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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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모씨가 블로그에 김정일 조문에 대한 이야기를 올렸다.

개인적으로 그 입장에 동의한다. 입장이라는 건 표현의 자유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보안법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이다. 前, 그리고 그 前 정권의 정책 중 매우 실망한 부분이기도 하다.

그리고 조문 행위가 닭짓이라는 의견에도 동의한다. 종북주의는 나로서는 그걸 따르는 이유를 도무지 알 수가 없는 미지의 이데올로기다. 하지만 닭짓이라고 비판을 할 수도 있고, 마찬가지로 그들이 그런 행위를 하는 이유를 항변할 수도 있고 또 그걸 들을 수도 있다.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는 그러라고 존재한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는 사실 많이 복잡하기 때문에 여기서는 아주 대강만 비철학적으로 결과론적인 부분에서 허접하게 정리한다, 이런 논의가 필요하다는 거 자체가 아무리 생각해도 웃기다 ;

인간은 신이 아니고 불완전한 존재다. 그러므로 반드시 지켜야할 완결 무결한 것 따위는 아무 것도 없다. 그 어떤 것도 틀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뭔가 - 정신적인 부분을 수호하고 지키는 법은 쓸모 없다.

만약 골방에 모여 앉아 혁명을 꾀하던 자들이 어떻게 하다 본격적으로 동지들을 모아 무장을 하고 반란 책동에 나선다면 그건 그때가서 형법으로 처벌하면 된다 / 소수가 모여 책동을 시작했는데 그걸 막을 수 없다면, 그건 망해도 되는 나라다. 그 정도 사후 방어가 불가능하다면 그 나라는 그거 아니라도 망한다 / 만약에 정말 많은 사람들이 그에 동의해 세상에 혁명의 기운이 넘실댄다면, 그건 현 상황에 진짜 큰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문제가 있는 걸 지킬 필요는 없다.

그리고 또 국보법의 문제 중 하나는 만약 자본주의에 기반한 자유 민주주의에 심각한 문제가 발견되고(이미 발견될 것으로 보인다) 대안이 마련되어 모두들 그리로 움직이기 시작할 때 우리 발목을 잡을 덫이 된다.

A와 ~A에 대한 논의를 통해 B로 나아가야 하는데 우리는 국보법하에서 A만 논의한다, 그러므로 B는 나오지 않는다. A 안에서 아무리 논의하고 지지고 볶아도 B는 나오지 않는다. B에게는 A뿐만 아니라 ~A도 필연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아주 간단한 이야기다.

 

 

해프닝 이야기를 하자면 얼마 전에 잡지 도미노를 발간하고 전시회를 하면서 한 명씩 돌아가며 전시장을 지켰다. 그리고 내가 지키고 있는 타이밍에 영등포 경찰서에서 찾아왔다. 보안계라는 곳이다. 20년 전에 이런 식으로 만났으면 조금 무서웠을텐데, 뭐 그런 분위기는 아니었다.

도미노 창간호의 주제는 부고였고 그래서 작년, 재작년의 죽은 사람들 또는 문화, 예술, 사회의 흐름 같은 걸 다뤘다. 인쇄를 시작할 무렵에 김정일이 죽었고, 기사를 넣기에는 너무 늦었기 때문에 부록으로 제작한 엽서를 껴 넣었고 전시장에는 김정일 사진을 나름 근사한 액자 안에다 넣어 뒀다. 그 모습이 어딘가로 새어 나갔나보다. 딱히 감추려고 한 건 아니었기 때문에 새어 나갔다라는 말은 좀 이상하다.

어쨋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한참 나눴고 해프닝은 끝이 났다. 예상대로 '조문 정국'과 관련된 이슈가 이유였다. 혹시나 실적 껀수를 기대했을 지 모르는 형사 분들 입장에서는 약간은 안타까웠을 지도 모르겠다. ㅎ모씨의 블로그에서는 좀 더 본격적인 조문을 다뤘다. 서울대에서 있었던 일인가보다.

해프닝이었던 도미노에서나, 아니면 정말 조문 시도였다는 서울대에서나 사실 딱히 다를 건 없다. 로라이즈에서 도미노 전시의 사진을 보며 정말 비통해 했던 사람이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고, 비웃는 마음으로 서울대 조문 장소에 찾아간 사람도 있었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한 길 사람 속은 아무도 모른다고 하지 않나.

그리고 위에서 말했듯이 딱히 조문 따위 한다고 무너지거나 흔들릴 나라라면 그냥 없어져버리는 게 여러모로 낫다. 그 따위 나라라면 억지로 수호해 봐야 골치아픈 일들만 더 생긴다.

 

그건 그렇고 책 좀 사주세요 ^^

http://domino-mag.kr/ 에 가면 대강의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구매처는

더 북스 02-733-8949
더북소사이어티 02-325-5336
유어마인드 070-8821-8990
컬리솔 070-4211-8953

위 사이트에서도 온라인 구매가 가능한 곳들이 있습니다. 조금 더 큰 유명 인터넷 서점도 지금 이야기 중입니다. 구입하시고 읽어보시면 소감이라도 부탁드려요~ ^^

댓글 4개:

  1. 표현의 자유라는게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하는지 의문이 드는것 같아요. 강간을 표방한 예술행위는 비윤리적인 표현으로 극렬한 비난을 받는데 국가의 안위를 위협할지도 모르는 불안불안한 의견은 표현의 자유로 인정되어야만 하나요? 더군다나 요즈음은 아직 주관이 확립되지 못한 어린 친구들이 활발한 sns활동을 하고 있는 만큼 그들에게 벌써 필요하지도 않은 정치적 사상을 주입시켜 미래의 그들이 표현하게 될 자유를 빼앗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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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굳이 답변을 드리자면

      - 강간을 표방한 예술행위가 무조건 비난을 받지는 않습니다. 소돔이나 각종 합법적 고어 표방 영화 등 무수한 예가 존재합니다. 물론 '못 만들었을 때' 비평은 가능합니다. 대개의 포르노는 그냥 잘 못 만든 영화일 뿐입니다.

      - 어떤 사상에 대해서 그것이 필요한지, 필요하지 않는지 저는 판단할 수 없습니다. 그런 걸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하는 지도 의문입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필터는 각 개인이 확립할 문제입니다. 그런 상황에 놓인 개인이나, 어린 친구들의 의견에 문제가 있다면, 그건 논지를 정리하고 논거를 확립하는 방법을 알리지 못한 교육의 문제입니다. 굳이 해결하자면 규제가 아니라 교육 개혁 쪽이 맞는 방향으로 보입니다.

      - 극단적인 의견이 행동화해 무고한 시민 대상의 테러가 된다면 물론 국가 권력으로 제재를 가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든 어디든 의견 따위로 국가의 안위가 위협될 정도로 불안한 기반 위에 놓여있다면, 그런 나라는 망해도 싸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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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답글 고맙습니다. 첫번째 답변은 수긍이 가요. 제가 미술을 하려고하는 학생이라 역사적으로 눈살을 찌푸릴만큼 혐오를 일으킬만한 작품들이 많은것을 압니다. 비평가들에게 새로운패러다임을 제시했니 뭐니 호의적으로 평가받기도 한다는것도요. 그치만 대부분의 일반적인 사람들은 잔인한 고어를 보고 거부감을 느끼고 비난을 하잖아요. 지금의 우리나라를 이루고있는 근간이 민주주의인 만큼, 적대적인 위치에 있는 사회주의나...종북적인 생각을 표현의 자유를 빌미로 여기저기 흩뿌리는 것은 옳은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의견이라는것은 고작이라는 말로 폄하할만한 단어가 아닌것 같습니다. 꼭 극단적인 의견이 아니더라도 옳지않은 작고 하찮은 의견이 퍼져나가 다수의 사람들을 선동한다면 여파가 크지 않겠습니까? 선동당하는것이 교육의 부재라고 말씀하신다면 선동도 일종의 설득인데 대학교육까지 이수받은 고학력자가 설득되는거는 이상하지않나요? 모바일이라 읽기 힘든 점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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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1. 어차피 감정의 환기가 목적인데 작품의 질이 낮은 게 아니라면 그런 것들의 부분을 가지고 질타하는 쪽이 더 이상한 경우라고 생각합니다.

      2. 민주주의는 나라의 의견을 결정하는 방식이고, 사회주의는 나라의 경제를 이끄는 방식입니다. 그러므로 둘은 대치되지 않습니다. 민주주의 <-> 왕정이나 독재, 사회주의 <-> 자본주의입니다. 만약에 종북적인 생각에 틀린 게 있으면 의견의 교환 속에서 걸러질 것이고, 혹시 옳은 부분이 있다면 채택될 겁니다. 북한은 알아서 걸러낼 장치가 없기 때문에 계속 그 모양 그 꼴입니다. 자본주의의 발달 과정에서도 같은 과정을 거쳤습니다.

      개인적으로 사람의 능력을 믿는 편인데, 판단의 기준이 될 재료가 많을 수록 옳은 판단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에 정말 옳지 않고 하찮은 의견이 퍼져나간다면 그런 상황에서 중요한 건 그 의견의 해악 자체가 아니라 왜 우리 사회에서 이런 의견이 퍼져 나가는 걸까하는 부분이어야 할 겁니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 몇몇 나라에 사이비 종교가 크게 유행하고 있는데, 문제는 사실 사이비 종교가 아니라 그 나라들의 현실과 미래가 너무 불투명해 시민들이 어디 기댈데가 없기 때문입니다. 사이비 종교를 금지해 봐야 근본적인 문제가 남아 있는데 사람들은 다른 비슷한 걸 찾아갈 겁니다. 하지만 그 나라들이 개혁되고 살기 좋아지면 사이비 종교 따위는 믿으라고 해도 사람들이 안 믿게 됩니다.

      3. 교육 자체에 문제가 있지 않나라고 생각하는 상황에서 대학 교육 이수 여부는 큰 영향이 없는 것 같습니다. 당장 봐도 고학력자가 이상한 짓을 하는 건 수도 없이 목격할 수 있습니다.

      이 문제는 자세히 이야기하자면 매우 길어집니다. 약간 꼰대같은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학생이시고 이런 문제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제가 여기서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하는 걸로 어떻게 될 문제는 아닐테니, 가능한 독서량을 늘려보시고, 다른 시각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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