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자전거를 종종 타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었는데(링크) 새로운 자전거가 생겨 시험 운행을 해봤다. 뭐 이러저러한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내 손에 들어온 건 삼천리 자전거의 바운스라는 놈이다. 빌려온 공구로 조립을 했는데 처음이라 대체 이건 어디에 쓰는 물건인고.. 하는 놈들이 많았다. 몸에 맞게 튜닝을 해야하지만 일단 부품들은 모두 제자리에는 들어간 것 같다.
광운대 입구에서 출발해 반포대교 북단까지 왕복해서 총 38km, 2시간 정도 걸렸다.
1. 핸들바를 너무 낮게 달았다. 안장과 높이가 안 맞는다. 뭔가 발란스가 좀 이상해서 타는 동안 허리, 다리, 팔, 목 등등 온 몸이 아프다.
2. 조금 가다가 체인이 풀리더니 크랭크 커버가 깨지며 떨어져 나갔다. 체인은 다시 꼈는데 크랭크 커버는 나사 붙이는 부분이 다 깨져있다. 일단 떼어내고 크랭크 커버 없어도 달릴 수는 있으니 계속 갔다. 다만 덕분에 다리에 기름때가 계속 튀었다. 크랭크 커버는 역시 구해야 겠다.
3. 앞쪽 크랭크 기어가 안 먹는다. 단을 바꾸면 체인이 풀린다. 처음에는 멈춰서 다시 결합했는데 풀렸다가 요령껏 패달링을 하면 다시 껴진다는 건 알았다. 언제 다시 껴질 지, 그리고 다시 껴질 때 1단일지 2단일지는 복불복이다. 여튼 정상은 아니다.
5. 뒤쪽 기어는 그래도 작동은 잘 하는 편인데 반응이 매우 늦다.
4. 앞바퀴 쪽에서 끼익끼익하는 소리가 미세하게 난다. 저속일 때 소리가 더 크고 뭐가 문제인가 가만히 집중해 보면 바퀴가 도는 데 약간의 마찰이 느껴진다. 원인은 미상.
5. 밝은 전조등을 앞 방향으로 비추며 달리는 자전거가 건너편에서 오면 아무 것도 안 보인다. 하이빔을 키고 달려오는 자동차를 마주보는 것과 같다. 여튼 중간에 어두운 부분이 많아 전조등은 달아야 겠다. 후미등은 있는데 괜찮게 작동한다.
6. 핸들 그립의 고무가 오래되서 그런지 너무 끈적거린다. 비누와 치솔로 닦아봤는데 별로 나아지는 건 없음. 교체해야 할 것 같다.
대충 이 정도.
자전거를 타며 '운동'을 할 때 조깅을 할 때와 다르게 느껴지는 애매한 기분이 뭘까 곰곰이 생각을 해 봤다. 런닝의 경우 똑같은 코스를 계속 뛰면서도 어떻게 페이스를 유지할 것인가, 이번 기록은 몇 분 안으로 할 수 있을까 등등을 생각한다. 제일 많이 하는 생각은 오른발, 왼발, 오른발, 왼발 이런 거지만.
하지만 자전거는 일단은 '운송 수단'이고 이렇게 계속 가면 부산도 나온단 말이지(달리기에 비해 실현의 가능성이 훨씬 크다) 따위 생각을 하다 보니 자꾸만 멀리, 그리고 새로운 길을 발견하고 가보려는 욕심에 사로 잡힌다. 결국 운동은 뒷전이고 새로운 길에 접어들고 루트를 발견하는 즐거움에 몰두하게 된다. 아무래도 문제는 이 부분인 듯.
그래서 당분간은 여기저기 안 돌아다니고 20km를 기준으로 시간을 단축하는데 몰두해 볼 생각이다. 장안교 앞 벤치까지가 대충 10km정도다. 더구나 바로 넘으면 나타나는 청계천과 중랑천이 합류하는 곳, 곧바로 한강과 만나는 부분은 길이 매우 복잡하다. 기어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페이스를 1km가는 데 2분 30초 정도로 유지하는 게 일단은 목표다. 한번 쉬고 나면 눈에 띄게 페이스가 떨어진다.
이것만 하면 좀 심심하니까 2주에 한 번 정도 반포나 여의도까지 가서 좀 뒹굴다 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