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110

20120110

1. 이 블로그에서 검색해봤더니 가장 최근의 지독한 감기 또는 몸살은 2011년 3월이었다. 나는 기억들을 시계열 상에 놓고 있는 스타일이 아니라, 말하자면 주제별로 섞어 놓기 때문에 그게 정말 마지막 시간인지는 확실치 않다. 아픔의 기억은 의외로 쉽게 사라지고 그때의 이미지 같은 것들만 강렬하게 남는다. 그저 일어날 정도가 되었을 때 머리는 산발을 하고, 면도를 하지 못한 어리버리한 얼굴에, 볼이 쏙 들어가고, 세수를 못해서 얼굴은 사막에서 마른 가죽처럼 텁텁하고, 눈은 퀭하니 초점이 없는 상태로 이 몰골 참 한심하구나 하며 실실 웃으며 화장실 거울에 대고 사진을 찍는다. 이렇게 찍은 사진을 세 장 쯤 가지고 있다.

2. 이번에는 대체 무슨 바이러스나 세균에 씌운 건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경과 보고를 해보면 :

수요일 밤에 집에 들어오는데 뭔가 심상치 않음을 잠시 느꼈다. 뭔가 많이 힘들어서 근처에 사는 후배에게 전화를 걸어 집에 좀 데려다주라고 말할까 잠깐 생각은 했는데 그냥 말았다. 그리고 밤 10시에 들어와 TV를 보며 좀 피곤하네 하고 드러누웠다.

그리고 그 다음 날 밤 10시까지 거의 꼼짝을 못하고 누워있었다. 보일러를 열심히 틀었지만 너무너무 추웠고, 머리가 너무 아팠고, 땀이 너무 났다. 그냥 그렇게 끙끙대다 배가 너무 고픈데 마땅히 먹을 게 없어서 밤 9시 쯤 편의점에 다녀왔다.

그리고 좀 괜찮나 싶어 방종하다가 다시 드러누워서 다음날 2시 쯤 일어났다. 그리고 좀 살아나는 구나 싶은 상태로 나갔다가 아직 완전한 상태는 아니구나 싶어 벌벌 떨다가(끊임없는 오한이 특징이다), 본죽에서 죽을 반쯤 먹고 집에 들어왔다.

오는 길에 원래 2번 갈아타면 빨리 오는데 1번 갈아타는 코스를 택했는데 그게 나름 괜찮았던 선택이었나보다. 지하철에서 쿨쿨 잤고(지하철 만큼 숙면에 좋은 장소도 없는 듯 - 몸이 만진창이로 피곤할 때 4호선 사당에서 지하철타고 오이도 찍고 오면 완전 개운하다, 의자도 뜨끈뜨끈) 역에서 나와 걸어오면서 뭔가 회복되었구나라는 느낌과 강렬한 식욕을 느꼈다.

그리고 토요일 완연히 회복되어 정상인의 삶을 살았다. 다만 간헐적인 기침과 땀이 많이 나는 건 지속되고 있다. 새벽에 깨어 티셔츠를 갈아입고 다시 자는 게 3일 째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 슬슬 사라져간다.

3.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요즘 감기 몸살 잘못 걸리면 한달동안 가만히 있으라니 하는 이야기를 듣는 다는데 압축적인 이틀로 해결봤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올레~ 알레~

4. 음악을 듣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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