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07

설마는 위험하다

권력자에 의한 친위 쿠테타가 발생했을 때 내전이 벌어지지 않고 마무리하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쿠테타를 일으킨 쪽이 A, 반대 세력이 B라고 한다면 A의 경우 친위 쿠테타를 일으킨 것부터 반헌적 행동을 한 거기 때문에 이미 위법이고 뭐고 없다. A가 군경의 지휘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B는 무장 세력이 없다. 만약에 B에 동조하는 무장세력이 있다면 그게 아프리카 등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B의 경우 헌법 질서 테두리 안에서 진행해 나가기가 매우 까다롭다. 

위에서 말했듯 A는 이미 위법의 단계를 넘어서 있고 뭐가 어떻게 되든 별로 상관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때 3권 분리의 측면에서 국회에 탄핵 소추권이 있는데 대통령이 의회 해산권이 없다는 건 발란스가 좀 안 맞지 않나 생각을 한 적도 있는데 이번 사태를 보면 만약 대통령에게 의회 해산권이 있었다면 레지스탕스 구성 후 내전 돌입 외에는 마땅한 방법이 없었을 거다. 

반대 방향으로 만약 여당이 군대와 결합하는 그림도 생각해 볼 수는 있고 그렇다면 의회에 의한 쿠테타일거다. 즉 2/3을 장악하고 있는 여당이 대통령을 탄핵하고 의회 독제형 국가를 만드는 방법이 있긴 할텐데 그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최고 권력 기관이 입법부인 중국만 봐도 알 수 있듯 이런 류의 의회는 실질적으로 보면 거수기 역할을 벗어나기 어렵다. 

아무튼 B가 A를 헌법 질서 안에 가둬놓고 일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무력을 잠재울 방법이 필요하다. 예컨대 B가 친위 쿠테타에 반대하는 군부 세력의 시국 선언 같은 걸 이끌어 내는 방법이 있겠다. 하지만 이건 핵우산 같은 거라 만약 실제적 충돌이 있을 때 B에 동조하는 군부가 A와의 전투를 할 수 있을까 하는 것도 문제다. 이걸 잘 이용해 먹은 경우 중 하나가 전두환의 쿠테타였다. 

정부가 친위 쿠테타에 개입된 경우 B가 주도해 임시 정부를 만드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이건 헌법의 테두리 바깥이고 일종의 혁명으로 새 공화국의 탄생을 의미한다. 임시 정부를 만들어 친위 쿠테타 세력을 몰아내는 거 까진 할 수 있겠지만 그 다음의 빈 공간과 논공행상을 두고 암투가 벌어질 가능성이 너무 크다. 이런 경우도 개발도상국에서 비일비재하다. 

아무튼 우리를 보면 지금 가는 길이 거의 외길이라 할 수 있을 거 같긴 하다. 느리긴 하고, 그 느림이 위법 세력에게 주는 기회들이 만드는 위험성이 매우 크고 위태롭긴 한데 이걸 완전히 수습하기 위해서는 마땅히 다른 방법이 없다. 하지만 만약 위법 세력의 실제적 공격이 이뤄진다면 결국은 내전으로 가는 길 밖에 없는 거 같다. 요즘 같은 시기에 설마라는 생각은 안 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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