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104

20120104

1. 날짜로 제목을 잡는게 습관이 된다. 동생집을 봐주기 시작한 게 3일 째다. 몸과 마음이 편하기는 한데, 약간 심난한 구석이 있어서인지 머리 속이 무아의 상태다. 나는 대체적으로 앵커(anchor)를 어딘가 내려놨다는 자의식이 있어야 뭔가 생각을 좀 하는 편이고, 그 자의식은 보통 여기서 이동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공간에서 나온다. 작업을 하기 위한 장소로 모교의 도서관을 선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커피집 같은 곳은 재미는 있지만 곧 떠나야 한다라는 생각이 계속 머리 속을 지배하기 때문에 계속 뜨내기 기분에 머문다. 가장 적합한 장소는 따뜻하고 버려진 광 같은 곳이 아닐까 싶다.

2. 강아지 챙기는 건 만만치 않다. 아침 2, 저녁 3의 약을 먹는다. 약의 스테로이드 성분이 그의 식욕을 모티베이트 시키기 때문에 저래도 되나 싶게 밥을 왕성하게 먹는다. 이걸 동생이 꾸준히 챙겼다는 게 대단하다.

3. 제주도에 가고 싶다. 모슬포에서 마라도까지 가는 배의 그 아슬아슬한 느낌 - 여기는 정말 깊은 바다다라는 실감 - 이 계속 그립다. 포항에서 울릉도 가는 배도 비슷한 느낌인데 거기는 너무 길다.

4. 돈이 조금 생겼고, 공연을 안봤기 때문에 살짝 여유가 있어서 책을 살까 생각하고 있다. 사는 건 당연한 일이지, 라고 말하고 싶지만 한계 상황에서 이런 여유는 굉장한 고심을 필요로 한다.

예전에도 쓴 적 있는 거 같은데, 교보문고에서 어떤 부랑자 아저씨를 본 적 있다. 감색 작업복 잠바에 골덴 바지를 입고, 메신저 백을 메고 있었다. 어쨋든 그 아저씨는 신문지로 곱게 싼 만원짜리 몇 장을 꺼내더니 거기서 몇 만원 가량을 가지고 독-한 사전을 구입했다. 한참을 고심했었고, 구입하더니 싱글벙글 계속 웃고 있었다.

이 비슷한 사연을 또 본 적 있다. 신림동 고시촌에 대한 TV 방영을 보는데 이제는 신림동 산꼭대기 부근에 살며 노가다로 생을 전전하는 아저씨가 밥통 안에 돈을 모으고 있다가 매년 때가 되면 민법이니 헌법이니 하는 근 4~5만원 짜리 교과서를 몇 권 사들이고 보지도 못 할텐데 계속 쌓아놓고 있는 모습이었다.

둘 다 뭔가 아쉬움이 있지만, 현실이 전혀 받혀주지 못하는 상황이다. 포기해야할 때가 지났지만 하염없이 붙들고 있는 최악의 상황. 문득 이런 기억이 떠오르면, 책을 구입한 다는 게 허무해진다. 구입하려던 책은 다행인지 불행인지 품절이다.

5. 강모 의원이 출연한 화성인 바이러스를 잠깐 봤다. 그의 대단한 점은 매우 유연하다는 점이다. 위기에 처했거나, 계기가 필요한 유명 인사들은 보통 점잖은 토크쇼에 출연해 신변 잡기를 보여주며 자신에 대한 세간의 인상을 리프레시하려고 한다. 박모 의원의 경우 기억을 떠올려보면 출연한 버라이어티는 일밤에서 탁구 치는 모습과 이번에 힐링 캠프 정도다. 선을 명확히 지키고, 웃기지는 않지만 점잖게 웃을 수 밖에 없는 농담을 한다.

강모 의원은 전혀 다르다. 그 상황에서 화성인 바이러스를 생각해 내고, 거기에 고소 중독으로 출연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매우 흥비롭다. 그는 아마도 40%의 부동층을 겨냥할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 자체가 그에게 득이 되겠지만.

6. 매우 피곤하다. 계속 졸리고, 아무리 자도 피곤이 전혀 풀리지 않는다. 어제 트윗을 지우면서 보니 지나가면서 하는 말들 대다수가 춥다와 피곤하다다. 나머지는 약간의 의도가 들어있는 이동 패턴 보고, 사진, 대답, 리트윗들. I already said so much라는 모님의 프로필 문구가 실감났다.

7. 오늘은 1월 4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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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통, 공습, 직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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