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324

선거라는 의사결정 행위

지방 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그러면서 또 예의 그 논의 - 전략적 투표, 최악을 제거하는 투표가 옳은가 원하는 후보에게 투표하는게 옳은가 - 가 다시 수면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논쟁은 예전 노태우 선거때 부터 끊이질 않는 문제다. 그리고 우리 나라에만 있는 특별한 논쟁도 아니고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논쟁은 있다.

사실 결선 투표제를 도입하면 이 문제의 많은 부분이 해결될 것으로 생각한다. 여권에 대항하는 여러 후보들이 단일화되지 못하는 이유는 서로 추구하는 바, 상정하고 있는 미래에 대한 애티튜드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 차이는 무척이나 크고, 사실 정당의 정체성과 관련되는 중요한 문제다.

어떤 사람에게는 한나라당이 절대 배제되어야 할 곳이고 민주당, 민노당, 진보 신당 등은 그래도 엇비슷한 편 아니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또 어떤 사람은 한나라나 민주당이나 둘다 배제되어야 한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요는 사람마다 그어놓은 선의 위치가 다르고, 그러므로 최선이니 차악이니 하는 솔루션 자체도 다르다. 또한 이로 인해 후보 단일화같은 전략적 절차도 어려운 문제가 된다.

집권 여당이 결선 투표제 도입을 안하는 건 당연하다. 결선 투표제는 현실적으로 실현하기 어려운 후보 단일화를 제도화 시켜준다. 그러므로 집권당에게는 거의 아무런 이득도 없다. 이건 의회 구성원 비율이 특수한 상황에서 실현될 수 있는 법안이다.

 

어쨋든 전략적 투표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투표는 최악을 제거하고 차악을 선택하는 행위 같은게 아니라는 사실을 주목한다. 어차피 투표라는건 직접 민주주의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임의적으로 만들어낸 절차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사람들이 정략을 배제한 채 각자 원하는 정당에 투표하는 행위는 직접 민주제에 가장 가까운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내가 직접 할 수 없으니, 가장 의견이 가까운 사람에게 사심없이 투표하는게 사실 정답이다. 그리고 그 투표 결과는 그런 민의를 여과없이 보여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견해에는 문제가 있다. 우선 대의 민주주의의 투표 제도라는게 완벽한 제도가 아니다. 이건 엄연히 대안, 그것도 좀 많이 부족하지만 이것보다 나은 방법을 찾을 수가 없어서 상정되어 있는 방법에 불과하다.

그리고 또한 투표라는 행위는 자체가 전략적이다. 어떤 사람은 최선을 뽑고자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최악을 배제시키고자 한다. 둘 다 비슷한 무게의 함의를 가지고 있는 정치적 결정이다.

어차피 투표라는 단순한 행위가 어떤 사람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견해를 포섭하지는 못한다. 그러므로 어떤 애티튜드를 취할 지를 정해야 하고, 그 결과로 전략이 개입될 가능성이 만들어진다.

여기서 투표를 하지 않는 행위의 정당성도 확보될 수 있다. 사실 이게 문제인데 - 無는 pros나 cons와는 아주 다른 파생들을 만들어낸다 - 그렇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투표 의무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이 모든 건 투표 제도, 더 넓게는 대의 민주주의 제도 자체가 가지고 있는 모순점이다. 인터넷의 발달이 이 문제들을 커버할 어떤 대안을 만들어내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지만, 아직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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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차, 평화,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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