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131

방점을 찍고 가다

정치와 경제같은 거시적 문제들에 대해서만.

1992년 이후 그런 부분에 꽤나 관심이 많은 내가 요새는 그다지 의욕이 안난다. 얼마전 용산에서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했는데 관련해서 안타까움을 간접적으로 담은 블로그 포스팅 몇개 끄적거린게 전부다. 작년만 같았어도 추모 현장같은데서 어물쩍 거리기라도 했을텐데 잘 안된다.

살면서 지금까지 꽤나 많은 투표를 했는데 솔직히 말해 내가 찍은 사람이 당선된 적이 한 번도 없다. 내가 맞다고 생각한게 그토록 잘못된 거라고는 아직 생각해 본 적 없지만, 왜 그럴까 하는 점은 고민해 보고는 한다. 잘 모르겠다. 무슨 거대한 변수가 따로 존재하는지 몰라도 나와 (계급적으로)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내가 뽑은 사람 안 뽑아서 좋은 일 생기는거 한 번도 본 적 없는데 다들 계속 그런다. 우리나라 사회의 중대한 비밀 몇 개를 내가 놓치고 있는건가,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는 건가.

생각이 난 김에 심시티나 해보면서 도시를 경영하는 사람 입장이 한 번 되볼까 했다. 그러면 뭔가 좀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예전에 캐피털리즘 게임을 해본 적 있는데 그때 알아낸 건 자본주의는 오직 독점이 승리한다는 사실이었다. 영 이상한 시점으로만 바라보는거 같지만 여튼 그 게임에서 독점은 위대하다. 심시티 이야기는 농담이 아니라 진짜다. 그런데 컴퓨터 사양이 안된단다. 업그레이드 하려고 봤더니 CPU 핀 수 마저 달라져서(내껀 478, 요새 나오는건 775) 메인보드, 램 등 거의 몽땅 바꿔야 된다. 인텔의 수작에 나같은 사람은 꼼짝도 못한다.

지금껏 소위 잘못된 투표를 해오면서 그다지 실망한 적은 없다. 그저 허위 의식이라든가 소외라든가 하는 이론적인 문제들을 나름대로는 검증하는 기회였다고 말하면 그나마 조금은 긍정적이다. 이렇게 의욕이 없어진 결정적인 계기가 된 건 작년 서울시 교육감 선거였던 거 같다. 굉장히 많은 시위들이 있었고, 시민들 사이에 공감대가 그나마 형성되어 있었다고 생각했기에 적어도 지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졌다.

아무 것도 믿지 않고, 넓은 시야를 지니되 옳다고 믿는 걸 끌고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살았는데, 그때는 너무 믿었나보다. 믿은 만큼 실망도 컸다. 잘 이해가 안가지만 현실은 현실이다. 세상은 그런 현실을 꼭 붙잡고 뚜벅뚜벅 쉬지 않고 걷고 있는 자들의 편이다. 이익이 달린 일에는 누군가 움직여 주지만, 믿음 따위로는 그렇게 쉽게 움직이지는 않는다. 그래서 레프티스트들은 언제나 소수고 혁명가들은 대세가 결정되는 순간 다수로 바뀐다. 이익이 걸리기 때문이다.

트로츠키와 로자 룩셈베르크는 그래서 실패했다. 사람을 너무 믿었기 때문이다. 수많은 피해를 감수해 가며 소비에트 연방을 만든 사람들도 그래서 실패했다. 한반도 북쪽도 마찬가지다. 믿음으로 움직인 사람들은, 이익을 추구하는 자들에게 제거되고 마는게 역사다.

이야기가 너무 거창하게 나가는데 어쨋든 그 이후 뭐가 어떻게 되가는건지 잘 이해가 안가고 있다. 여기에는 정치, 경제 같은 거시적 부분 말고 순수하게 개인적으로 여러 부분에 실패해 버린 작년 한해의 기억들도 끼어있다. 무슨 저주를 받았는지, 내가 뭘 그리 잘 못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하여튼 뭔가 벌 비슷한 걸 받고 있는건 분명하게 보인다. 제대로 돌아가는 일이 별로 없다. 하나 하나 뜯어보면 골치 아픈 일만 더 쌓이니까 아예 안보고 만다. 당장은 해결할 방법도 없고.

그래서 방황을 하고 있다. 울면서도 희망을 꿈꿔야 사람 사는거라고 믿으며 살았다고 나름은 자부했는데, 이젠 그것마저 잘 안 되는 걸 보면 좀 한심하긴 하다. 이런 인생이 다 있냐 싶기도 하고. 그러나 저러나 어쨋든 난 해보고 싶은 것도 아직 많고 못 본 것도 많으니, 죽거나 어디 산 속에 쳐박혀 은거하거나 하지는 않을거다. 그렇다고 다음 선거까지는 멍하니 있을 수가 없는게, 아직 너무 많이 남았다. 그리고 요새 기분으로는 그때 가서도 어찌 될지 모르는 일이라 쓸데 없는 믿음 따위는 안가지는게 낫다.

그러니 무슨 계기라도 붙잡아 다시금 스티뮬레이팅 하고 싶은 욕망에 쌓여있는게 현재 상태다. 조금 무리해 여행도 가고 했는데 아직은 그냥 그렇다. 무엇보다도 "의욕이 없네"라는 말을 입에 붙이고 사는게 문제다. 정신적 자극을 줄만한 어떤 것을 주변 몇 명에 요청해 봤는데 그들 역시 삶에 치어 있어 나까지 돌 볼 겨를이 없다. 좀 아쉽긴 하지만 말이야 맞는 말이다. 그래도 서로 잠시나마 걱정이라도 해주는게 어디냐 싶다. 왠지 힘들다. 계기를 꼭 찾아야 하는 나 자신의 유약함이 한심하기는 하지만 아무나 던져주는 지푸라기라도 일단은 붙잡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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