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109

미네르바가 잡혀갔단다

미네르바 이야기는 한 번도 쓴 적 없는데 나도 껴본다. 미네르바가 잡혀갔다. 인터넷 보도의 첫 머리는 전문대 출신 30대 무직 남성이다. 눈에 확 띄는 단어는 '전문대'와 '무직'이다. 전문대 졸업이라는 학력과 지금 직장이 없다는 사실을 가지고 그가 했던 말을 평가하려고 하고 있다. 대체 글의 진위라든가 내용의 함의와 저 둘간에 무슨 관계가 있을까. 

과연 어제 잡힌 사람이 미네르바가 맞는거냐 라는 논란도 있기는 하지만 만약 맞다 하더라도 야, 전공도 아닌데 저만큼 공부했다니 열심히 했구나 대단하네, 고생했다가 맞는 대답 아닌가. 또 내용에 문제가 있다고 여겨지는게 있다면 이건 이러이러하니 잘못 생각한 것이다라고 대답하고 토론해 가는게 정신이 제대로 박힌 자세지 전문대에 무직이라니까 '전 국민 우롱한 금융 사기극'이라니 그건 또 뭐하는 헛소리냐. C 일보는 다들 대학 나와서 신문이 그리도 잘난 이야기들만 가득 차 있는건가?

어떻게 되었든 정말 문제는 미네르바 같은 소리를 하면 잡혀간다는 사실이다. 자기가 목격한걸 목격했다고 말했다고 (설령 잘못 봤을수도 있겠지만) 잡혀간 또랑님에 이어 두번째로 이런 일이 발생했다. 이 나라가 정말 민주주의 국가가 맞기는 한 건지 모르겠다. 아마도 아니다 쪽에 많이 기울어 있는게 정답인 듯 하다.

비상경제시국이라고 지하 벙커까지 들어가서 쇼하는 양반도 있는데 정말 게엄령 쯤 선포한 걸로 착각하고 있는거 아닌가 모르겠다. 현 재경부 장관이 IMF때 우리나라 펀더멘틀도 튼튼하고 외환도 잔뜩 있다고 뻥 친건 기억이나 하고 계시는지들 몰라.

결론적으로, 어떤 경우든 경제 전망에 대한 평가는 시장이 한다. 누군가 옳은 전망을 하고 있다고 여겨지면 사람들은 귀를 기울이고, 그가 틀리기 시작하는 순간 떠나간다. 루비니의 말에는 아무도 귀를 기울이지 않다가 지금은 모두들 귀를 쫑긋 새우고 있다. 그의 조언들이 이 위기를 극복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가 위기의 끝을 전망하는데 실패한다면 그는 단지 21세기 초반 찾아온 세계적 경제 불황 대처에 기여한 학자 중 한명으로 남을 뿐이다. 그런게 전망가들의 생애다. 인간이 신이 아닌 이상 미네르바도 가만히 두면 잊혀진다. 뭐하러 들쑤고 다니는지 이해를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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