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에서 2000년으로 넘어갈 때는 대전에 있었다. 밀레니엄은 아니었지만 여하튼 앞 숫자가 1에서 2로 바뀌는 충격은 생각보다 컸다. 티브이에서는 보신각 종 치는 모습을 보여줬고 창문 너머로 엑스포 공원에서 하는 불꽃놀이 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슬렁슬렁 걸어나갔던 게 생각난다. 연병장 너머로 멍하니 보고 있었는데 엑스포 공원에야 사람이 좀 있었는지 몰라도 막사 주변에는 담배나 피면서 조용히 불꽃을 보는 군인들 밖에 없었다.
2000년에서 2001년으로 넘어가는, 그러니까 21세기가 시작되는 밀레니엄에는 보신각에 있었다. 확신은 안 서는데 기억이 맞다면 혼자 갔었다. 원래는 불꽃놀이 같은 걸 해주지 않는데(보신각을 처음 가본 거라 관제 불꽃놀이가 없는게 디폴트라는 건 나중에 알았다) 밀레니엄이라 그런지 한화 협찬으로 불꽃을 쏴댔고 종을 다 친 다음에는 국세청 빌딩(지금은 그냥 삼성 어쩌구 빌딩)에서 꽃가루를 날렸다. 21세기가 되었구나 하면서 바라봤었다. 그게 끝나고 나서부터는 천원에 몇개 해서 팔던 사제 불꽃을 다들 쏴댔다. 점퍼 위에 하얀색 화약 가루가 뽀얗게 내려 앉은 기억이 난다. 당시 찍어놓은 사진이 지금도 하드 디스크 어딘가 남아 있긴 하다.
춥고 바람이 불면 왠지 그때 모습이 떠오른다.
하나 더 있는데 논산 훈련소에서 목욕탕을 가던 기억이다. 옷을 다 벗고 주황색 츄리닝을 입는다. 그러고 줄을 맞춰서 목욕탕에 간다. 그때 걸어가면서 나던 추위의 냄새가 있는데 그 냄새를 맡으면 자동적으로 그 모습이 생각난다. 그리고 뜨거운 증기, 5분의 따뜻함. 잊어버리고 싶은데 그때 기억 몇 가지는 지독하리만큼 잊혀지지가 않는다.
뭐 그렇다고. 블로거 홈페이지를 이용하면 포스팅별 조회수를 어쩔 수 없이 보게 되는데 최근들어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이런 이야기나 쓰고 있으니 어쩔 수 없지... 라는 생각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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