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330

가지고 있는 의문점

1. 여러가지 정신 질환이 있다. 조울증, 우울증을 비롯해 정신 지체, 과대 망상, 정신 분열 등등등.

2. 이들 중 어떤 사람은 치료를 받고 있거나, 정도가 나아지고 있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정도가 심해지고,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 분야에 대해 식견이 부족하지만 병에 걸려있다는 자기 인식이 불가능하다는 세간의 소문에 따르자면 병이 있다는 인식을 못하거나, (타인이) 인식할 기회조차 없는 경우도 많이 있을 것이다.

3. 어쨋든 세상에 존재하고, 또 목격되기도 한다.

4. 몇 달 전 지하철에 올라타자마자 목격한 모습은 다음과 같다. 당시 나의 판단은 배제하고 팩트들만 나열.

a) 어떤 여자(F)가 바닥에 누워서 소리를 치고 있었고, 어떤 남자(M)가 입을 막은채 위에서 누르고 있었다. 사람들은 쳐다보고 있지만 가만히 있었다.

b) 지하철 맨 앞칸 이었는데 기관사 분이 문을 열고 나와 "지금 뭐하는 거에요!"라고 소리를 질렀고, M는 F의 입을 막은 채 "제 여자친구에요!"라고 답했다. 기관사 분은 잠깐 쳐다보더니 다시 운전을 하러 갔다.

c) 그 사이 F가 빠져나와 웃으면서 달려갔고, M은 선반 위에 놓여있던 가방을 들고 쫓아갔다. F는 계속 M을 놀리듯 도망쳤는데 그러면서 다른 여자 승객의 묶인 머리를 잡아 당겼다.

d) F는 결국 다른 칸으로 도망, M 계속 쫓아감.

5. 우선 a)에서 아니 무슨 일이지? 왜 가만히들 있는거지? 잠깐 뭔가 이상하다 등의 생각이 거의 찰나에 발생했다. 일단 보이는 장면은 M이 F를 괴롭히고 있는 모습이었지만, 대개는 뭔가 이상하다는걸 직감적으로 알아챌 수 있다.

물론 매우 멀쩡해 보여 오래 걸리는 경우도 있고, 끝까지 모르는 경우도 있다.

b)는 이 글의 주제와 다르지만 조금 이상한 부분이다. 굉장히 소란스럽고, 누군가 다칠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 기관사는 공익 요원 등 역무원을 부르지 않고 그냥 출발시켰다.

c)에서 상황이 보다 확실해 진다. F는 뭔가 정신병에 걸려있다. M의 경우도 어딘가 이상하다는 느낌은 받았지만 주어진 상황만 가지고는 확신하기 어렵다.

d) 이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모르겠지만 몇 정거장 뒤에 멈춘 역 플랫폼에서 약간의 소란이 들려왔다.

6. 자, 정신 질환에 걸린 사람들은 피해를 줄 수 있다. 하지만 격리가 최선인지는 잘 모르겠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테고, 격리가 나은 경우도 있겠지만 아닌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했듯이 자신이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는걸 전혀 (주변에서 조차) 모르고 있을 수도 있다. 우리 나라 사회 안전망이라는게 굉장히 허접하기 때문에 치료의 기회를 아무나 가질 수 있는게 아니다. 상처가 나서 소독약을 발라주는 것과는 다르다.

그렇다면 결국 살면서 이들과 마주치게 된다.

7. 그렇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설득, 타이름이나 설득 같은건 아마 통하지 않을 것이다. 5번 사례에서 c)를 목격하며 생각난 것은 F가 그 상황을 숨바꼭질 비슷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매우 재미있어 하고 있었고, 즐기고 있었다.

그렇다고 강압, 폭력도 통하지 않는다. 강압은 역효과를 불러 일으킬 수도 있거니와, 어차피 말귀가 통할 리도 없다. 폭력은 불법이다.

7-1. 첨언해 만약 위 5번 사례에서 피해를 받은 사람(머리를 잡아당기는 모습만 목격했지만 나중에 보니 할머니 한 분의 안경이 부러졌고, 큰 피해는 아니지만 다친 사람이 조금 있었다)이 M과 F를 붙잡아 소송을 제기한다면 보호자인 M가 책임지게 된다. 기관사의 소속인 지하철 공사의 책임도 있을 듯.

물론 가정했던 바와 같이 M 역시 한정치산자라면 책임을 물을 만한 사람은 지하철공사 밖에 없다. 안경이 부러진 할머니는 어찌할 바를 모를 수 밖에 없을 듯.

8. 그렇다면 회피가 옳은 방법인가. 결국 모두들 눈치채면 피하는 방법 밖에 없는 건가? 이런 사람들과의 대화는 아마도 고도의 훈련을 받은 사람에 의해 가능할 것 같다. 그리고 나 같은 문외한이 어설프게 대처하면 더 복잡해진다.

가끔 인터넷 게시판에 (악플이 아닌) 저런 류의 댓글이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 대부분 분노, 황당, 설마? 정도로 마무리 되게 된다. 어차피 누구도 대화가 불가능하니 그럴 수 밖에 없을 듯하다.

9.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댓글 2개:

  1. 인구의 일 퍼센트는 정신 분열증을 가지고 있고 조울증 같은 건 그 비율이 훨씬 더 높겠지요 이 부분, mental health needs 에 대해서 더 떠들고 교육하고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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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럽코님 / 정말 그런 부분에 대한 홍보라 할까, 계도라 할까가 필요한 거 같아요. 어떻게 해야할 지를 모르겠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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