날 확률은 너무 낮아요.
바로 옆에 있어도 어디 숨어있으면 모를 수 있습니다. 강아지가 길을 잃으면 다른 강아지/고양이/그외 다른 것들/자동차 소리/시끄러운 소리/위협적인 사람들을 피해 어디론가 가게 됩니다. 어디로 가게 될지 방향을 전혀 짐작할 수 없어요.
보통 도심에서 작은 견들은 1km 정도 이동한다는데, 말이 1km지 그게 어느 방향일지 모릅니다. 그냥 계산해도 좌우 2km씩인데 다음 지도에서 양쪽 2km 네모 쳐보면 아시겠지만 그게 생각보다 꽤 넓습니다. 하루 더 지나면 그때부턴 기하급수적으로 범위가 증가합니다. 큰 강아지들은 국도 따라서 상상도 못하게 멀리 가버릴 수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여튼 돌아다니는 건 전단지 붙이는 거라든가와 병행하면서 '혹시나' 정도로 생각하는 게 나은 듯 합니다.
2. 집으로 다시 돌아올 확률이 있기는 한데 역시 낮습니다. 그런 식의 복귀율이 8% 정도 된다더군요. 만약 근처에 숨어있다가 새벽에 다시 돌아온다면 정말 운이 좋은 겁니다.
3. 좋아하는 물건, 강아지 이름, 좋아하는 장난감에서 나는 소리 같은 것도 별로 소용없을 수 있습니다. 강아지들이 당황하면 전혀 아무 생각도 안 해버리는 거 같습니다.
4. 전단지에 보면 습성, 습관, 좋아하는 것, 버릇 이런 거 써놓으신 분들이 많습니다.
위에서 말했듯 강아지가 당황하면 다 잊어버리기 때문에 그런 건 필요없을 수도 있습니다. 집에 있을 때 진짜 좋아하던 소리나는 악어 장난감이 있는데, 동물구조센터에서 그 소리를 냈더니 무서워하며 도망갔습니다. 저도 못알아봤는데요 뭐. 또 옷이나 목끈 같은 것도 모를 일입니다. 웅이는 맨 몸으로 나갔는데 다시 만났을 때는 왠 커다란 목끈을 하나 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같은 견종끼리는 비슷비슷하게 생긴 게 많고, 며칠 바깥에 있던 개들은 꽤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절대 안 변할 신체적 특징들을 기억해 놓는게 좋습니다. 웅이의 경우 아래 이빨 중 하나가 살짝 삐툴어져있고, 배 특정 부위에 점이 몇 개 있고 뭐 그런 것들이 있었습니다. 강아지를 키우신다면 절대 변하지 않을 신체적 특징들을 꼭 기억해 놓으세요.
5. 일단 사라지면 먼저 좀 찾아보겠죠. 그 다음 몇 개 사이트가 있습니다.
animal.go.kr / animal.or.kr / karama.or.kr / angel.or.kr 이 가장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강사모 등 포털에 카페도 몇 개 있습니다. 거기에 사진과 함께 제반 사항을 올려놓는 게 좋습니다. 이상한 사람들 많기 때문에 전화 번호 정도만 함께 올리면 됩니다. 사례금이 높으면 찾을 확률이 훨씬 늘어난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만큼 이상한 전화도 많이 온다더군요. 그래도 뭐 그런 건 할 수 없죠.
그리고 위 사이트에 발견되어 보호소로 온 동물들 리스트가 올라옵니다. 보면 강아지, 고양이 뿐만 아니라 앵무새, 병아리, 고슴도치도 있더군요. 앵무새는 날아가지 않을까 싶은데 여튼 잘 모르겠습니다. 하루에 올라오는 수가 꽤 많습니다. 그걸 매일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또 인터넷을 잘 사용하는 사람들이 발견한다면 여러 사이트에 올릴 수도 있습니다. 보관하고 있어요~ 같은 게시판들이 있습니다. 특히 애견 동호회 같은 활동하는 분들은 보호소로 갔다가 주인 못찾으면 강아지들이 어떤 운명을 맞이하게 되는 지 빤히 알기 때문에 어떻게든 직접 맡아서 찾아주려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6. 전단지를 만듭니다. 위에서 말했듯 직접 발견할 확률은 매우 낮습니다. 찾는다면 누군가 발견하고 그걸 보관하든지, 보호소에 보내든지 둘 중 하나입니다. 보호소에 보내면 5번의 사이트 망에 걸립니다. 누가 데리고 있다면 그 분이 전단지를 보는 수 밖에 없습니다.
전방 1km 내에 여기저기 붙이라고 하더군요. 확률적으로 여학생들 그리고 초등학생들이 집에 데리고 가거나 목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어른들은 옆에 개가 지나가든 말든 신경도 안 쓰는 경우가 많지만 애들은 보거든요. 주변에 학교가 있다면 꼭 거기 근처에도 붙이세요.
그리고 동네에서 놀고 있는 꼬마애들, 강아지 데리고 산책하는 분들도 필히 전단지 주면서 말이라도 붙여볼 사람들입니다. 아무래도 유심히 보는 분들이니까요. 계속 그 자리에 있는 가게 주인들도 마찬가지구요. 능청맞은 개들은 남의 가게에 떡하니 들어가기도 한답니다.
저는 사실 28일에 몇 장 안붙이고 다음날 A4지에 전단지 파일 만들어 프린트 준비하다가 행방을 찾아냈기 때문에 전단지를 많이 돌리고 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위 사이트에 강아지 다시 찾은 이야기 이런 거 읽어보면 역시 전단지가 가장 확률이 높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평소에 신체적 특징을 기억해 놓는게 일단은 제일 중요한 거 같아요. 여튼 날이 무척 덥지만 입추도 지나니 저녁 바람이 확 바뀌네요. 강아지와 함께 여름 잘 보내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