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102

20120102

1. 2012년이다. 작년, 재작년에는 삼척, 동해 뭐 이런 곳에서 서성거리며 새해를 맞이했다. 올해는 마침 동생의 결혼식이 있는 날이라 원래 계획은 결혼식을 끝내고 집에 들어와 좀 더 조용하게 시간이 흘러감을 느끼며 가만히 있으려고 했다.

그랬는데 로라이즈와 대공분실 두 군데에서 0시를 넘기는 공연이 있는 걸 알게 되었고 둘 중에 하나를 가볼까 싶다는 생각을 했다. 로라이즈는 좀 멀고, 집에 오는 길이 멀기는 하지만 궁금한 밴드들이 더 많고 리스트가 대공분실에 비해서는 좀 더 자분하다는 장점이 있었다. 대공분실은 좀 시끄러울 거 같기도 하고, 절망 콘서트라는 이름이 조금 마음에 걸렸지만(괜한 감정 이입은 위험하다) 일단 가깝다.

그래서 고민을 하다 축 처지느니 행사 분위기나 내봐야지 싶어 조금 먼 로라이즈에 가야지 하고 마음을 먹었는데, 갑자기 뭔가 좀 꼬이고 그러면서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리고 보니 종로 보신각 타종 행사장의 수많은 인파 속에서 사람 많으니 따뜻하다~ 이러고 있었다.

어쨋든 칸트가 말한 언제나 주어진 시공간 중에 제 혼자 끊임없이 흐르는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인간이 나눠놓은 구획에 따라 2011년은 2012년이 되었다. 달력 회사와 다이어리 회사는 돈을 벌고, 술집과 레스토랑과 호텔도 돈을 번다. 자동차는 2012년형이 되고, 교통비와 수도세와 가스비는 혼란을 틈타 가격이 오른다.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 진다. 그러면 된 거다.

농담처럼 지껄이기는 했지만 나는 2012년을 맞이 할 생각이, 특히 기쁘게 맞이할 생각이 전혀 없다. 2011년을 끝내며 꼭 만나봐야지 하는 사람을 세 명 만났다. 한 명은 못 만났다. 그리고 먼저 보낸 메시지에 대한 답으로 온 새해 복들은 감사하지만, 다 흩어져 먼지가 될 게 뻔하다는 생각도 한다. 불운이라 돌려버리고 싶은 자아의 침잠은 끝이 없고, 계속 갈등하고 있다.

하지만 극히 소소한 몇 개의 약속들을 지키기 위해 2012년을 맞이했다. 그저 지나가는 말의 날짜도 붙잡고 마는 진지함이 짜증나지만 성격인 건 어쩔 수 없다. 공교롭게도 둘 다 1월 10일에 끝이 난다.

특유의 조바심 현상이 찾아와 몸이 살짝 붕 뜬거 같지만 침착하려고 한다. 스테로이드 부작용으로 몸이 잔뜩 불은 강아지 막내의 애처로운 표정은 자꾸 마음을 심난하게 만든다. 농담같은 말을 너무 뱉어냈고, 진창같은 머리 속에서 자꾸 뭔가 뽑아내려고 하고 있다. 필요없는 집중에 몸이 영향을 받고 있다. 이럴 때는 가만히 앉아있는게 최선이라는 걸 알지만, 그럼에도 가만히 있으면 이대로 가라앉게 될 거라는 것도 안다.

2. 일단 8일간 동생 집에서 혼자 지낸다. 먹을 걸 잘 해결해야 하는데 영 귀찮아서 ㅠㅠ

3. 모두들 해피한 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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