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127

중독

금연을 하고 있다. 사실 예전에 몇 번 하다 말아서 큰 기대를 안하고 있기는 하지만 여튼 또 하고 있다. 금연이긴 한데 니코틴은 주입받고 있다. 보건소 금연 클리닉을 갔더니 일주일 사용분인 7개 세트를 줬다. 나름 새로운 경험이다...


우선 금연 클리닉. 아무대나 가면 된다길래 도서관 가는 길에 있는 용산구 보건소에 갈까 집에서 그래도 가까운 중랑구 보건소에 갈까 하다가 시간이 애매하길래(보건소는 12시부터 1시 점심시간이라 쉰다) 중랑구로 갔다. 근데 1월 들어 금연 클리닉을 사람들이 많이 찾아온 바람에 보통 나눠주는 지압기, 금연 파이프는 없다고 못받았다. 가난한 구의 슬픔... 용산구는 줬다는데 용산구 갈 걸 그랬다.

금연 파이프가 특히 좀 땡겼던 이유는 예전 금연 경험에 의하면 손의 심심함이 가장 큰 적이었기 때문이다. 그 찰라를 떼울 뭔가가 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아쉽다. 약국 가면 판다길래 봤더니 괴상하게 생겼든가 비싸든가 둘 밖에 없다. 그냥 평범하게 생겨서 별 기능은 없는 게 좋을 듯 한데... 그리고 일산화탄소 측정했는데 13인가 나왔다. smoking 상태. 비흡연자는 보통 0에서 2정도 나온단다.

그리고 상담. 뭐 이렇게 안 좋은 거다!라는 평범한 이야기를 들었다. 흡연자들은 대부분 알겠지만 그런 공포심은 별다른 감흥을 일으키지 않는다. 몸 속의 니코틴이 이미 짜 놓은 마방진은 꽤 견고하다. 그래도 공포의 문구들은 한번 펴볼까 생각 중인 막 입문하려는 사람 정도에게, 그리고 흡연자 애인을 둔 짜증난 비흡연자 정도에겐 효과가 있을 듯 싶다.

여튼 이야기를 들으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는데 : 산부인과 의사가 임신한 사람 만이 알 수 있는 미묘한 고통을 직접 알 필요는 없을 거다(아닐 수도 있겠다... 그래도 임신부로서 선호의 차이 정도는 있지 않을까). 꼭 다리가 부러져봐야 부러진 다리를 고칠 수 있는 것도 아닐테다. 그리고 정신 분열에 걸려봐야 정신 분열 환자를 치유하는데 더 도움이 될 거 같진 않다...

하지만 금연의 경우를 말하자면. 얼마 전 방송 '비타민'에서 금연과 라면을 다루길래 봤었다. 초미의 관심사 두 개가 나오길래... 패널, MC, 게스트 중 남자는 대부분 골초였는데(이휘재, 홍진호, 김정렬 뭐 이런 사람 있었다) 의사는 보기에 담배 같은 건 한번도 펴본 적 없는 사람이었다. 여튼 보건소의 상담사처럼 흡연이 뭔지, 니코틴이 뭔지 글로만 본 티가 너무 나서 대화가 계속 맴도는 거 같았다.

골초 게스트들이 말하고 있는 게 뭔지 전혀 몰라... 책에 끊기 어렵다고 써 있으니까 끊기 어려우시죠라고 말할 뿐... 알렌 카가 쓴 스톱! 스모킹이라는 이 분야에서 나름 유명한 책이 있는데(나도 하나 받은 게 있다..) 그 책의 설득력은 알렌 카가 골초 출신이라 현황을 너무 잘 아는 데서 나오긴 한다.

이 분야에서 직접 경험론이 재밌고 설득력있는 이유는 사실 이게 기본적으로 끊어도 그만, 안 끊어도 그만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생사가 걸린 위급한 일에서 멀고 멀리 있는 일일수록 치밀하게 파고드는 재미가 만들어진다. 왜냐하면 하릴 없는 분야는 기본이 엉성하기 때문이다.. 여튼 덕분에 만사가 道라고 치밀한 관찰과 계획을 보며 새로운 뷰view도 얻어 보고.

물론 중독을 끊는 데는 뒤를 안 돌아 보는 대책 없는 결단이 필요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설득의 경우 저렇게 뜬구름 잡는 이야기만 하면 시큰둥해 지는 것도 사실이다. 보건소 상담사도 20년 흡연 끝에 금연 성공한 사람 중 특채 뭐 이런 사람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 그런 사람의 실질적인 팁을 가까이서 듣는 게 도움도 되고 재미도 있다. 실제적으로 지금 금연도 뽐X의 금연 포럼과 클X앙의 사용기 게시판을 열심히 읽으며 실질적인 팁 - 못 버틸 거 같을 때 뭘 해라 - 을 재미있게 읽고 있다. 여튼 저들은 이게 뭔지 몰라... ㅜㅜ


그리고 보건소에서 니코틴 패치. 노바티스에서 나온 니코틴엘이라는 걸 받았다. 찾아보니까 니코틴 양에 따라 30, 20, 10이 있고 서서히 낮춰가는 건데 상담사가 보기에 그다지 중증 중독은 아니었는지 20짜리를 줬다. 사실 오랫동안 흡연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냄새도 싫고 연기도 싫고 뭐 그런데 니코틴 패치가 주는 특유의 안정감은 나름 훌륭하다... 예전 어설픈 어린 시절 어떤 선배가 담배는 연기가 많이 나서 피우는 거라고, 연기가 안 보이면 필 이유가 없고 많이 끊을 거라 하는 이야기를 듣고 역시 그렇지 했었는데.. 그 사람도 이게 뭔지 모르는 거다.

결국 나에게 담배는 도구일 뿐이고 그냥 니코틴만 정량 보급되면 큰 문제는 없는 거 같다. 계속 붙이고 살까.. 그래도 되나. 다만 간지러운 게 있었는데 그건 사라졌고 온 몸 근육 여기저기가 종종 이상한데... 싶은 느낌이 아주 가끔 생기긴 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전자 담배도 꽤 괜찮은 솔루션이긴 하다.


뭐 그렇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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