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302

공용어, 기술, 사회화

1. 이제는 외국인 노동자를 만나는 게 드문 일이 아니다. 식당은 몇 년 전부터 그랬으니 말할 것도 없고 오늘 집 화장실 타일 유지 보수 문제로 일하시는 분들이 왔다 갔는데 조수로 데리고 다니는 분이 중동? 터키? 뭐 여튼 그쪽 계열이었다. 예전에 바닥 공사하러 다니는 분이 비슷한 곳에서 온 노동자를 데리고 다니는 모습을 본 적 있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다수는 공장, 여성의 경우 식당, 남성의 경우 이런 식으로 기술을 배우는 거 같다. 타일을 까는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면서 능숙하게 보조 일을 해내시던데 나중에 고향으로 돌아가서 혹은 여기에서 개업을 하게 되겠지. 그걸 보면서 나도 기술을 배울까 + 일단 집으로 들어오는 작업이니 36사이즈의 시장표 청바지(왜 태그에 사이즈가 적혀 있을까), 나이키 운동화(저건 사이즈가 몇 이길래 저렇게 클까?)와 시장표 회색 양말 같은 뜻하지 않게 많은 정보가 잔뜩 들어온다...

어쨌든 이를 계기로 궁금해 지는 게 몇 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공용 한국어 혹은 코크니 같은 특유 사투리의 탄생. 출생지 언어에 따라 다른 면이 있긴 한데 대규모 군집을 형성하고 있는 대림동이나 건대 입구, 응암동 등지에서 조선족 어와 다른(다른 지역 출신들도 섞여 있을테고 여기에서만 쓰는 단어들이 있을 테니) 특유의 한국어가 만들어지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랍어 권도 이 비슷한 게 있지 않을까.

사실 공장과는 다르게 타일 유지 보수 같은 직종은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이 필수적이고 중요하다. 하지만 어렸을 적 언어권에서 나이가 들고 바깥으로 나오면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그러므로 나 역시 알아듣기 위해 머리를 굴리지만 그 쪽도 알아듣게 하기 위해 머리를 굴리게 된다. 서비스 업이 외국인으로 대체되고(예컨대 저런 유지 보수업 외에 택시, 인터넷 설치 등등) 이 현상이 계속되면 뭔가가 서서히 바뀌어 갈 가능성이 높을 거 같다.


익숙해졌다고 해도 막상 생각지도 못했던 상황에서 외국인 분이 등장하면 티를 안 낸다고는 하지만 속으로 어랏? 그렇군...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어랏...이 사라지도록 나름 애를 쓰는 데 이게 몇 년 지나지 않은 현상이라 아직은 쉽지 않다. 얼마 전 찾아갔던 건대 입구의 가게에서는 말이 전혀, 완전히 아무 것도 안 통했었는데 그래도 괜찮은 지역이라 그런 거겠지...


2. 타일 까는 작업은 생각지도 않았는데 일이 커져서 좀 놀랐는데(어디 안 가시죠 하더니 다 때려 부수고 2시간 쯤 걸릴 줄이야...) 화장실에 숨어 있는 배전의 구조를 알아낸 소득이 있다. 매우 의외의 곳이 알고 보니 새로운 세상으로 가는 문이었고 그게 열리면 안에 공간에 파이프나 전선이 숨어 있다. 특히 화장실 천정은 꽤나 넓어서 사람이 들어가 자도 되겠드만.

예전에 호텔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 직원들은 직원들만의 통로가 있다. 거기로 다니면 손님들하고는 절대 마주치지 않고 1층부터 옥상까지, 건물의 구석까지 돌아다닐 수 있다. 그쪽의 관점에서 호텔을 구성하면 완전히 새로운 모습이 나온다. 종이의 앞뒤, 동전의 양면 뭐 그런 건데 그런 세상을 전혀 모르다가 처음 마주쳤을 때 꽤나 신선한 느낌이 들었었다.

당연하지만 집도 마찬가지다. 집에 들어왔다 나가는 물이나 전기, 가스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새로운 길들이 있다. 당연한 것들도 직접 마주치면 감각이 환기가 된다. 이제 화장실에 들어갈 때마다 저 속의 빈 공간에 대해 생각하게 되겠지.


3. 강아지의 비사회화는 꽤 심각한 현상인데 공사를 하는 두 시간 여 남짓 꽉 붙잡고 있었더니 이 모양이 되었다.

SJP(@macrostar)님이 게시한 사진님,

젠장할 놈 같으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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