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컨대 뭔가에 심하게 몰입했던 자들이 뭔가 만들면 평범한 일반인들이 만든 것과 다른 결을 가진다. 이 둘 간에는 접합점이 없을 거 같긴 했는데 심하게 몰입했던 자들을 주변에서 보고 경험하며 가진 일종의 이해력 덕분인지 그것들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일본에서는 초기에 애니보고 자란 이들이 애니를 만들어 냈고 오와라이를 보고 자란 이들이 오와라이를 만든다. 미국에서는 코믹 보고 자란 애들이 영화를 만들고 있다. 미국의 코믹콘이 이렇게 커질 거라고는 아무도 모르지 않았을까 싶은데 서브컬쳐의 성장이란 요새는 이런 식이다.
그렇다면 여기엔 뭐가 있을까. 생각해 보면 이글루나 루리웹에 뭔가에 심하게 몰입했던 이들이 있기는 한데 그것의 범위는 그렇게 넓지가 않다. 좀 더 광범위한 범위를 가진 건 아마도 팬덤이다. 아이돌에 심하게 몰입했던 이들. 여하튼 여기가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많은 연습생을 가지고 있는 나라고 심지어 연습생 팬도 있는 나라란 말이다.
그러므로 팬덤 출신들이 만든 콘텐츠들이 있다... 별바라기도 그렇게 만들어졌고, 마리텔은 약간이지만 그렇다. 케이블 쪽에 가면 좀 심하게 분위기가 나는 것들이 종종 있다. 얼마 전 네이버에서 나온 V앱도 그런 냄새가 난다. 뭘 원하는 지 매우 잘 안다.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 것들 중 아이돌 그 자체도 있다. 팬덤을 경험하지 않고 연습실에만 있었던 이들도 있지만 팬덤을 경험하며 그게 뭔지 아는 이들도 있다. 이런 경우 유달리 코어한 팬덤을 구축한다. 물론 그걸 구축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
구축 능력은 물론 중요한데 아무 오타쿠나 에바나 마블 영화 같은 걸 만드는 건 아니다. 어쨌든 팬덤 출신이 만들어 낸 것 중 아직까지는 별 게 없다. 그건 아마도 극장에서 상영되는 종류(라는 건 히트를 치면 엄청날 수가 있다는 뜻이다)가 아니기 때문인 것도 있다. 방송국이라는 보수성과 충돌한다. 인터넷 방송의 성장은 그러므로 매우 유의미하다. 그리고 여기의 시장 규모가 아직은 아이돌 다음 것들을 소비할 만큼 커지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하튼 무슨 바닥이든 혼자 독야청청 서서 굉장한 것들을 만들어내는 경우보다는 수많은 이들이 유입되고, 나가고, 뭐가 계속 나오고, 쓰레기 같은 것들도 줄줄 나오고 하다가 괜찮은 것들이 형성되는 법이다. 그러므로 수많은 것들이 유입되는 데가 어디인지가 더 중요할 뿐이다. 애초에 덕후 방송 같은 걸 표방하는 건 대부분 덕후가 만든 것도 아니고 덕후가 보는 것도 아니다(예컨대 비밀병기, 야만 쪽은 그냥 하하풍이 아니었나 싶다). 이건 그런 식으로 형성되지 않는다.
뭐 여튼 아직 모를 일 같고 그런 것도 있지 않을까...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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