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310

안 좋은 거 들은 이야기

좋은 거 보기도 바쁜 세상에 굳이 안 좋은 거 이야기나 하면서 시간 보내는 건 취향이 아니긴 한데... 여튼 아주 잠시 그런 이야기.

피에스타가 컴백을 했다. 예지는 언프리티 이후 나름 음원 강자가 되었고 차오루는 각종 예능에서 전방위로 활약 중이다. 리더 재이는 듣자하니 아침 불륜 드라마에 진출한 모양이다. 섹시 다이나마이트? 뭐 그런 것도 한다는 데...

여튼 이렇게 멤버들이 여러 분야에서 본 궤도에 오르고 있고 그런 점에서 이전 음반인 짠해가 들어있는 블랙 라벨을 내놓을 때와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여러 군데에서 기대도 많이 받고 있다. 게다가 소속사가 로엔 아닌가. 데뷔 이후 처음이라는 컴백 쇼케이스에, 주아돌 1시간 방송에, 각종 예능을 한바퀴 돌고 있고, 넘치는 보도자료에... 2012년 데뷔 걸그룹(EXID와 AOA가 있다) 중 또 하나 걸그룹이 무명의 타이틀을 벗어 던질 기회가 온 거다.


하지만 블랙 라벨 이후 1년 만에 나온 이번 미니 앨범 어 델리킷 센스(A Delicate Sense) 이야기를 해 보자면 :

우선 음악 이야기를 하자면 예전 음반은 타이틀이 곡 하나로 그냥 1위를 찍을 만큼의 임팩트가 있진 않았을 지라도 괜찮은 수준이었고 더불어 수록곡들도 평균적으로 비슷하게 수준이 맞춰져 있어 음반을 주르륵 듣는 재미가 있었다. 그렇지만 이번 음반은 타이틀과 수록곡 차이가 너무 심하다. 하나같이 늘어지고 기묘한 목소리를 내면 섹시하겠지 따위의 손쉬운 함정에서 전혀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들을 게 없다.

타이틀은 뭐 나쁘지는 않다고 할 수 있겠지만 뽕끼가 너무 심해졌다. 역시 쉬운 돌파구다. 물론 예전 타이틀 곡들에 뽕끼가 전혀 없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건 그냥 이렇게 하면 "어떻게 되겠지..."의 냄새가 너무 난다. 안 풀리는 가수와 그룹들이 돌파구 찾겠다고 매번 문을 두들겨 대던 바로 그거다.

뭐 이런거야 취향 차이고 귀에 잘 들어오고 가사가 입에 잘 붙는다는 장점이 있으니까 그렇다고 쳐도 뮤직비디오(링크)는 좀 너무하다. 암만 봐도 처음부터 끝까지 "어떻게 되겠지"의 기운이 넘쳐 흐른다. 뮤직비디오에서 조차 잘 안 맞고 흐느적거리는 군무는 대체 왜 넣었을까.

물론 예지도 차오루도 재이도 바쁘니까 연습 시간을 내기 힘들 수도 있다. 회사마다 스타일이 조금씩 다른 거 같긴 한데 안무를 완성해 놓고 뮤비를 찍는 경우도 있고 포인트 안무만 만들어 놓고 뮤비 찍고 나머지를 완성하는 경우도 있다. 지금까지 정보에 의하면 전자에 카라, 후자에 포미닛이 있다. 어제 주아돌 찍은 거 보니까 안무 연습이 막 시작된 다음 찾아 왔던데 뭐 그런거야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군무의 완성도가 낮은 상황이라면 적어도 뮤직비디오에서는 그런 부분을 최소화 하는 게 방법이다. 뭘 어떻게 봐도 피에스타 보다 훨씬 바빴을 상황에서 나온 EXID의 핫핑크 뮤비를 보면 포인트 부분만 전체 군무샷을 보여주고(사실 군무라고 하기도 그렇고 그냥 동작에 가깝다) 나머지는 다 그냥 각개 플레이로 채운다(링크). 그렇게 만들어 놓고 시간 좀 날 때 음방용 3분짜리 연습하면 되고 브라질 축구팀이 월드컵에서 그렇듯 활동하다 보면 점점 합이 맞아 간다. 다들 바쁘신 분들이니까 그 정도야 이해하지. 그러다가 안무 영상 올리면 제대로 잘 풀리면 이런 모습이겠구나 하고 보게 되는 거고.

그런데 이걸 굳이 무리하게 집어넣다 보니 뮤비를 보고 있으면 그냥 흐느적거리고만 있다.. 뮤비에 당연히 군무신이 있어야지.. 해서 집어 넣었다 말고는 그냥 아무 생각이 없어 보인다.

여튼 결론적으로 멋지지도 않고, 섹시하지도 않고, 신나지도 않고, 오랜 관습과 습관의 결과물 같고, 심지어 이런 아이돌 걸그룹을 보면서 얻을 수 있는 최소한의 효용 - 저 아이들도 저렇게 열심히 사는데 나도 열심히 살아야지 마저도 얻을 수 없다. 이런 아무 데도 쓸모가 없는 컴백 음반이라니 이 정도 레벨은 꽤나 오래간 만에 보는 거 같다. 레인보우가 블랙 스완 들고 왔을 때 비슷한 느낌이었는데 거긴 무슨 실험이라도 있었지, 그게 훨씬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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