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가 내렸다. 집에서 나오니까 비가 함지박처럼 내리고 있었다. 이거 떠내려 가는 거 아냐... 싶은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물론 떠내려가진 않는다. 예전에 비 온 날 미끄러져 넘어진 적이 있었기 때문에 조심은 했다. 지하철 역까지 와서 들어가려고 보니 비가 거의 그친다. 지하철에서 내려 보니 여기는 비가 지나간 다음 같다. 바닥은 젖어있지만 벌써 마르던 참이다. 그러고 뭐 왔다 갔다 하다 다시 지하철 역으로 가니 또 비가 왕창 내린다. 아까 그 비와 똑같다. 명동 거리가 순식간에 한산하다. 그러고 또 지하철을 타고 내리니 이번에도 비가 내린 다음이다... 물론 또 함지박 같은 비가 내렸고 신발과 양말은 마를 틈이 없다. 뭐 이런 날도 있는 거다...
어제 패션 블로그에 포스팅을 올리고 보니 주소가 1000이다. 지운 것도 없고, 드래프트 상태인 것도 없으니 글이 천 개가 있다는 뜻이다. 글이 천 개고 누적 조회수가 100만이니 평균적으로 포스팅 하나당 1000명 정도가 봤다고 치면 된다.
일반적으로 통계가 알려주는 걸 보면 90%는 클릭 후 그냥 지나가고, 나머지의 90%는 스으윽하고 지나가고, 나머지가 좀 읽어본다. 그러므로 1000명 중 900명이 그냥 지나갔고, 90명이 스으윽하고 본다. 이제 10명이 남는데 그 사람들은 뭔가 읽을 생각이 있는 거고 이들 중 몇 명이나 읽느냐가 안 웃긴 농담을 숨겨 놓는 게 취미인 블로그를 운영하는 의의라 할 수 있다. 물론이지만 이왕이면 읽어줬으면 하는 생각이 있다. 가만 보면 천 명 당 대략 1~2명 정도가 아닐까 싶다.
물론 이건 충실도의 측면에서 의의고, 운영의 측면에서 의의를 생각해 보자면 그냥 지나가든 스으윽 둘러 보든 광고를 눌러 나가거나 구매 등의 루트로 나가면 좋은 일이다. 부비 트랩을 설치하는 기술이 별로 없어서 그런지 액티비티의 퍼센테이지는 비슷하다. 다만 위 10명과 아래 10명이 같지는 않은 거 같다. 여하튼 이런 점에서 보자면 별표보다는 공유가 좋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지 뭔가 흥미로운 걸 보면 RT를 누르지 별표를 누르는 일은 거의 없다. 세상은 이왕이면...으로 버티는 데가 아니던가.
잡스러운 이야기를 주욱 했는데 1000개 포스팅이면 나름 오래 버티고 있다. 지금 벼랑 앞에 와 있는 거 같은 기분이 들긴 하지만 그래도 저 천 개는 하나같이 뭘 써보자... 싶을 때 자진해서 쓴 것들이니 좋고 나쁘고 잘했고 못했고를 떠나서 후회는 별로 없다. 물론 어떤 식으로 봐도 좀 미련해 보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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