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116

안정된 공간

요 며칠, 그러니까 트윗이 급격히 늘어난 금요일인가 목요일인가부터, 몇 가지 문제로 인해 사방 천지를 떠돌아다니고 있다. 뭐 해결될 기미가 약간 보이긴 하는데, 역시 노트북 하나만 있으면 어디서든 할 일을 하는 타입이 못 된다. 아무리 조용해도 커피 집 같은 곳에서는 전혀 불가능이다. 커피 집은 커피를 마시는 곳일 뿐... 물론 이런 건 세상을 헤쳐 나가는 전투력 부족 탓이겠지만 일단 능률이 너무 떨어진다.

내 경우 안정된 자리라는 건 꽤 중요하다. 뭐 그렇다고 딱히 좋은 곳을 원하는 정도는 아니고 수지 타산에 맞는 정도고 무엇보다 언제든 가고 나갈 수 있는 안정적인 장소. 물론 어포더블해야 하고, 식사와 화장실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역시 좋아야 한다는 게 아니라 근거리에 있고, 분실의 걱정으로 매번 노트북을 들고 다녀야만 하지 않을 정도면 된다. 일단 이런 입지 요건에 맞는 공간이 주어지면 테일러리즘에 입각한 효율적인 동선은 마련되게 되어 있다. 딱히 너무 조용할 필요는 없지만 사람들이 이동하는 노선의 복판은 좀 곤란하다. 너무 추운 것도 좀 그렇다. 그리고 하루 한 30분 정도 졸 수 있어야 한다. 책장을 둘 수 있으면 좋겠지만 없어도 딱히 상관은 없다.

이런 공간이 꽤 드물다. 물론 세상엔 있고, 구하거나 장만할 수 있지만 비싸고 수지 타산이 맞지 않는다. 도서관은 괜찮긴 한데 시험 기간 등 문제가 있다. 그리고 무슨 구천의 귀신도 아니고 같은 곳을 한 없이 어슬렁 거리고 있는 것도 좀 곤란하긴 하다. 예전에 좀 머물러 있었던 성북 도서관의 개인 연구실(링크)도 괜찮긴 한데 비용과 식사가 문제다. 그리고 거기에 있다 보면 사람을 너무 못 보니 몇 달 있고 나면 머리가 좀 이상해 진다. 뭐 지금 있는 곳도 다 지나치는 사람들이니 따져 보면 별 다른 차이는 없지만 뭐 타인의 존재 자체가 주는 위로(예컨대 재잘거리는 소리)... 같은 게 조금 있기는 하다.

여튼 돌아다니니 매우 피곤하다. 오늘은 아침에 지하철에서 앉아서 졸다가 넘어질 뻔했다. 뭐 지금도 해매고 있는 중이라 신세 한탄이라도 한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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