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추석 연휴다. 하여간 추석이고 연휴고 무슨 의미있는 날이고 다 싫다. 그런 건 뭐라도 즐거울 때나 쓸모 있지. 게다가 주거 지구에서 왜케 나와서 떠들어 대는 인간들이 많은 지 너무 시끄럽다. 그렇게 오밤중에 시끄럽게 떠드는 게 좋으면 어디 산이나 섬 같은 데 가서 살라고...
2. 심심해서 인터넷 뒤적거리다가 마리텔 팟플이 진행 중이라길래 초아 편을 봤다. 차홍이 더 궁금했지만 그건 나중에 챙겨 보게 될 거 같아서. 여튼 방송을 만드는 분들이 미연시에 대해 가지는 그 끊임없는 미련...은 오늘도 계속 되고 있다.
그런데 어제 방송 보니까 초아 억양이 살짝 희한하던데 그게 인천 사투리일까...
3. 달은 엄청 크고 밝도 둥그렇다. 닭이 밝으면 간첩도 내려오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예전에 들은 적 있는데 보름달 볼 때마다 왠지 자꾸 그게 생각난다. 올해는 슈퍼문에 개기월식이 겹치는 데 한국에서는 못 본다. 아쉽다.
4. 패션붑 사이트는 추석 연휴에는 공치겠군...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는데 평소에 비해 모바일 접속률이 꽤나 높아서 쌤쌤 수준이다. 결국은 다들 심심한 거다... 설, 추석 민족 대명절이란 과연 무엇인가. 곧 거의 사라지지 않을까.
5. 복면가왕 초아-손동운 문제는... 음... 물론 걸그룹 아이돌에게 하는 나이 드립은 분명 좋은 유머라고 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이건 다른 맥락도 좀 있는데 AOA가 짧은 치마로 정상급 대시가 시작되었을 때부터 아마 주아돌이었던 거 같은데 거기서 나이 드립이 시작되었다.
틀은 간단한데 AOA에 오래되신 분 -> 아니에요 -> 50살 꺾인 분 -> 저 어려요 뭐 이런 식의 반복 개그다. AOA 리더 지민하고 한 살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데 지민한테는 그런 드립을 치지 않는다. 심지어 해가 바뀌어 지민도 25세가 넘고 나서도 마찬가지다. 지민에게는 다른 캐릭터가 있기 때문이다(예컨대 논란을 염원하는 리더).
즉 이건 초아의 캐릭터 덕분에 만들어졌고 그래서 초아가 나오면 하는 개그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걸 받아들이고 받아치며 상황과 재미를 만들어 내는 능력을 선보이며 예능 안에서 자기 만의 롤을 형성했다. 물론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서도.
또한 나이 드립과 노력형 캐릭터가 겹쳐서 노력형 캐릭터가 더 빛이 나게 된다. 예를 들어 나이 먹었다 -> 요즘 유행어 몰라 -> TV 거의 안봐서 그런 거 모름 -> 블라블라 -> 연습하느라... 노력형 캐릭터는 그것만 가지고는 보통은 노잼이라 다큐에 나올 게 아니라 예능에 나올 거면 이런 부분이 있어야 한다. 초아 쪽에서 딱히 정색하지 않은 것도 이런 득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운이든 계획이든).
게다가 마리텔에 나오면서 소통 불능이라는 캐릭터도 생겼는데 이 역시 노력형(제 할일을 열심히 하느라 그런다) 캐릭터를 더 빛나게 만든다. 2번에서 말한 이번 마리텔 미연시를 보면 (말 같지도 않은 상황에서) 노력+(그래서) 불소통=보는 팬들의 흐뭇함 이런 식이 겹쳐 있는 걸 볼 수 있다. 결국 드립들과 수더분하게 받아침이 결합해 결론적으로 "정말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는 것, "좋은 성격"이라는 것이 더 강조된다.
이런 모든 게 겹쳐서 현재 초아가 이미지가 형성되어 있고, 이런 부분이 한 그룹의 메인 보컬이면서도 예능에 많이 등장하고, 카 센터 같은 방송에서 아저씨들 사이에 껴서 MC를 보고 있는 밑바탕이라 생각한다.
- 이 비슷한 농담 구조가 성립하는 대상으로 걸스데이의 소진이 있는데 그 쪽은 애매하게가 아니라 아예 높아 버리기 때문에 진행이 약간 다르다. 오래되신 분 -> 그러게요 -> 나이 어떻게 해 -> 초탈 뭐 이런 식으로 나아간다. 그래서 "어른"을 보는 느낌이 나지만 동생 같아야 하는 평화의 상징 아이돌이라는 측면에서 충돌할 수가 있고 그래서 (극한) 귀염을 함께 담당한다. 본인 성격 덕분에 이 기능이 유지된다.
- 소시 같은 경우엔 구조상 이런 걸 할 캐릭터가 없다.
- 에이핑크 같은 경우 초롱이 AOA의 지민과 동갑이고 멤버들 사이에 나이가 살짝 벌어져 있지만 나이 드립은 별로 없다. 이건 그룹의 구조 때문이다. 대신 리더 독재자, 권력자 캐릭터가 붙어 있다.
- 레드벨벳의 아이린 같은 경우도 초롱, 지민과 동갑인데 요즘 옛날 사람 캐릭이 좀 붙었다. 이건 예쁜 외모와 사이에서 갭을 만들어 낸다. 사실 현재 스코어 사람들이 웃으니 계속하는 거지 아직 그거 가지고 뭘 하거나 심사숙고해 볼 겨를은 없는 거 같다.
하지만 물론 이런 건 주로 팬덤이나 팬덤 나이대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에서 가능한 거다. 손동운은 아마 이 알 사람은 다 아는 반복형 개그의 맥락을 아니까 했을 거 같은데, 복면가왕은 다양한 연령층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니 때와 장소를 잘못 잡은 거고.
근데 이렇게 되면 다른 곳에서도 나이 드립은 이제 어려워 질테고 초아로서는 그건 어느 정도 손해가 되지 않을까 싶다... 뭐 가히 엄청난 노력형이니 다른 방법을 찾겠지만. 에프엔씨에서 손동운 쪽의 사과에 대해 별다른 대응이 없는 걸 보면 해를 넘기면서 캐릭터를 슬슬 바꿔가려는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6. 마리텔을 보면서 또 든 생각인데. 서장훈은 매우 전형적인 꼰대 아저씨라고 할 수 있다. 이건 단점이지만 한국 MC계에서는 보통 그게 살짝만 포장을 바꾸면 꽤 "멋진 남자"가 된다. 하지만 그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는 거 같고, 사실 그는 자신이 말하는 게 꼰대질이라는 것도 아마 모르는 거 같다. 그런 천연 꼰대 캐릭이 어떻게 보면 장점이긴 한 듯. 시덥잖은 능구렁이보다는 보기 편하잖아.
7. 뭐 다들 알겠지만 계몽과 설득 방면으로 다시 한 번 말해 보자면 그런 건 소용없고 배제와 비난이 옳은 길이다. 대중 화장실을 많이 이용하는데 예컨대 대학이고 도서관이고 백화점이고 지하철이고 물 내릴 줄도 모르는 인간들이 천지에 널려 있다. 백화점 남자 화장실이 깨끗한 건 아주머니들의 끊임없는 작업의 결과라는 거 말고는 전혀 없다. 그런 와중에 무슨 이성이니 뭐니... 암만 생각해도 소용 없음.
2015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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