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410

어제

예능 방송을 그만 좀 보고 차라리 드라마를 볼까 하는 생각을 - 다음 회를 보기 위해 일주일을 기다려야 하는 미덕을 키워보고 싶다 - 요새 좀 하고 있지만 오늘은 딴 이야기.

머리 속에 들어있는 아이돌 - 토크쇼의 기준점 같은 건 여전히 우타방이다. 걸그룹이 나와서 컨셉에 충실하고 -> MC들은 그걸 놀리면서 컨셉에 적합한 별명을 붙여주고 -> 그 별명으로 세상에 자신을 각인시키며 유명해 진다. 이런 방송도 득을 보고 아이돌 그룹도 덕을 보는 선순환 구조가 몇 년을 갔었는데 모닝구 무스메가 시들해 지면서 우타방도 시들해 졌다. "놀리는" 같은 부분은 보이 그룹 같은 데 써먹으면 그렇게 재미가 없다. 역시 아저씨 MC들이 의욕과 야망이 넘치는 어린 여자애들 놀리는 게 재밌다.

요새 이런 식의 프레임을 유지하고 있는 방송은 주간 아이돌이다. 걸그룹 멤버들을 놀리되 컨셉을 따라가며 놀린다. 사실 이게 매우 중요하다. 재미있더라도 엉뚱한 이야기를 하면 남는 게 없다. 컨셉을 더 명징하고 확고하게 해주고 나중에 다른 방송에서도 해볼 만한 게 나오도록 부추킨다. 주간 아이돌의 묘미는 그런 점에 있다.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어제 에이핑크 방송을 보고. 에이핑크는 주간 아이돌과 특수 관계라 그런지(멤버인 보미가 주간 아이돌 MC다) 방송 전체를 할애했다. 그리고 에이핑크도 컴백 전에(녹화 날이 컴백 일주일 전이었다고) 주간 아이돌을 찍는 히트 포인트를 만들어 줬다.

역시 맨 위의 우타방과 비슷한 구조인데 약간 다른게 - MC들이 그걸 놀린다 -> 멤버들이 컨셉을 유지하는데 그걸 민망해 한다가 약간 다르다. 모닝구의 경우도 그러긴 했는데 - 낫치나 유코가 막아주는 역할을 했었다 - 서로 부끄러워 하며 기어코 해내는 특이한 선이 만들어졌다. 에이핑크가 유지하고 있는 컨셉의 선이 다른 그룹에 비해 독특하고 낮기 때문에 가능하다. 

주간 아이돌에 워낙 능수능난한 걸스데이나 포미닛하고도 다르고(혜리와 현아 같은 멤버가 모두의 허들을 낮춰주기 때문에 아주 속편하게 진행된다, 에이핑크의 경우엔 보미가 있으니까)  의지만 넘치는 레인보우와도 다르다. 어제 방송을 보다 보니 레인보우는 고고한 신화의 영역으로 갈 게 아니라면 아저씨들하고(주간 아이돌 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더 친해지는 게 급선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방송을 볼 때 재밌는 개인기를 보며 웃지만 결국 방송이 끝나고 기억에 남는 건 더 포괄적인 이미지다. 레인보우는 여전히 딱딱하다.

여튼 최상의 상태인 에이핑크를 볼 수 있었던 듯. 재밌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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