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 48.14km (16.90km/h)
애초에 오늘은 운동이 목적이 아니라 적당한 코스를 만들어볼까 싶어서 투어링을 한 거였다. 그래도 생각보다 너무 멀리 가는 바람에 후반엔 몸 구석에 제대로 돌아가는 곳이 없었다. 내 체력도 문제지만 자전거 자체가 장거리로는 곤란하겠다는 사실을 깨달음. 대전이나 전주를 한번 다녀와볼까 생각 중이었는데 아무래도 이걸로는 안되겠다. 그래도 마음에 드는 길 몇 군데를 찾아서 즐겁다.
1. 언덕
소문의 아이유 언덕(암사동 쪽에 고개가 삼단이라 자전거 타는 사람들끼리 아이유 언덕이라고 부른다고)을 가보고 싶었지만 한강 북단으로 가고 있었고 구리 시계 쯤에 이미 30km 쯤 간 이후라 멘탈이 털려서 강을 건너볼 엄두를 못냈다. 아쉽다. 하지만 경춘로를 따라 서울로 진입하는 고개도 꽤 짜증난다.
위 지도로 치면 43부터 본격적으로 언덕이 시작되고 점선으로 표시되어 있는 경계(왼쪽이 서울, 오른쪽이 구리다)가 고개의 꼭대기 쯤이다. 기껏 올라가봐야 도로에 차가 너무 많아서 신나게 내려오지도 못한다. 저 루트만 어떻게 괜찮고 안전한 도로가 있다면 40km 순환 코스로 꽤 괜찮은데 저기 있는 산 때문에 무슨 방법이 없다.
2. 나무길
돌곶이 살 때는 중랑천 서쪽으로만 다녔기 때문에 동쪽은 아직 낯설다. 밤인 경우 출발할 때 동부간선도로의 차와 마주보기 때문에(서쪽면과 다르게 자전거 도로로 가도 자동차 도로가 꽤 가깝게 있다) 헤드라이트와 소음 등으로 환경이 그다지 좋지는 않다. 하지만 군자동에서 터널하나를 지나고 나면 나오는 길(위 지도에서 18~20)이 무척 예쁘다. 나무가 빽빽이 들어차 있는 사이에 자전거 도로가 가장 높은 자리에 있고 왼쪽 아래로는 동네가, 오른쪽 아래로는 도로가 보인다.
3. 어둠 길
한강 북단길을 따라 광진교를 넘어서 구리 시계를 지나 100이라고 적혀있는 강동대교 까지. 위 지도에서 31부터 38까지다. 여기는 밤에 가야된다.
서울의 마지막 다리를 딱 지나면서부터 사람이 거의 사라지고 완연한 어둠 속에 묻히게 된다. 오른쪽에는 커다랗고 시커먼 강이 있고 간간히 맞은 편에서 다가오는 자전거들과 대체 어디서 와서 저기를 산책하고 있는 것일까 궁금한 사람들이 가끔 보인다.
어둠과 인간이 하나가 된다. 자전거에서 들리는 잡음 하나, 내 몸 속에서 나는 소리 하나까지 다 들린다. 무아지경을 느낄 수 있다. 전조등과 후미등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길이 좋아서 고속으로 달리기 때문에 좀 위험하다. 이 길은 정말 너무너무너무 좋다. 그 진한 어둠을 만나기 위해 대략 25km를 묵묵히 가야된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좀 더 더워지면 새벽에 자주 가게 될 것 같다.
강동대교(토평 IC가 있는 곳이다)에서 왼쪽으로 올라가면 왕숙천 길이 시작되고 왕숙천 길을 따라가면 구리-남양주, 계속 한강을 따라가면 덕소를 지나 팔당으로 향하게 되는 남한강 자전거 길이다. 이론상으로는 계속 가다보면 낙동강 자전거 길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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