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109

드리벌, 계산

토요일은 별로 좋지 않았다. 저번 여행가면서 신세 진 후배에게 밥이라도 사주려고 했는데 앓아누웠다고 한다. 토요일 오후가 주는 기분 나쁜 압박감에 몇 군데 전화를 걸었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다. 돌아다니며 사진을 남기고 싶은 곳이 있었는데 날이 너무 추웠고, 눈도 조금 내리길래 관둬버렸다. 그랬더니 그렇찮아도 음침하던 기운이 더 땅 속으로 들어가버린다. 서점에서 몇 권의 소설책을 들추며 읽어 내렸는데 하나같이 우울하고, 기분 나쁜 이야기들이었다. 스타벅스 공짜 커피 4잔이 있다는 사실이 기억나 커피를 마셨다. 사람이 꽤 많았고, 옷을 하도 껴입어서 그런지 몸에서 안좋은 냄새가 계속 올라왔다.


너저분한 얼굴을 하고 있어봐야 무슨 소용있겠나 생각하며 조금 생산적인 블로그 포스팅을 생각했다. 하지만 집에 들어와 켜본 컴퓨터는 계속 프리징이 되었다. 메인 하드 디스크에 오류가 있는데 그게 점점 커지고 있다. 인생에 뚫린 구멍이 슬슬 거치는 것과 마찬가지다. 컴퓨터 오류는 지긋지긋하다. 문득 놀고 있는 노트북이 생각났다. 펜티엄 4 모바일 1.7G에 2백 몇인가 램이 달려있고 20G 하드가 붙어있는 놈이다. 나와 좋지 않은 일을 많이 겪은 불운의 동지 같은 놈이다. 가끔 바라보면 연민이 느껴진다. 그쪽도 비슷하겠지.


여기다 얼마 전에 XP를 다시 설치했는데 도저히 쓸 수 없을 만큼 느리다는 결론이 나왔다. 도저히 불가능하다. 그렇게 방치해 놓고 있었는데 해킨토시 생각이 났다. 타이거 정도면 어찌되지 않을까 싶었지만 검색 결과 지금 사양가지고는 그것도 어렵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우분투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예전에 받은 7.04 CD가 있다. 정말 오랫동안 왱왱거리며 설치를 했는데 부팅이 안된다. UBUNTU라 써있는 붉은 글자가 나오고 그걸로 끝이다. 만사가 귀찮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방송을 봤다. 청춘불패 4편, 영웅호걸 3편, 백점만점, 무한도전, 이경규 복불복 등등등 잔뜩 쌓아놓고 쉬지도 않고 봤다. 아침에 7시 시계를 보고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났더니 콧물이 쉼없이 난다. 아픈 것도 아니고 그냥 콧물만 난다. 뭐가 잘못된거지 생각하다가 그냥 일어나 커피를 한 잔 마셨다. 너무 맛없어서 나가서 사마실까 했는데 귀찮아졌다. 올해 결심 중 하나는 필요없이 혼자 커피집에서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다. 그리곤 우분투 10.10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왜 설치했는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CD를 넣고 뱅뱅 돌렸고, 설치가 되었다. 여전히 느리지만 다행히 XP 정도는 아니다. 다만 ESC키가 잘 눌러지지 않는다. 어쨋든 그걸 가지고 이 포스팅을 쓰고 있다. Drivel이라는 우분투용 블로깅 툴이 있길래 설치해봤는데 아이디를 넣는 순간 프로그램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다. 너무 흔적도 없이 사라지니 더욱 찜찜하다.


와이브로 넷북이나 하나 사고 나머지는 다 치워버릴까 생각이 들어 여기저기 검색을 해봤다. 그랬더니 맥북 에어와 맥북 프로도 와이브로 결합으로 파는 걸 발견했다. 에어는 1달 5만원 가량, 프로는 한달 7만원 가량이다. 할부는 3년, 와이브로는 2년. 에그도 주고 아이팟 터치 32G도 준단다. 아이폰으로 쓰는 3G 인터넷에 좌절하고 있는 터라, 확 가버릴까 싶은 생각도 있는데 에어 64G를 메인으로 쓰기는 무리고(하드에 들어있는 음악만 70G다), 프로는 아마 곧 리뉴얼 될 거다. 그러든 말든 바꿔버리고 싶은 생각이 없는 건 아니다. 맥북이 오는 순간 방에 있는 모든 PC와 관련된 것들을 보따리에 사서 바다에 던져버리고 싶은 욕망이 꿈틀거린다.



우분투 편집툴에서 한글은 약간 이상한 템포로 움직인다. 띄어쓰기를 한 건지 안한 건지, 감이 잘 안온다. 그리고 가끔 몽창 지워진다. 잘 모르겠다. 동생이 안쓰는 컴퓨터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구조를 요청했다. 부품을 좀 얻어와 임시변통을 해 볼 생각이다. 잘 될지는 모르겠다. 명백하게, 거의 모든 부품들이 너무 늙었다. 어디든 한 군데만 아프면 치명타가 되어 온 구석이 마비된다. 며칠 전에 인터넷 게시판을 보다가 강아지들이 죽을 때가 되면 가출하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예전에 아침에 강아지가 나와 가족들을 빤히 쳐다보더니, 조용히 집에 들어가 숨을 거둔 이야기도 들은 적 있다. 그러고보면 거리에 고양이가 이리 많이 보이는 데 죽은 고양이는 참 안 보인다는 게 조금 이상하다. 여하튼 뭐든 명을 다해가는 것들을, 그게 비록 무생물일지라도, 바라보는 것은,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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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청, 유지, 저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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